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좋은 빛에서 살기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좋은 빛에서 살기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3.11.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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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빛공해는 암을 발생시키거나 그 발병 위험을 2배나 증가시킨다고 한다. 또 설사 발병으로 직접 결과 되어 지지 않더라도 불면증, 우을증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는 수면과 관련된 것으로 ‘과도한 빛’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빛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생기는 문제인 듯하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생태계 교란은 보다 심각해보인다.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 개체수의 변이등등 파괴된 생태계의 문제는 결국 고스란히 사람이 사는 환경을 직, 간접적으로 해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안전과 삶의 편의를 위해서 우리가 설치한 인공조명이 과다하거나 잘못된 사용으로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 ‘빛공해’라고 정의한다. 2013년부터는 우리가 설치한 조명으로 발생하는 빛공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하고 빛공해 방지를 위한 전략과 추진과제를 담아 빛공해 방지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벌써 3번째의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바, 과거 계획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차의 주요 추진과제는 인공조명이 실제로 사람과 자연환경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빛공해 영향 평가를 실시하여 빛공해방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지자체별로 빛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4개의 구역(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별로 빛방사를 허용하는 기준을 정하여 관리하도록 체계를 마련하였다. 결과, 첫 5년간, 빛공해는 27%가 13%로 낮아졌고, 건축물의 조명 및 가로등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약45%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2차 계획에서는 단순한 빛공해의 관리 감독에서 ‘사람’에게 이로운 빛으로 주안점을 옮겨 ‘편안하게 잠드는 밤, 은하수가 보이는 하늘’을 비전으로 삶의 질, 가치를 고려한 좋은 빛 문화 조성하고 확산을 목표로 지자체별 빛공해 방지 정책이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관리대책을 도입하도록 하였다. 이는 환경부에서 정해 놓은 빛방사 허용 기준이 도시별 거주하는 사람의 특성이나 산업구조를 반영할 수 없어 제각각인 빛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각각의 상황에 맞는 야간경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빛공해 관리뿐 아니라 그 도시만의 경관적 가치를 높이도록 하였다. 또한, 일반 건축물의 도로의 조명 뿐 아니라 광고나 미디어파사드에 의한 빛을 관리하기 위한 지침을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

 

빛이 주는 피해, 보호받고 혜택 누리도록

정부ㆍ지자체 공감대 형성해야

 

예상컨대, 2024년부터 실시되는 3차 빛공해 방지를 위한 종합계획은 좋은 빛 정착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조명기술의 발전과 신조명기술의 도입으로 다양한 질의 빛의 이용이 가능해져 좋은 질의 빛이 도시에 비추어지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려되는 일은 지자체별로 빛공해와 좋은 빛을 바라보는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아직도 1,2차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정하지 못하고 있거나 정해 놓고도 관리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도시는 야간경관 명소를 만들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겟다는 꿈을 품고 더 많은 빛을 들이기 위하여 관리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간경관 명소가 되기 위하여는 공해가 되는 빛은 걷어내고 좋은 빛을 조화롭게 담아야 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

예방적으로 빛공해를 방지하고 좋은 빛을 장려하기 위해 실시하는 경관위원회는 심의를 받아야하는 대상이 지자체마다 다르고 하나의 빛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이 담당하는 주무부서가 달라 제각각인 경우도 있다. 더욱이 요새 유행하는 빛축제는 한시적 이벤트라는 이유로 빛공해의 관리,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워 여태 보호구역이었던 자연녹지에 은근슬쩍 자리잡고 1달 이상의 축제 기간동안 방사허용치를 훨씬 웃도는 빛을 밝히며 허락받은 빛공해를 유발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환경부는 좋은 빛 만들기 정착에 앞서 빛공해의 관리와 좋은 빛 조성에 있어서 빛이 주는 피해로부터 누구나 보호받고, 그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모든 지자체와의 공감대 형성, 같은 페이지에 있기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