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4
장터는 때로 살벌하다.
비 내리는 버스정류장에 하나둘 사람이 내리기 시작한다.
짊 보따리를 갖고 내리는 사람은 기다리고 있던 도매상과
승강이를 벌이면서 장터 안으로 진입한다.
사진 속 여인은 보따리를 낚아채기 위해
비가 내리는데 우산까지 접었다.
보따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물웅덩이를 피해 보따리를 낚아채던 여인이
휘청~ 하는 걸 보니 가볍지 않나 보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가뭄 들면 가뭄 드는 대로,
농사짓는 여인네 마음은 날씨에 따라 간이 쪼그라들고,
피기를 반복하며 자연과 한통속이 된다.
그리고 장날이면 난전에 농산물을 펼쳐놓고 자랑한다.
“아따메 그 콩 한번 번드르허요, 영판 농사가 잘됐네.
그란디 한 되에 얼마당가?”
파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이나 가격을 몰라 도매상한테 달려간다.
간혹 아는 사람을 만나면
“주고 싶은대로 주면 되제, 어째 그런걸 물어싸,
콩만 살랑가, 내 정(情)도 사가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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