[현장스케치] 《2023바다미술제》 개막, “인간으로서 ‘바다’를 만나는 법”
[현장스케치] 《2023바다미술제》 개막, “인간으로서 ‘바다’를 만나는 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0.17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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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해수욕장 일원, 10.14~11.19
20개국 31팀(43명) 참여 작가 모두, 해안 지역 경험
백사장 대형 작품 더불어, 실내 작품 주목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바다’라는 주제로 격년으로 새로운 미술제를 선보이고 있는 ‘바다미술제’가 막을 올렸다. 기후 재난과 환경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다뤄지고 있는 요즘, 2023바다미술제는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보일까.

▲시마 누스라트, <떠 있는 조각>, 2023, 플라스틱 기와, 강철, 240×7500×500cm.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조직위원장 박형준 부산광역시장)는 지난 14일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 (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를 주제로 일광해수욕장 일원에서 2023바다미술제 전시의 막을 올렸다. 전시는 37일간 휴일 없이 11월 19일까지 열린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그리스 출신의 기획자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Irini Papadimitriou)가 전시감독을 맡았으며, 20개국 31팀(43명)이 참가했다.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을 비롯해 인근의 실내 전시장 3곳에서 총 4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행사 개막에 앞서 지난 13일엔 언론간담회가 개최됐다. 김성연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장과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감독을 비롯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다수 참석했고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을 시작으로 마을의 신당인 ‘할매 신당’과 일광천 일대를 모두 돌아보는 전시투어가 이어졌다.

▲13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김성연 조직위원장 ⓒ서울문화투데이

비가 오지 않는 바다서 열린, 2023바다미술제

간담회에서 김 조직위원장은 전통적으로 ‘부산비엔날레’와 ‘바다미술제’는 비와 연이 깊었는데, 올해는 날씨가 아주 맑아서 좋다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바다미술제는 해운대, 송도, 다대포, 광안리를 아우르며 일광지역에서는 올해 2회 째 열게 됐는데, 한 지역과 깊이 있게 어우러지는 미술제는 특별하며 그 역사를 점점 더해가고 있다”라며 “‘바다미술제’라고 하면 백사장을 배경으로 한 외부 대형작품을 떠올리게 되는데, 올해는 외부 뿐 만 아니라 실내공간까지 다 봐야지 ‘2023바다미술제’를 다 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올해 미술제의 특징을 밝혔다.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를 주제로 하는 2023바다미술제는 문화 예술을 통해 바다와 해양 생물, 환경과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상상하는 자리를 우리에게 제안한다. 바다는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원천이다. 동시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다는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하고 의존하는 거대 산업이기도 하다.

바다는 귀중한 자원을 제공하고, 식량과 일자리, 에너지, 광물, 의약품, 상품 및 서비스의 원천이 되고, 해저 케이블을 통해 방대한 인터넷 데이터가 이동하는 경로이자 무역로, 여행과 문화 교류 및 이주를 위한 장소로써 항상 수많은 산업과 세계 경제의 중심이 돼 왔다. 그러나 해운, 크루즈 관광, 풍력 발전, 채굴, 남획, 핵실험, 산업 폐기물 투기, 플라스틱 오염 등 인간의 활동과 간섭은 바다의 건강과 해양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2023바다미술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자 생존에 필수적인 바다와의 관계를 긴급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우리 모두가 바다를 창의성과 협력의 공간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예술적 접근과 방법론, 개입을 통해 공동의 비전을 가능하게 하며 해양 생태계와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바다미술제 전시감독을 맡은 이리니 감독은 “바다를 착취가 아닌 돌봄과 협력의 관계로 만나고 새로운 관계를 구성하는 자리”라고 미술제를 설명했다.

▲13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전시를 소개하는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 전시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팬데믹을 겪고 인류는 엄청난 위기와 변화를 맞닥뜨렸다. 특히 환경과 기후 문제는 아주 중요해졌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비엔날레의 주제는 환경과 기후 문제로 집중돼 왔다. 시대의 최전선에 서서 세계를 마주하는 작가들이기에 당연한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창작자가 아닌 관람객의 입장으로 계속 비슷한 주제를 마주하는 것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의 창작과 발언이 관성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23바다미술제의 특별한 점은 ‘바다’에 접근하는 인간의 위치다. 지금까지 이뤄진 비엔날레들은 종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성을 받아드리며, 지금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던 권력을 뒤집거나 흔드는 방식을 택해왔다. 즉, 인간으로써 행해왔던 일들을 근원적으로 뒤집고자 했다. 하지만, 2023바다미술제는 우리가 인간의 위치에 서있음을 잃지 않는다.

