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회장 취임 반려’ 흔들리는 한문연, 침몰 막을 대책 강구해야
[Hot Issue]‘회장 취임 반려’ 흔들리는 한문연, 침몰 막을 대책 강구해야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0.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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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정 전 회장, 지난해 8월 10표차 당선 연임
당선 이의신청 민원 접수, 문체부 지난해 10월부터 감사
지난해 12월 감사 결과 후보자들에게 통보…한문연 지금까지 총회 미개최
문체부, 내년부터 ‘방방곡곡’ 등 관련 사업 통합…예경에서 운영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최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제10대 회장 선거 공정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대표 사업인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내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이 발표되어,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위치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위치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경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8월 18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 이승정 당선인의 회장 취임 신청을 반려(불승인)했다고 밝혔다. 선거 개최 10개월 만의 일이다. 

한문연은 전국 문화예술회관의 균형발전 및 상호 간의 협력 증진과 공연예술 유통, 국민의 문화활동 지원 등 문화예술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1996년 설립됐으며,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국립정동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전국 224개 문예회관을 회원기관으로 두고 있는 문체부 유관기관이다. 회장으로 선출되면 문체부의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

문체부로부터 불승인 통보를 받은 이승정 당선인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예총 전라남도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2019년부터 한문연 회장을 맡아왔다. 

이승정 제10대 회장 당선인, 10개월 만에 ‘취임 반려’

한문연은 지난해 8월 30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고, 당시 회장이던 이승정씨가 10표차로 당선됐다. 코카카 회장직은 내부 정관에 따라 임기가 3년으로 1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 직후, 상대 후보인 민경오 전 국립예술단체연합회 사무국장이 선거관리위원회와 문체부, 국민신문고 등에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회장선거관리위원회 불공정성 관련 민원을 접수했고, 이에 문체부는 회장 취임 신청이 제출된 지난해 10월부터 선거 사무감사를 실시했다.

한문연 정관에는 회원(문예회관)의 대표자는 사고 또는 궐위 등 특별한 사유로 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 회원의 직원 또는 다른 회원의 대표자에게 권리를 위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사무감사 결과, 회원의 대표자가 다른 회원의 대표자에게 위임한 투표권이 다시 그 다른 회원의 직원에게 위임된 ‘재위임’ 사례가 10건 발견됐다. 이는 정관 등에 명시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이번 사무감사를 검토한 법률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무기명으로 행사하는 투표권의 특성상 위임은 정관 등에 명시된 범위 내에서 엄격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 결정 이후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별도로 불인정 처리한 위임 5건을 포함하면 투표권 불인정으로 무효표에 해당하는 표수는 총 15건으로 후보자 간 표차인 10표를 넘어서게 된다. 문체부는 이 내용을 지난해 12월 두 후보자에게 통보하고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총회에서 ‘재위임’ 인정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한문연 측은 현재까지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또 회장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선거 의무 위반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회장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정선거 의무 위반 정황도 드러났다는 것이다. 모든 후보자에게 공정한 선거운동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후보자에 대한 선거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문을 전체 선거인에게 발송한 점이 공정선거의무를 명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해당 행위 등이 한문연 소속 임직원의 공정선거의무를 명시한 회장선거관리규정 제4조제2항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한문연 회장선거관리위원회는 한문연 이사회 이사(임원) 3명과 외부인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회장 취임 신청 불승인과 동시에 기관의 정상 운영을 위해 재선거를 속히 추진할 것을 한문연에 통보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추진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 후보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으나, 민경오 전 국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이승정 전 회장은 ‘노 코멘트’ 하겠다는 입장을 기자에게 전했다. 한문연 담당자 역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회장 취임 승인 및 정관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주무부처의 의견을 존중하고,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윤 정부, 지방공공기관 통폐합 속도…문체부 산하ㆍ유관기관 재정비 필요

윤석열 정부의 ‘지방공공기관 혁신’ 과제 중 하나인 유사ㆍ중복기관 통폐합은 문화예술계에서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대구문화재단,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관광재단,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미술관 등 무려 여섯 개 기관이 통폐합됐다. 아직 국회 예산심의 절차가 남아있으나,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대표 사업이었던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등 관련 사업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사업으로 통합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찬가지로 유사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문화예술계는 전국 문화예술의 균형발전과 공공예술극장 및 문예회관 지원 및 상호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한문연은 지금 존폐를 논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경기지역 문예회관 관계자는 “핵심 사업이었던 ‘방방곡곡’이 한문연의 손을 떠난 것은 많은 문예회관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정부 정책이 통폐합을 향하고 있는 시점에, 선거 관련 내부 문제까지 겹치니 회원 기관들이 불안과 불신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기관의 설립 취지에 맞는 운영으로 전국 문예회관의 중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대구ㆍ경북지역 문예회관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이미 한 차례 산하기관 통폐합을 겪었기 때문에, 한문연이 타 기관으로 흡수통합 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전국에 있는 230여 개의 문예회관과 문화재단이 그동안 한문연을 믿고 많은 사업들을 함께 진행해왔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혼란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문화예술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하던 한문연이 이번 회장 선거 후유증으로 흔들리다 못해 침몰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 지역의 문화예술 거점은 문예회관이었으나, 지금은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최근 문체부가 한문연의 오랜 사업인 ‘방방곡곡’을 예경 사업으로 통폐합시켰다. 공론의 장 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진 정책 결정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내부 문제를 점검하고 사업을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문연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문화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기관이나 유관기관들 역시 전환이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우려 섞인 조언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