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문화재 가득한 박물관, 만찬장 사용 괜찮을까
[Hot Issue] 문화재 가득한 박물관, 만찬장 사용 괜찮을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1.15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국박 ‘대통령 만찬’ 이유로 긴급 휴관 문제 지적
국박, 박물관장이 인정하는 경우, ‘국가 행사 개최’ 등으로 휴관 가능, 규정 개정
국가 행사 등 이유로 ‘국민 문화 향유권’ 침해되는 것 아닌지 지적
국중박 “임시휴관 2주 전 공지 등, 철저한 절차 마련”
한국박물관협회 “국가행사로 인한 휴관 득실, 숙고해서 결정해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3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박물관 전시품 관람규칙’ 제 2조 (휴관)의 일부 내용을 개정했다. 개정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민속박물관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및 국립한글박물관장(이하 “박물관장”이라 한다)은 시설의 보수, 전시품의 교체, 국가 행사 개최 등의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정기 휴관일 외에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임시 휴관을 할 수 있다’와 같다.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개정 이전까지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은 1월 1일과 월요일, 설날 및 추석, 그리고 ‘시설의 보수, 전시품의 교체’의 사유로만 휴관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9일의 개정으로 인해 ‘국가 행사 개최’ 등의 사유로 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 해 휴관이 가능해졌다.

이 개정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23일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만찬으로 갑작스럽게 국립중앙박물관을 휴관했고 이 때문에 780여 명의 국민들이 관람을 취소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임 의원은 2022년 국감에서 이를 지적했고 규정과 절차를 마련하라는 주문을 전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나 국립중앙박물관의 대처는 ‘휴관 규정 개정’이었다.

임 의원은 “어떤 이유더라도 관람객인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이 박물관 운영 대원칙이자 상식인데, 올해 개정된 규칙을 보니 ‘국가 주요행사가 있으면 임시휴관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라며 “지금도 정부가 국민에게 돌려준다던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빈 만찬 등의 행사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제약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라며 거센 지적을 가했다.

국립박물관의 휴관 사유 개정은 국민에게 얼마나 동의가 된 사안일까.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해당 사안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을 들어봤다. 또한, ‘국가행사로 인한 국립중앙박물관 휴관’에 대한 문화계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만찬으로 갑작스럽게 국립중앙박물관의 휴관이 알려졌을 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과 한국-멕시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추진된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이 개최되고 있었다. 이건희컬렉션 기증 1주년을 맞아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시기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 보존, 보호 기관이자 국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국민들에게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이 어떤 존재이유가 있는지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지난 6월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취재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지난 6월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취재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은 국민을 최우선으로 한다”

임 의원의 지적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있었던 ‘국립박물관에서 주요 국가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대관 및 휴관 규정을 정비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의 임시휴관일 지정 관련 ‘국립박물관 전시품 관람규칙’ 개정을 통해 ‘국가 주요 행사 개최 등 그 밖에 박물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할 수 있도록 박물관장의 판단 근거를 마련했다”라며 “국가 주요행사 등 정부가 박물관을 이용할 경우 개정된 ‘국립박물관 전시품 관람규칙’과 ‘국립중앙박물관 대관규정’을 근거로 박물관의 기본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박물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박물관 시설을 정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물관 관계자는 임 의원이 주장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되레 휴관 규정을 개정하게 되면서 국가 행사나 대통령 실에서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빈번하게 사용할 근거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어 박물관 관계자는 “휴관 규정을 개정하면서, 그를 위한 상세한 절차도 함께 마련했다”라며 “국가 행사시에 박물관 사용이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 박물관 측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박물관은 임시휴관에 있어서, 어떤 기관에서든지 행사를 개최할 시 최소 2주 간의 시간은 확보하고 대관을 운영코자 절차를 정했다고 알렸다. 즉, 국민들에게 박물관의 임시휴관을 알리는 기간이 2주 이상 확보되지 않으면, 어떤 기관이라 할지라도 대관을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박물관장이 인정을 한 경우’라는 최소한의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 대관이 남용되지 않게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존해야 하는 역할을 지니고 있는 박물관에서 ‘국가 행사’등의 개최가 문화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박물관 측은 “국가주요행사 개최 등을 위해 박물관 시설을 이용할 경우 전시중인 문화재의 보호를 위해 전시실이 아닌 휴게 및 편의공간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국립중앙박물관의 으뜸홀이나 열린 공간 등을 대관하고 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휴관을 하게 된다 할지라도 전일 대관을 하기보다, 박물관을 오후 4시까지는 개방하고 두 시간 정도의 휴관을 추진하는 등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는 데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박물관 측은 “국가 주요행사 등 정부가 박물관을 이용할 경우 개정된 ‘국립박물관 전시품 관람규칙’과 ‘국립중앙박물관 대관규정’을 근거로 박물관의 기본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박물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박물관 시설을 정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라며 공식 입장을 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전경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전경

문화계 “박물관서 국가 행사, 철저한 가이드 라인 필요”

국립중앙박물관 등 다른 국립박물관에도 적용되는 휴관 규정 개정에 대해서, 다른 문화계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정하는 바의 자격요건을 갖춘 비영리 목적의 박물관ㆍ미술관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의 입장을 들어봤다.

