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한평갤러리, Gallery TOP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한평갤러리, Gallery TOP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11.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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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이번 컬럼은 필자의 작업실과 전시장에 관련한 이야기이다. 지난 글에 이어서 이색적인 전시공간, 한평갤러리 Gallery TOP을 소개해 본다.

작가의 작업실

설치도예가인 필자는 25년간 한 장소에서 흙작업을 하고 있기에 작업실은 온갖 기자재로 가득차 있다. 작가에게 작업실은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창작을 하고 실험을 하는 동안 숨을 죽이는 곳이며 깊은 밤 혼잣말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작품들이 쌓여있고 여러 이유로 작업이 멈춰버린 미완성작품들도 넘친다. 이 공간만큼은 작가의 정서가 가득하다. 또 작업실의 공간은 평소 작가의 애정템이 잔뜩 널려있다. 벽에는 다른 화가의 작품이 가득 걸려있다. 전시를 마치고 나를 위한 선물로 동료작가의 작품을 걸고 그림이 주는 힐링을 경험하기도 한다. 소장품이 늘어만 간다. 필자의 창작공간에 새 전시공간이 생겨난 배경이 되기도 하다.

한평갤러리, Gallery TOP

필자의 작업실 꼭대기에는 숨은 창고가 하나 있었다. 작은 창문하나가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을 기억하게 하게 만든다. 창고에는 이젤과 캔버스, 잡동사니들이 몇 십년간 가득 했었다.모두 정리를 하고 천장과 벽을 밝은 노랑색으로 칠했다. 긴 코로나로 온 세상이 우울할 때 누가 입장해도 기분좋은 정서를 누릴 수 있도록 쨍한 컬러로 결정을 했다. 전문가를 불러 컬러링을 했다. 누가 봐도 깜짝 놀랄 팝스러운 색감이었다, 제일 먼저 인근에 있는 화가를 불러 개관전시를 하였다. 하루에 3명 남짓한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시기간동안 초대작가는 단 한번도 다녀가지 않았다. 상업갤러리가 아닌 곳에서의 전시는 프로필 한 줄을 늘이는 것 뿐인가? 1회 초대작가의 전시중 태도를 보고 실망이 왔다. 작가에게 전시는 어떤 의미가 있나? 작가의 진정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번째 초대작가는 SBS TV 영재발굴단에 소개된 영재아이였는데 진로를 고민하는 중학생이었다. 최근 붓을 내려놓고 진로에 대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아이의 유아기때 그림을 걸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아이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한편, 다른 전시로 연계되는 귀한 일도 생겼다. 현재 이 영재 학생은 예술고등학교 입학준비를 하고 있다. 전시중 교육단체, 종교단체, 예술단체 등에서 많은 방문을 하였다. 세번째 초대작가는 작업을 많이 했지만 소극적인 예술활동으로 15년간 박스에 넣어둔 작품을 모두 꺼내는 전시가 되었다. 현재 새 비젼을 제시받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프로그램으로 작품에 대한 정체성을 찾게 되었다. 네번째 전시는 잘못된 구설수에 올라 영화를 개봉하고도 설 자리가 없게 된 영화감독의 사진전시였다. 남다른 시선으로 현상을 표현한 이색적인 전시였는데 처음 카메라를 구입하여 찍은 1980년대 영상까지도 감상할 수 있었다. 다섯 번째는 천재소설가 김유정을 추모하는 특별기획전으로 전국에서 수십명의 작가들이 함께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현재는 20년 흙작업을 하고도 전시기회가 닿지 않았던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였다. 전면예약제로 운영이 되니 관람자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기대하고 오는만큼 작가와의 만남과 함께 전시된 작품의 정서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작가정신을 찾는 곳

노랑전시관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의 설레임은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을 대신한다. 작은 전시공간이라 놀라운 흡입력이 있다. 계단을 오르며 생기는 활기찬 마음은 관람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건물 꼭대기에 있으니 갤러리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생기고 ‘노랑방’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내년 전시의 라인업이 이미 정해져있다. 건물의 정식 명칭은 ‘아트스페이스유’이며 전시공간은 Gallery TOP으로 운영된다. 1층은 작가의 작업실, 2층은 작가와의 만남장소로 파티룸, 3층 건물 꼭대기에 한평갤러리가 숨어있다. 하늘이 보이는 곳에 필자의 축복의 종을 걸어두었다. 일반 상업갤러리와는 차별성을 두는데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자주 갖고 작가와 관람객들의 공식적인 만남을 권장하는 편이다. 작품이 구매자를 만나 솔솔 팔려나가는데 현재까지는 창작자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하는 필자이기에 작가에게 100% 작품비를 보내고 있다. 장난삼아 시작한 노랑전시방이 재미있게 달리는 이유는 작가의 진정성를 되찾는 시공간이기 때문이다. 한평갤러리, Gallery TOP의 위치는 남한산성과 하남 미사리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Gallery TOP/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 308. BD ArtSpace_U 010 2920 2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