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2023 문화의 달> 성료…“자연과 예술 어우러진 ‘섬 문화’, 세계화 가능성 열다”
전남 신안군 <2023 문화의 달> 성료…“자연과 예술 어우러진 ‘섬 문화’, 세계화 가능성 열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0.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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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와 ‘섬사람’ 사진 등 섬 문화 내세운 문화의 달 행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육지를 벗어나 처음으로 섬에서 개최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가 이틀간의 문화축제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남 신안군은 ‘섬, 대한민국 문화 다양성의 보고 - 1004섬 예술로 날다’라는 이번 문화의 달 행사 주제에 맞춰 섬 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워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21일 밤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기념행사 개막식이 끝나고 출연진과 참석자들이 어울려 ‘산다이’를 하고 있다. 산다이는 신안을 비롯한 서남해안 도서지역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놀이 문화다. ⓒ 신안군

신안군은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가 예술 전문가와 일반 관람객 모두에게 대한민국 섬 문화와 수려한 자연환경을 알리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23일 밝혔다. 신안군은 문화의 달 기념행사 기간인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자은도 뮤지엄파크 일원을 중심으로 모두 15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04대의 피아노에서 뿜어져 나왔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신안 압해동초등학교 합창단원들이 ‘바다’와 ‘고래’를 키워드로 선보였던 공연, 바람 부는 가운데 진행됐던 ‘외줄 타기’ 등 동서양 문화를 융합해 선보인 개막 공연은 5000명 안팎의 현장 관람객에게 박수를 받았다.

신안 섬사람들과 섬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노순택의 사진전 ‘신안, 섬의 삶, 삶의 섬(신안 만인보전)’은 신안 주민, 관람객 모두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가 개막일 오전 세계적인 설치 예술의 거장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이 전남 신안군 자은도 씨원리조트에서 ‘아티스트 토크’(Artist Talk)를 하고 있다. ⓒ 신안군

행사 기간 신안을 방문한 설치 미술의 세계적 거장 제임스 터렐(미국·80)은 국내외 참석자들과 진행한 ‘아티스트 토크’에서 “섬과 빛, 태양, 파도 소리, 별빛 등을 얘기하며 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라고 말했다.

섬에서 처음 열리는 문화의 달 행사에 걸맞게 섬 문화를 조명하는 국제 학술대회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21일 열린 ‘2023 세계섬문화다양성포럼’에서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세계최우수관광마을 상을 받고 필리핀(보호), 인도네시아(응랑그란), 신안군(퍼플섬) 세 섬의 사례를 살피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을 모색했다.

22일 오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열린 ‘보라해 댄스 페스티벌’은 총상금 1700만원이 내걸린 춤 경연 대회로 문화의 달 행사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신안을 상징하는 보라색(purple·퍼플)에 바다(海)의 뜻을 더한 ‘보라해’ 댄스 페스티벌은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로, 섬사람들의 독특한 축제 문화인 ‘산다이’와도 맥이 닿아 있다.

도쿄에서 방문한 토모코 시나가와(Tomoko Shinagawa) 씨는 “예술이 가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느꼈고, 이 섬들의 정겨운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매료시킬 것 같다”라며 “전통 예술부터 현대음악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공연에 감동을 받았다. 주최 측과 관계자, 지역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22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보라해 댄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 신안군

문화의 달 행사 추진위 “신안 주민과 출연진, 먼 길 와준 관람객 덕분에 성료”

현장을 지켜본 박우량 신안군수는 “이렇게 많은 젊은 친구들이 한꺼번에 신안을 찾아 준 것은 처음 봤다”라며 “내년에는 예산을 더 늘려 더 큰 행사로 만들고 국제 댄스 대회 개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행사가 열린 자은도 뮤지엄파크 일원에서 준비된 ‘김밥 페스타’와 ‘푸드트럭 코너’는 “바가지요금이 없고 맛도 좋았다”라는 평가를 방문객들로부터 받았다.

▲  21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 신안군

반면, 이번 문화의 달 행사는 섬 특유의 변화무쌍한 기상 환경으로 일부 시행착오도 있었다. 10월 20일 오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는 104명의 피아니스트가 임동창 총감독 지휘 아래 피아노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었으나, 대형 텐트를 날릴 정도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전야제는 결국 취소됐다. 또 학생 등 일부 출연진이 갑작스러운 추위·강풍으로 상당히 고생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멋진 공연을 선보여 관람객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AIA(미국 건축가협회) 박세진 건축가는 “열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카이로, 도쿄에서 온 손님들은 마지막까지 머물며 가슴 따뜻한 순간을 목격했다. 비록 첫날은 취소되어 피아노 연주회를 놓쳤지만, 둘째 날은 전날의 아쉬움을 잊을만한 무대였다”라며 “한국 최고의 피아니스트 104명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들의 연주와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들의 조화로운 어울림은 여운이 계속되는 감동을 남겼다. 104명의 피아니스트와 피아니스트 임동창씨는 놀라운 전문성을 선보였으며, 칭찬받아 마땅한 세계적 수준의 연주를 선보였다”라는 감상을 전했다. 

22일에는 사전 신청자와 현장 참여자들이 함께 만든 ‘나도 피아니스트’ 공연이 펼쳐졌다. 신안 1004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이번 무대는, 바이엘 이상 연주가 가능한 이라면 누구든 참가가 가능했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특설무대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신안군

행사에 참가한 피아니스트 바하랑은 “독주로 주로 쓰이는 악기 104대를 한 공간에 모아서 각각의 삶의 역사와 기량이 만나 함께 호흡하는, 설레는 시간이었다. 특히, 피아노로 국악 명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임동창 선생님의 연주는 악기의 한계는 연주자 스스로가 만든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라며 “‘자연이 조금 더 너그러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또한 다시 경험하기 힘든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전북 전주에서 온 송도영 참가자는 “‘나도 피아니스트’ 무대에 함께하게 되어 정말 행복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한마음으로 ‘아리랑’을 연주했던 순간이 특히 가슴 벅차게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신지 씨는 “축제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무대에 참가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수준별 네 가지 편곡 악보로 만들어진 ‘아리랑’을 참가자들이 함께 연주하던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참가자들끼리 모여있는 채팅방에서도 그 때의 기억에 아직까지 행복해한다. 이 폐막무대가 제일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2023 문화의 달 행사’ 강형기 추진위원장은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문화 다양성을 확산하기 위한, 신안다움을 선언하기 위한 행사였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 섬을 건너 건너 도착한 섬(자은도)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많은 분이 찾아 주셨다”아며 “이벤트를 열기 어려운 환경에서 강풍에도 불구하고 신안군민들과 출연진이 성심성의를 다해준 덕분에 문화의 달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