협회는 국립박물관 정기 휴관일 외 관장 재량 휴일에 관해 “국가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행사로 인한 휴관의 득실은 재량권을 가진 관장이 허가 시 양쪽의 의견을 숙고해 결정해야 한다”라며 “국립중앙박물관 등 우리 박물관들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최선의 결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본지에 박물관 칼럼을 연재하며,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자문위원이자 남평문화주조장의 윤태석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 대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국립박물관이 대외적인 국가행사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는 한 나라의 문화유산과 자원은 나라와 민족의 국격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또한 ‘문화’라는 것은 외교를 비롯해 여러 대외관계에 있어서 소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격식있고, 어려운 자리에서 ‘문화’는 서로가 말문을 트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국가행사를 치루는 데에 있어서 꼭 전제할 것은 ‘문화재 보호’일 것이라고 강조 했다. 윤 대표는 “박물관에서 행사를 하면서, 음식 섭취라든지 행사를 위한 기기 사용 등 문화유산을 긴장시키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일은 절대적으로 금해야할 것”이라며 “행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아무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서라도, 어떤 중요한 행사라도 우리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국가 행사로 인한 ‘국민 문화 향유권’ 침해 있어서 윤 대표는 “박물관을 사용해야 할 만큼 대대적인 국가적인 행사가 잦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크게 봤을 때, 대한민국이 있어야 국립박물관도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국가 행사로 박물관이 휴관을 하게 되는 것은 국민이 이해를 해줄 영역이지 않을까 싶다”라는 의견도 전했다.

다른 시각의 의견도 있었다. 前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이었던 김승국(문화자유기고가)는 국민의 것이자 국가 시설인 ‘국립박물관’을 국가행사, 정치인들의 의전 등을 이유로 전용(轉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전 관장은 “현재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청와대 영빈관을 국가행사 등의 이유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박물관도 박물관 목적 외의 것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라며 “또한 이런 휴관 규정 개정에 있어서도, 전문가들의 검토와 국민의 동의가 우선돼야할 텐데 너무나 일방적으로 행해진 것이, 현재 국민을 안중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도 느껴진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 사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 박주원 씨의 '잉어가 노니는 국립중앙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前 수원시립미술관 김찬동 관장(전시기획자ㆍ홍익대 초빙교수)도 의견을 나눴다. 김 전 관장은 국가행사를 이유로 국립박물관의 휴관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그 절차상에 있어서 충분한 고지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관람객들에게 사전고지가 된다면 관람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고, 관람객들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아주 급박한 상황의 임시 휴관 등을 대처하기 위해 ‘국립박물관 휴관 규정’을 개정한 것은 규정을 너무 기계적으로 개정한 것이고, 행정의 편의를 위해 관료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되도록 불가피하거나 급박한 휴관의 상황을 만들지 않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휴관을 한다고 해도, 관람객을 우선순위에 두고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화재 수집과 보존’이라는 박물관의 역할 수행에 있어서 ‘휴관’이 문제가 되진 않을까. 김 전 관장은 “문화재에 직접적으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일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관람이나 행사를 차단해야하지만, 대게 행사 등의 이유로 위해가 가해진다면, 예상했을 때 풍화라든지 점진적인 위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전에 대비를 하고 박물관에 미리 고지다 된 상황이라면 대처가 가능한 지점일 것”이라는 답을 전했다.

끝으로 박물관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이자 문화계 인사로 한국민화협회 엄재권 명예회장의 의견도 들어봤다. 엄 회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휴관은 국민들에게 분명히 피해가 가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 행사를 치루는 데에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박물관들이 참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며 “남용되서는 절대 안되지만, 적절한 기준 아래에서 국가 행사 시의 박물관 대관은 허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과 ‘격식있는 국가 행사 개최’라는 것이 부딪힐 때 어떤 것이 우선될 가치일까. 쉽게 어느 한 쪽의 의견을 지지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도 국가의 존재는 국민이 있을 때 더욱 선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남용’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국회에서 지적한 우려도 이해 가능한 범위이며, 지적할 수 있는 문제다. 앞으로 지켜져야 할 것은 정부가 ‘국립박물관’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코자 제안하지 않고, 국민 역시 그를 가만히 두고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