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장동광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장 “공진원, 한민족 정신 계승, 한국 정체성 찾아나갈 것”
[Culture Interview] 장동광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장 “공진원, 한민족 정신 계승, 한국 정체성 찾아나갈 것”
  • 이지완 기자/ 김바울 사진 기자
  • 승인 2023.10.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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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장르 구분 벗어나 ‘통섭의 사고’로 한문화 마주해야
‘공예’ 인류 정신문명의 상징, 그 가치 인정하고 보존 필요
아카이브 작업 통해 한국 미학의 근원과 정신들, 공진원서 볼 수 있게 조성
한민족 문화 원형성 만들어 갈 ‘연구센터’ 만들어야
‘공예’의 철학적 담론 생성 중요, ‘공예 이론가 상’ 제정할 것
‘전통공예 홀대’ 인식, ‘전통공예=전승’ 개념으로만 접근 때문
외국인 인사동 찾을 때, 한국 것 찾기 어려워, 한국미 담긴 상품 더 발굴해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김바울 사진 기자] 소박미와 질박미로 조명 받던 한국이 요즘은 ‘다이나믹(dynamic)’이라는 단어로도 소개된다. 정력적인, 활발한, 역동적인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다이나믹(dynamic)’은 한강의 기적으로부터 시작된 열정적이고 끈질긴 국민성, 그리고 현재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팝’으로도 이어진다. 대한민국은 정말 종잡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과 행사들 앞에서 가끔 어지러워지는 것 같다.

공진원의 설립목적은 “창의적인 공예문화, 디자인문화, 전통생활문화의 확산과 진흥을 통해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이다. 참으로 어려운 설립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장동광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장  ⓒ김바울 사진 기자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장동광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장 ⓒ김바울 사진 기자

지난 7월 장동광 공진원장이 임명됐다. 일민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예술총감독, 유리지공예관 학예연구실장, 안양문화예술재단 공공예술부장,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며 30여 년간 시각예술분야 현장 전문가로 자리해왔다.

기자가 현장에서 장 원장을 만난 것은 지난 2021년 《202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간담회 장이었다. 당시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를 맡고 있던 장 원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반성’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지난 20년 간 이어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비엔날레’라는 의미를 제대로 마주하고, 도예문화의 새로운 부흥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라고 내부 지적을 가한 것이다. 큰 행사를 준비하고 선보이는 자리에서 ‘반성’의 뜻을 내비친 장 원장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특히, ‘도자 비엔날레’라는 행사에서 어떤 가치와 비전이 선행돼야하는 지 진중하게 고민하고 지적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지난 5일 인사동에 자리한 공진원 사무실에서 취임 3개월을 맞은 장 원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진원의 다양한 사업들에 대한 질문에서 장 원장은 명료하고 거침없이 답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한복, 한식, 디자인, 공예를 넘나들면서도 공진원이 지향하고 있는 단 하나의 가치 ‘한문화 정체성의 확립’에 대한 명확한 기조를 전했다는 것이었다. 답의 방향성은 ‘통섭’에 있었다. 장 원장은 인터뷰 중 한옥의 미학적 가치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그는 “한옥을 한 번 생각해보면, 그 안에 먼저 그림이 들어갈 수 있고, 도자기가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상량에는 서예의 필치가 담긴다. 창문에는 한지가 사용될 것이고, 가구에는 전통공예의 기법이 담긴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우리 한국의 정체성이다”라고 정의했다.

장 원장은 자신이 판단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현장의 경험과 그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제시하며 직설화법으로 소신을 밝혔다. ‘한국문화 정체성 확립’이라는 목적성 아래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공진원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우리 공예문화와 디자인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12일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장동광 공진원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지난 7월 4일 공진원장으로 임명돼, 취임 3개월 차에 들어서고 있다. 그간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항상 바깥에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활동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공진원이 어떻게 운영되면 좋을지 구상하고 있었다. 조직에 와서 선결해야 할 일은, 조직 구성원들을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었다. 현재 우리 공진원에는 정규직, 계약직을 모두 합쳐서 138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 임기를 시작하고 두 달 동안 직원 면담을 진행해서, 인력 구성이 어떻게 돼 있는지 파악하고, 직원들의 성향과 전공 등을 생각해서 어떻게 직원들을 배치할지 고민하고 있다.

