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만에 제자리 찾은 조선왕조실록
110년 만에 제자리 찾은 조선왕조실록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1.09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오는 12일 정식 개관
실록 원본을 상시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선왕조실록이 110년 만에 원 소장처였던 오대산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직무대리 노명구)은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이하 ‘의궤’)의 오대산사고본 원본을 원 소장처였던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실록과 의궤를 보관ㆍ전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하 ‘실록박물관’,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176)을 설립해 11일 오후 2시 개관식을 시작으로 12일 정식 개관한다.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문화재청 제공)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 지방 외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사고에 보관 중이던 실록과 의궤는 당대 기록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인 1913년 실록 전량과 의궤 일부가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민간과 불교계,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2006년과 2017년에 실록이, 2011년에 의궤가 각각 국내로 환수됐다. 현재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75책, 환수된 의궤는 82책이 전해진다.

실록과 의궤는 국내로 환수된 이후 줄곧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 소장돼 왔다. 이 과정에서 실록과 의궤는 원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의 오랜 염원에 따라 문화재청이 오대산에 설립한 실록박물관에서 소장, 관리하게 됐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했던 왕조ㆍ실록의궤박물관을 새 단장해 사용하게 됐고, 총 면적은 3,537㎡로, 지상 2층 규모다.

12일 개관하는 실록박물관은 실록의 원본을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실록과 함께 오대산사고본 의궤 원본도 전시된다. 박물관은 관련 유물 1,207여 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실감형 영상관 등 다양한 공간들로 구성됐다.

▲대례의궤 ‘황제지보 도설’ 부분, 대한제국(1898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대례의궤 ‘황제지보 도설’ 부분, 대한제국(1898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번에 우선 개관하는 공간은 상설전시실이다.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실록과 의궤의 편찬과 분상(分上)부터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반출된 후 110년 만에 본래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1부. 깊은 산속에 품은 조선왕조의 역사, 오대산사고>에서는 조선왕실의 기록물 생산과 보관, 외사고의 역사, 오대산사고의 입지와 운영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외사고 전각에 걸었던 <실록각(實錄閣)>ㆍ<선원보각(璿源譜閣)> 현판 등을 전시하고, 영상, 그림, 사진, 지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오대산사고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2부. 조선왕조실록, 역사를 지키다>에서는 태조부터 철종대까지의 472년간의 기록인 실록의 편찬과정을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중종실록>, <선조실록>, <효종실록> 과 함께 살펴본다. 오대산사고본은 1913년 동경제국대학으로 반출됐다가1932년, 200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돌아왔다. 이 중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최종 교정쇄본을 정본 대신 봉안한 유일한 사례이다.

▲영조묘호도감의궤 _반차도_부분, 1890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영조묘호도감의궤 , 반차도 부분, 1890년, 보물,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문화재청 제공)

<3부. 조선왕조의궤, 왕조의 모범을 보이다>는 조선왕조의 행사 보고서인 조선왕조의궤의 편찬과 분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전시다. 의궤에 찍었던 인장인 <유서지보(諭書之寶)>와 활자본 의궤의 도설을 찍어낸 <연화대무의궤도설판(蓮花臺舞儀軌圖說版)> 등을 오대산사고본 <[영조]묘호도감의궤[英祖]廟號圖鑑儀軌>,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 <경운궁중건도감의궤(慶運宮重建圖鑑儀軌)> 등과 함께 살펴본다. 이외에도 로비 공간에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의 반출에서 환수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영상 자료로 소개하여 환수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일이다. 11~4월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하며, 내년 5~10월부터는 관람시간을 오후 5시 30분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자세한 정보는 문화재청 누리집(https://cha.go.kr) 및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누리집(https://sillok.gogung.go.kr/), 유튜브(https://www.youtube.com/@gogungmuseum)를 참고하면 된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내부 전경 (사진=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이번 실록박물관의 개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록유산 및 환수문화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취되길 기대하며, 실록박물관이 여러 곳에 나누어 소장되어 있는 실록과 의궤의 통합 연구기관이자 지역의 문화향유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