이리나 감독은 “바다미술제는 생존의 필수적 근원이자,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하고 의존하는 거대한 산업으로써의 바다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으로써의 바다를 마주하는 인간의 시선은 조금은 독특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위했던 산업, 삶의 방식을 버리기보다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하겠다는 또 다른 시도가 담겨있는 듯 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바다미술제를 만나면 이전 바다미술제에서 만났던 백사장 위 인상적인 작품은 적다고 느낄 수 있다”라며 “그 이유는 2023바다미술제는 바다와 환경을 압도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작품과 ‘일광’이라는 마을을 고찰하도록 구성됐으며 그 과정에서 주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제안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왕덕경,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 2023, 수집된 유리병, 모래, 조명, 가변설치.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해변을 떠난 ‘바다미술제’ 괜찮은가

간담회에서 한 취재진은 ‘바다미술제’는 ‘바다’를 마주 보고 열리는 미술제라는 특징이 있는데, 실내 작품이 늘어나면서 미술제의 성격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전하며, 특별히 바다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던졌다.

이리나 감독은 2023바다미술제가 직접적으로 바다를 마주하지 않아도, 분명하게 ‘바다미술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답했다. 감독은 “바다미술제에서 ‘바다’가 중요한 것은 잘 알고 잇고, ‘바다미술제’는 앞으로 더 중요하게 여겨질 페스티벌이다”라며 “2023바다미술제에 참여하는 작가들 전원은 바다와 접접이 있는 해안마을 출신으로, ‘바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일광이라는 지역 사회와 반응하고, 지역에 응답하는 것으로 ‘바다미술제’의 성격을 구체화시켰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백사장을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작품을 계속 선보이고, 그런 형식의 미술제가 반복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라며 “바다와 관련된 실질적인 방향성을 가진 주제와 그에 호응하는 작품으로 이번 바다 미술제를 꾸렸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미술제는 ‘여백’이 많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방향성을 이어갈 것인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2023바다미술제에선 전시 이외에도 관객 참여프로그램 및 미술제가 담고 있는 주제와 관련한 여섯 편의 단편 영상을 상영하는 스크리닝 프로그램 “또 다른 바다들(Other Seas)”과 심포지엄 “바다의 목소리(Ocean Voices)”를 진행한다.

▲바다미술제 실험실에 마련된 매니페스토 문구들 ⓒ서울문화투데이

한 가지 독특한 프로그램으로는 매니페스토가 있다. 국내ㆍ외 해양학자, 과학자, 예술가,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해양 공동체 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시작으로 선언문을 작성하고, 그 선언문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시 이전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매니페스토 선언문은 조직위 공식 SNS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받은 의견들을 포함해 실험실에서 전시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일광해수욕장 근처에 마련된 ‘2023바다미술제 실험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미술제는 본 전시와 함께 매니페스토, 심포지엄, 관객 참여프로그램 등이 모두 어우러지며 ‘바다미술제’라는 행사를 완성한다. 그 의미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이리나 감독은 “예술은 오랜 기간 바다와 관계를 맺어왔다.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바다는 생의 원천인 동시에 어둠과 절망, 사회정치적 불안, 환경적 불안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예술과 닮아있고, 우리는 바다와 공생, 협력, 저항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3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양자주 작가 ⓒ서울문화투데이

다양한 바다 문제를 건드리는 작품

2023바다미술제는 굉장히 다양한 시각으로 ‘바다’에 접근한다. ‘바다’와 관련된 장소 특정적 작품부터 시의성이 있는 작품, 우리 시대에 도래한 불안함을 전면으로 이끌어내는 작품들도 있다. 현재 우리 시대에 경고를 던지고자 작품 및 동시에 위기를 극복할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전시가 펼쳐지는 일광해수욕장 곳곳에는 기울어진 표지판 형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정말 폐허에 놓인 낡은 표지판처럼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문장을 전달하고 있다. 제이알 카펜 & 토모 키하라 팀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라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의 기후 환경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문장들로 이뤄진 시를 분해해서 선보인다. 표지판 문장 중에는 “우리의 꿈에 짠 기가 밴다”, “여기, 바람이, 산다”라는 문장들이 있다. 범람하는 바다로 침몰할 수 있는 우리의 세상, 예기치 않은 폭풍우가 시작될 수 있는 바다들을 상상하게끔 한다.

▲제이알 카펜터 & 토모 키하라,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 2023, 알루미늄, 고휘도 반사시트, 최대 350×180cm.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2021-2023, 웹 기반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 (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이 전에는 상상하지 않아도 됐을, 바다와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얘기 하는 작품도 있다. 양자주 작가의 <바다로부터>다. 백사장 위에 마치 어린아이들이 놀고 떠난 듯한 자그마한 평상같은 공간을 띠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이 지었던, 흙집을 만드는 방법을 되살린다. 이 흙집을 지은 벽돌에는 검은 점들이 콕콕 박혀있는데, 이는 당시 벽들을 만들 당시 해초까지 사용해 벽돌을 만들었던 역사를 담고 있다.