또 이제 공진원이 창립한 지 23년이 됐다. 청년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앞으로의 5년~20년을 운영할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심 끝에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을 위촉해서 미래전략 위원회를 구성했다. 2021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했고, 우리나라 전통 건축 전문가이신 김봉렬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현재 리움미술관 부관장을 맡고 있는 이준 부관장을 부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위원들은 학계나 디자인, 전시 기획 등을 다 망라해 전문가 분들을 모았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세계는 굉장히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기후변화, 종의 다양성, 다문화적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우리 공진원도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전략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진흥원의 중장기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부 관계자들과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공진원은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이지만, 국민과의 관계성뿐만 아니라 내부 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추구해야 한다. 공공의 목적 달성을 위해 내부적으로 우리 공진원을 후원할 수 있는 그룹을 조성해야 한다. 이 후원 그룹을 대내외적으로 만들어서,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정부기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확장된 네트워크를 가져야한다. 현재 나는 두 개의 트랙을 가지고 공진원의 미래를 고민해나가고 있다. 국민과 공예계 인사들과 함께 나아가는 축, 내부적으로 문화예술계 기관장 및 후원그룹과 걸어가는 축이다. 이 두 가지 트랙을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진원 조직 규모가 꽤 방대하다. 공예, 디자인, 공공디자인, 전통문화, 한복, 한식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것에 어려움은 없는지.

공진원은 인사동 KCDF갤러리로부터 시작됐다. 한국 현대 공예와 전통 공예를 어떻게 조화롭게 국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동시에 한국 공예의 우수성과 미의식을 전하고자기관이 만들어졌다. 후에 공공디자인을 아우르고, 문화역서울284 공간을 위탁운영하면서, 서양의 디자인이나 동시대 디자인을 소개할 수 있는 협력 전시들도 선보여 왔다. 이와 함께, 한복, 한지, 한식 등 한국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을 점하고 있는 것들도 관장하게 됐다.

정리해보면, 공진원은 전통공예와 현대공예를 아우르는 ‘공예’, 그리고 공공디자인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지금 현재의 ‘디자인’, 그리고 한복ㆍ한지ㆍ한식의 우리 ‘한국 문화’를 아우르고 있다. 방대한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돌아가 보면, 공진원이 관장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나라의 정신이 담긴 ‘공예’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의 요소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한복, 한식, 한지 모두 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공예로부터 시작됐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창조하고, 만드는 행위에는 우리의 민족성이 담겨있다. 이런 전통적인 공예의 영역이 현대로 흘러들어 와서 디자인으로 등장하게 됐다. 디자인이라는 영역을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인간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이나 실용적인 어떤 기물들을 만들어서 인간의 편리한 삶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결국 공예의 뿌리와 맞닿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우리 공진원의 사업들은 확장돼 있는 듯 보이지만, 그 큰 흐름은 한국공예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 한국성을 고민하고 이어나가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통으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미의식이 어떻게 현대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지, 이것으로 어떻게 한민족 문화의 원형성을 만들어갈지 추적하고 있다.

공진원의 사업은 확장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귀결처럼, 공진원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진원은 계속해서 그 당위성을 찾아나가고, 대중을 설득해야한다. 현재 ‘K-컬처’라고 불리고 있는 한국 문화의 원형과 구체적인 대안, 방법론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이어나가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의 경우, 구태의연한 전통의 계승에서 벗어나 21세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한국문화의 원형을 갖춰나가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공예의 전통과 더불어, 지금의 현대성과 디자인 가치를 재정립해서 21세기의 원형을 만들어야 한다. 22세기에 우리 한국의 원형성들이 나올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만들어서 넘겨줘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역할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고심하면서 전하고 있는 장동광 공진원장 ⓒ김바울 사진 기자

올해 6회를 맞이한 《공예주간》과 《한복상점》, 그리고 올해 18회를 맞이할 《공예트렌드페어》 등 공진원의 굵직한 행사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각각의 행사별로 보완할 점들이 있다면.

