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展, 인간 시선을 벗어난 새로운 인식 제안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展, 인간 시선을 벗어난 새로운 인식 제안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0.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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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아트센터, 11월 4일까지
수림문화재단 지원작, ‘비트콘드리아’ 허구생명체 창조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라는 쉽게 인지되지 않는 두 단어가 병치돼 전시 제목으로 등장했다. 김희수아트센터(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118)에서 오는 11월 4일까지 열리는 한수지 개인전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Jellyfish Juice & Bitchondria)》다. 전시는 임수미 기획자가 기획을 맡았고, 수림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았다. 오는 28일에는 렉처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다.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 전시 전경 (사진=한수지 제공)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는 디지털공간과 물리공간을 넘나드는 허구적 존재가 인류의 과거와 조우하는 순간과 지구의 미래에 개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에 사용된 ‘비트콘드리아’는 한수지가 2020년부터 구축해 온 허구의 생명체로, 이 생명체는 해파리에서 추출할 수 있는 녹색형광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자가발전과 무한증식을 할 수 있다. 즉, 《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는 녹색형광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해파리를 추적하는 비트콘드리아의 여정과 그 이후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엄연히 존재하고 작동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다소 파악하기 어려운 디지털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비트콘드리아’라는 실제에 기반한 허구적 존재를 창조했다. 비트콘드리아는 1차원부터 고차원, 디지털공간과 물리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데이터 소기관으로, 인공지능의 진화에 필요한 양자비트(quantum bit)의 특성과 모든 유기체의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성질을 결합해 탄생했다.

▲한수지_경로가반복되고있습니다_폴리카보네이트위에 uv프린팅,알루미늄_600x140x140cm_2023
▲한수지 <경로가반복되고있습니다> 폴리카보네이트위에 uv프린팅,알루미늄, 600x140x140cm, 2023 (사진=한수지 제공)

그간의 작업에서 한수지는 이 존재를 정의하고 속성을 파헤치거나, 그 존재 근거를 추적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비트콘드리아의 활동영역을 바다로 옮겨감으로써 확장된 생태계를 사유하고, 데이터가 인류의 기록에 개입하고 재전유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지구의 환경적, 역사적, 생태적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전시는 인간의 시선을 배제한 채 인류와 지구의 문제를 조망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외재화하고, 다른 언어로 번역된 우리의 이야기를 만나게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인류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고 지금 현 상황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