양 작가는 “현재 이런 방법으로 지어진 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모든 것을 긁어모아서 집을 지었다. 그 모든 것에는 ‘해초’도 섞여있었다”라며 “과거에 사용했던 이런 방식들이 지금에서는 또 다른 대체자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한국 사회에 이어지고 있는 오래된 레이어를 작품 안으로 쌓는다. 해초와 흙으로 만든 작품은 급변하는 도시 발전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유산을 뒤돌아보게 하고, 바다와 우리가 다시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을 상상케 한다.

급격하게 발전한 도시 문명 속, 인간이 잃게되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건드린 또 다른 작품이 있다. 파키스탄 출신 시마 누스라트 작가의 <떠 있는 조각>이다. 일광천과 바다가 맞물리는 지점에 설치된 이 조각은 마치 수몰된 집 지붕의 끝자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시마 작가는 “미술제에 참여하기 전, 이리나 감독을 통해 부산의 사진을 먼저 보게 됐고, 그렇게 부산을 알게 됐다”라며 “현대적인 건출물 사이 자리잡은 옛 건축물과 이미지를 보면서, 무분별한 도시 확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상상하며 우리가 지닌 유산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다”라고 작품 의미를 밝혔다.

<떠 있는 조각>은 무분별하고 급격한 도시 성장에 관한 해석을 제시하며 자연과 문화유산 보존, 도시 개발 간의 부조화를 재조명해 현재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덕희, <메아리, 바다 가득히>, 2023, 스텐 와이어, 아크릴 진주, 비즈, 400×800×800cm.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바다’와 ‘부산’이라는 공간과 조응해 지금 우리의 삶을 담아낸 작품도 눈에 띤다. 일광해수욕장에 설치된 김덕희 작가의 <메아리, 바다 가득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시민의 메시지를 수집해, 모스 부호로 변환하고 이를 동그란 진주알과 길쭉한 비즈로 엮어 그물로 만든 작품이다.

김 작가는 “지난해 7월쯤 내게 정말 중요한 지인이 세상을 떠났고, 그 의미를 다잡고자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이번 바다미술제를 통해서 그 규모를 확장하게 됐다”라며 “부산에는 어떻게 돌아가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면서, 바다를 항상 바라보고 살아왔고, 어느 순간 바다를 바라보면 애도와 기도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바다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작가는 시민들의 사연을 읽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에 많이 울고, 그들이 모두 다 잘되길 마음 속 깊이 바랐다. 김 작가는 “요즘 더욱더 애도가 많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이 애도와 기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또 함께 이어지고 있다. 그 것이 작품과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진주와 비즈가 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순간을 통해서,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도 그들이 떠나보낸 누군가도 모두 위로받고, 슬픔을 흘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한나드 쇼노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 2023, 흰색 실, 가변크기.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바다를 떠나 실내로 들어왔지만, 바다를 상상하게 하는 독특한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빈 예배당 건물을 활용한 무한나드 쇼노의 <바다에서의 달콤한 허우적거림>이다. 작가는 빈 예배당에 원래 설치돼 있던 조명과 창문들을 활용해, 이를 낚싯줄로 길게 이은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장소반응적 설치 작업으로 장소 안의 역사와 매일 변하는 환경적 요소로 그 깊이가 더해진다. 예배당의 낡은 광원에서 창문으로 이어진 낚싯줄의 끝을 따라가면, 관람객의 시선은 어느새 바다로 향해있다. 바다로 향하고 있는 인간의 여정을 은유한다.

이외에도 일광의 할매 신당 옆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율리아 로만 & 김가영의 <해조류 스튜디오>, 일광천 옆에 자리한 강송정 공원에는 윤필남의 <심해의 명상> 등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율리아 로만 & 김가영의 <해조류 스튜디오>는 기장 다시마와 라탄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오브제와 살아있는 해조류를 기장 다시마와 연결된 지도와 함께 지역 사회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바다미술제 기간동안 계속 작품을 증가시키며 확장돼 간다.

현재 일광 지역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풍경과 옛 해안가의 마을이 중첩돼 있다. 4차선의 도로를 가운데 두고 도보로 10분 거리 사이에 우리는 아주 오래된 해안마을의 풍경과 높게 솟아오른 고층 빌딩 지역을 오갈 수 있다. 지역이 가진 이러한 묘한 매력이 창작자들을 건드린다.

▲윤필남, <심해의 명상>, 2023, 대나무, 섬유, 240×4000×150cm.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사진=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일광해수욕장과 일광천 일대, 마을에서 열리는 2023바다미술제는 반나절을 걸어서 이동하면,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도보로 이동하기에 조금 먼 거리지만, 차로 이동하기엔 정말 작은 지역이다. 잔잔한 영화를 보듯, 책을 읽듯, 걸어서 지역을 돌아보면 일광 지역 곳곳에 숨겨진 2023바다미술제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과하지 않게, 작품 사이의 필요한 여백을 두면서 기획된 올해 바다미술제는 인간의 모습으로 ‘바다’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