공진원에서 많은 행사들을 주관하고 있다. 각각의 행사별로 보완할 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추진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연구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이라는 말은 옛날에는 의장, 도안이라고 칭해졌던 영역이다. 중국에서는 ‘공작’이라고도 칭해졌다. 아시아에서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서구의 ‘디자인’과는 다른 지점이 많다. 서구는 산업혁명과 기술문명의 발전을 겪으면서, 바우하우스와 같은 모더니즘 국제주의 양식에 획일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역사적 변천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전통 장인들과 수공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그것을 바탕에 깔고 이것을 어떻게 현대의 생활 속에서 구현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달항아리는 그냥 아무 무늬가 없는 ‘민항아리’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형태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이것을 만들고 사용해왔다. 처음 우리 문화 속에서 달항아리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이것을 사용하고자 했지 ‘내 평생의 기술을 다 바쳐서 최고의 공예품을 만들어서 남기고 죽겠다’라는 의미로 만들지 않았다. 즉, 달항아리는 결국 우리 생활문화가 그대로 젖어서 나온 우리 ‘생활문화 디자인’이다. 달항아리가 가지고 있는 무심성, 자연성, 무기교성 그런 것들은 우리네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미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자가 달항아리만 있지 않다. 고려청자, 분청사기 등 굉장히 아름다운 미의 흐름이 있다. 이런 한국 미학의 계보를 우리의 시각으로 돌아봐야 한다. 서양의 디자인 계보와는 다른 우리의 정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먼저 시작하고 있는 것이 아카이브 작업이다. 정식 출판되지 않았더라도, 역사로 남아있는 자료들, 장인들의 기록들을 모아서 한국이 가진 디자인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미학의 근원, 정신들을 공진원에 오면 볼 수 있게끔 조성하고 싶다. 이러한 작업이 갖춰질 때, 우리는 서양의 장르적 구분에서 벗어나 통섭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우리 한문화와 한국 공예를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옥을 한 번 생각해 보면, 마당에 있는 ‘석등’을 미술사 하는 분은 조각이라고 말하고, 공예를 하는 분은 ‘등’이라고 말한다. 기와의 문양도 누군가는 조각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공예라고 한다. 우리 한문화와 한옥은 서양의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영역들이 존재한다. 서구의 시각으로 분리하고, 규격화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종합적이고 통섭적인 사고를 할 때 비로소 한문화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장동광 공진원장 ⓒ김바울 사진 기자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장동광 공진원장 ⓒ김바울 사진 기자

한복, 공예 등 장인적 요소가 들어가는 분야는 유통망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가의 공예품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도 필요한 지점인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시대에 남아있는 유산들은 대게 궁중에서 귀족들이 향유하던 것이다. ‘공예’는 평생을 걸쳐서 공예 기술을 터득하고, 명장이 되기 위한 오랜 시간의 투자 끝에 완성되는 것이다. 현재 현존하는 유물들은 모두 그 명장들의 손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유통’을 우리가 단순히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만들어 유통하는 것으로 한정시킨다면, 공예가 설 자리는 없다. 굳이 공진원이 이렇게 힘을 들여가면서, 공예의 유통을 진행시킬 이유도 없다. 실용적으로 우리가 사용할 밥상이 필요하다면, 합판에 칠을 해서 사용하면 된다. 힘을 들여서 옻칠을 하고 나전을 입힐 필요가 없다.

공예는 인류 정신문명을 상징한다. 문명은 단순히 모든 걸 실용적이고 값싸게 얻기 위해 쌓아온 것이 아니다. 문명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 온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치를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값싸고, 실용적이고, 빨리빨리 이뤄낼 수 있는 방법들과 그렇게 생산된 물질들에 너무 함몰돼 있다. 벗어나야 할 태도다. 우리 공예가 갖고 있는 우수성, 기술성을 잘 살려 나가야 한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장인들의 기술이 후대로 잘 흐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들이 만든 공예가 아래로 흐르고, 후대로 흘러야 한다.

공예를 대하는 우리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유통에 있어서도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명장들이 만든 공예품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애호가, 수집가들이 작품을 보존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보존해서 후대에 우리가 박물관, 미술관에서 그것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과정은 비싼 값을 들여서라도 공진원이 보존하고 이어나가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측면은 대중들도 우리 전통 공예를 즐길 수 있는 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장들이 제작한 높은 퀼리티의 공예품을 우리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대 디자이너나 젊은 공예가들이 우리 전통 공예품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미에 창의성을 더해서, 일반인들도 공예품을 즐길 수 있는 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인사동 상인회,에 전통보존협회 분들과 만남을 가지려고 준비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인사동을 찾을 때, 한국의 공예와 문화상품을 만나고자 오는데 과연 그 상품들 중 한국의 것이 몇 퍼센트나 있는지 묻고 싶다. 창의적인 한국미가 담긴 상품을 우리는 더 발굴해야한다. 우리의 시장 안에서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국의 미가 담긴 공예품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다양성, 다원주의의 시대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옛것이 쉽게 잊힌다. 전통과 현대의 가치 균형을 잘 맞춰나가는 것 또한 공진원의 역할인데, 어떻게 조율하며 보존해야 할까.

