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방방곡곡’ 사업 폐지 후 대책 없는 문체부
[Hot Issue]‘방방곡곡’ 사업 폐지 후 대책 없는 문체부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1.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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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예회관과 공연단체들, 한숨만
한문연 대표 사업 ‘방방곡곡 문화공감’, 내년부터 예경에 통합
문체부 “중복 기능 사업 제거해 효율성 높일 것”
예경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 사업’으로 확대 진행 전망
지역 문예회관ㆍ예술단체 “유사 사업 통합은 예술인 위한 지원 정책 아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의 대표 사업이었던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등 관련 사업을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사업으로 통합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수 기관에서 집행하던 문화예술계 지역 관련 사업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전국 창ㆍ제작 유통 지원사업에 116억 원을 늘린 490억 원이 편성됐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 선정된 민간예술단체 공연 장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 선정된 민간예술단체 공연 장면

한문연을 대표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은 전국 방방곡곡에 문화예술의 창의적 기반을 튼튼히 하고 문화예술을 온 국민과 더불어 누리고자 시작됐다. 우수한 기획ㆍ제작프로그램 및 문예회관-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배급에 대한 지원, 국공립예술단체 및 민간예술단체 등의 우수공연 유통 등을 추진해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나눔을 통해 지역 간의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해당 사업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ㆍ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원 유형은, 민간 예술단체의 우수 공연 프로그램을 선정한 후 각 문예회관에서 유치한 공연의 초청 경비를 일부 지원하는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 국공립예술단체의 우수 공연 프로그램 선정 후 문예회관에 공연 초청 경비를 일부 지원하는 ▲국공립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지역 예술단체 및 주민 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제작 운영경비를 일부 지원하는 ▲문예회관 기획ㆍ제작프로그램(공연, 전시), 공연 콘텐츠를 다수의 문예회관이 참여해 공동제작ㆍ배급 될 수 있도록 개최 경비를 지원하는 ▲문예회관ㆍ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ㆍ배급 등 네 가지이다. 

예년의 일정대로라면, 9~10월부터 조기 공모 신청을 받는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나머지 지원사업도 하나둘 공모 신청 공지가 올라왔을 시기이다. 하지만 한문연과 예경 모두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2023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모집 공모
▲지난해 9월부터 11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2023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모집 공모

한문연 사업 담당자는 “앞서 보도된 바와 같이, 문체부의 내년도 예산안 발표와 함께 ‘방방곡곡’ 사업이 타 기관(예경) 사업과 통합 수순을 밟게 될 것 같다. 우리 기관도 현재 거기까지만 전달받은 상황이다”라며 “다만, 문체부 발표가 있었던 만큼 원래 한문연에서 주관하던 ‘방방곡곡’ 사업은 더 이상 동일 형식으론 진행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사업 지원 공모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문예회관에는 비공식적으로나마 별도 연락을 취해 상황을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은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국립정동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전국 224개 문예회관을 회원기관으로 두고 있는 한문연의 1년 단위 사업이다. 올해를 1개월 반가량 남겨놓은 가운데, 문체부는 한문연과 예경 그리고 각 지역의 문예회관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통합ㆍ폐지했다.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결과 당장 1월부터 시작되어야 할 지역 문예회관 및 민간 예술단체의 2024년 공연 제작/유통 계획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전라 지역의 한 문예회관 관계자는 “‘방방곡곡’은 지역 문예회관의 1년 일정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말 큰 사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민들에게 제공할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유통하게 된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것이 예산 문제인데,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사안이 없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 선정된 민간예술단체의 공연 장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에 선정된 민간예술단체의 공연 장면

문체부는 한문연이 2011년부터 코로나 시기에도 멈추지 않고 이어왔던 ‘방방곡곡’ 사업을 갑자기 중단시켰지만, 새로운 사업 계획이나 구체적인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 담당자는 “문체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논의 중에 있다. 12월 국회에서 2024년 예산이 의결ㆍ확정되어야 이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확정적으로 답변드릴 수는 없지만 한문연의 ‘방방곡곡’ 사업은 예경의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 사업’의 확장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유통 협력 사업’은 문체부와 예경이 지난 2022년 처음 시작해 올해 2년 차이다. 사업을 처음 선보인 지난해에는 민간과 국공립 공연장ㆍ공연단체 구분 없이 지원했으나, 올해는 민간 공연장 및 공연단체만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국공립 단체와 공연장은 협력기관ㆍ단체로 참여 가능했다. 

한 문화예술계 원로는 “문체부가 기존의 지역 문화예술 지원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사업 진행을 멈추기 전, 문예회관과 예술인의 피해가 없게끔 대안을 먼저 내놨어야 한다. 관련 부처에 구체적인 설명 없이, 문체부가 독단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문화예술 분야에 심대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금 사용에 있어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다르게 봐야 한다. 충청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민간 예술단체 대표는 “문화는 효율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효율성을 따지다가 실효성을 놓칠까 우려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화예술 지원은 정권이 베풀어주는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다. 유사 사업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이를 즉시 없애거나 즉시 통합할 것이 아니라, 중복되는 부분을 찾아 세분화 및 다양화해야 한다. 지원금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효용이고 효율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