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개인전 《감자설화》, ‘감자’가 지니고 있는 땅의 이야기
김진 개인전 《감자설화》, ‘감자’가 지니고 있는 땅의 이야기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1.01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명시 위치한 ‘오분의일’, 11.4~26
광명문화재단 2023년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작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도시 개발 속에서 포클레인으로 땅을 밀어버린다고 모든 이야기가 사라질까. 오는 4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오분의일’에서 김진의 세 번째 개인전 《감자설화》가 열린다. 예술인협동조합 이루, 오분의일에서 주최하고, 광명시 광명문화재단, 태영D&I에서 후원한다.

▲2021년 4월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 콘크리트 건물 난간에 씨감자를 심는 김진 작가 (사진=작가 제공)
▲2023년 4월,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 콘크리트 건물 난간에 씨감자를 심는 김진 작가 (사진=작가 제공)

김진 작가는 미시적 서사에 관심을 두고 이를 신화 및 민담과 연결해 집단 서사 기억을 다시 쓰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감자설화》전시는 기존의 작업 방식과 다르게, 김진 작가 자신이 재개발 지역인 철산4동 주민들로부터 받은 환대 경험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설화를 창작하게 됐다. 문자가 없을 때에 노래와 이야기로 구전되던 설화에서 단초를 얻어, 작가의 지인들(최미자, 성지은, 이필, Elizabeth Laplace, 김도경)을 ‘감자설화’ 이어 쓰기에 초대했다.

‘감자설화’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에서 시작된 오늘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유년 시절부터 30년째 철산4동 바로 옆 동네인 하안1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진 작가는 지금은 재개발로 빈 집만 남은 마을에서 사라진 이야기를 채록한다. 철산 4동을 방문할 때마가, 주민들은 작가에게 삶은 감자를 나눠주곤 했다. 그때부터 김진은 손 안에 감자알을 꼬옥 쥐고 아주 먼, 먼지 없는 행성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감사설화’의 시작이었다.

▲2023년 6월, 감자꽃을 따는 김진 작가, 감자는 꽃이 피면 보다 더 큰 감자알을 만나기 위해 꽃을 따줘야 한다 (사진=작가 제공)
▲2023년 6월, 감자꽃을 따는 김진 작가, 감자는 꽃이 피면 보다 더 큰 감자알을 만나기 위해 꽃을 따줘야 한다 (사진=작가 제공)

작가는 컴컴하고 척박한 땅속에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의 알이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후 김진은 콘크리트 건물 난간에 씨감자를 심었다.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린다고 해서 철산4동의 이 모든 이야기가 사라질 수 있을까. 사람들이 정주해 살기 이전, 태초에 이 산동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감자를 심고 캐는 행위를 통해 작가는 땅에 묻혀있는 영혼들을 만나고, 땅의 이야기를 듣는다.

김진 작가는 “감자 수확은 일종의 존재와의 접촉이다. 끊임없이 무너지고 세워지는 지표면과 다르게, 땅속 저 깊이에 영원한 불씨처럼 묻혀 있는 감자다”라고 말한다. 전시가 종료되면 ‘감자설화’는 <이동하는 전시장>으로 바뀐다. ‘감자설화’를 함께 잇고 이야기로 써준 사람들을 만나러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