사실 전통공예 분야에 있어서는 공진원이 큰 역할을 맡고 있지 않다. 한국문화재재단, 무형문화재 전수회관들이 있고, 현재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이라는 대통령상 공모전도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전통공예가 홀대받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왜 그런 인식이 나오는 것일까 고민해보면, 가장 큰 이유는 ‘전통공예’를 ‘전승’의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역사 속엔 조선만 존재하지 않는다. 고려, 신라 등 많은 역사가 있었다. 이 나라의 민족들은 고려시대 때 귀족적이고 비취빛이 감도는 고려청자를 사랑하다가, 자유롭고 만들다만 것 같은 분청사기의 해학성까지 도달했다. 당시 시대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의 변화는 나라의 국통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예라고 하는 것은 아주 느리게 변화되는 민중의 심리를 담고 있다. 전통이라는 것은 시대의 변화와 시대적 미의식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전승’이라는 것에 너무 함몰돼 있는 경향이 있다.

독일에서 유명한 학술 논쟁 중에 호르크하이머와 헤겔의 역사 문제에 관한 논쟁이 있다. 호르크하이머는 ‘역사 복원론’을 주장하면서, 우리가 지금 시대에서 과거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시대 어떤 시점에서 돌아가서 복원 해야지만 그 시대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헤겔은 ‘그것은 불가능 하다’라고 말한다. 어차피 우리는 과거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시대에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을 계승해 가는 것 뿐이라며 ‘정신 계승론’을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정책 결정자들이 호르크하이머의 ‘역사 복원론’적 사고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가서 봐야지, 그 때의 미학과 정신을 파악할 수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우린 과거로 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헤겔의 방법론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가 갖고 있던 정신을 우리가 계승해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현재성’이라고 하는 걸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본다. 동시대의 우리는 지금 ‘복원’에 굉장히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복원’에만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갖고 있는 정신을 새롭게 계승해서 한국적인 것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공진원은 ‘한국문화 정체성’ 확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재 공진원이 찾아가고 있는 ‘한국문화 정체성’은 무엇인가.

공진원장으로서 행사가 있을 때면 한복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가곤 한다. 그런데 문득 이게 바람직한 일인지 고민이 들었다. 한복을 홍보하고 진흥하는 기관장이 그렇게 잠깐 한복을 착용하는 것이 맞는가 싶었다. 그래서 최근에 좀 현대화된 한복을 하나 구매했다. 앞으로 일상 속에서 자주 착용해볼 생각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서양 건축들이 즐비한 도심 속에서,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의 삶이 이미 너무 현대화되고 서양화됐다.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한문화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국가적 대변혁이 근간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느낀다. 한문화를 되살리고 찾아가는 데에 있어 가장 장애물이 되는 것이 ‘아파트’라고 느낀다. 한국의 정체성을 찾는다고 아파트에 한옥 창문을 달고, 마루를 깔고 하지만 그것은 그냥 한옥의 재현일 뿐이다. 한국 문화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지를 늘리고, 한옥이 가진 여유를 찾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그 국가 대변혁의 시발점이 되고자 우리 일상 안에서 한복을 입고,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감각을 깨우려 하고 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장동광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장 ⓒ김바울 사진 기자

최근에 읽은 책이 있다면.

고대사에 많은 관심이 있다. 미국의 저술가인 제카리아 시친이 쓴 <수메르 문명> 시리즈를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있다. 여러 권의 시리즈라서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인류 문명의 근원적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1492년 명나라의 환관 정화의 기록도 자주 찾아 읽는다. 전 세계를 항해한 기록들이다. 문명의 근원이 되는 것을 찾아서 읽고자 한다. 그것을 알아야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지 알 수 있고,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과제가 있다면.

현재의 공예, 동시대의 공예를 다룰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공예박물관이 있긴 하지만, 현대의 공예를 다루고, 공예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점검할 수 있는 ‘공예미술관’이 필요하다. 현대 공예에 대한 도록도 발간하고, 동시대 정신이 집약되고 기록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박물관은 박제된 유물을 다루는 것이다.

당장의 성과를 만들 순 없겠지만, 먼저 시도하고픈 것은 ‘국제 공예 콜로키움’이다. 전 세계 유명한 철학자, 공예 디자이너, 영화감독, 소설가를 망라해서 “당신이 생각하는 공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연속 강연을 진행하고 이를 책으로도 집필하고자 한다. 우리 시대의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고 싶다.

또 하나는, 현재 공진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올해의 공예가상’과 더불어 ‘공예이론가상’을 제정하고자 한다. 현재 공예가나 디자이너는 많은데, 담론 생성가가 없다. 이론가들이 책을 내고,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기업의 후원을 받고, 그들이 더 확장된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