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36일간의 여정 마치며 폐막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36일간의 여정 마치며 폐막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1.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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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제정 ‘사야오페라어워즈’, 대상 <엘렉트라> 등 5개 부문 8개 단체/개인 수상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개관 20주년을 맞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다시, 새롭게! Now, Start afresh’라는 주제로 지난 10월 6일부터 11월 10일까지 36일간 선보인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폐막콘서트’와 ‘사야오페라어워즈’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마르첼로 모타델리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릴라 리와 이윤경, 테너 윤병길, 김동녘, 석정엽, 바리톤 제상철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함께한 이번 ‘폐막콘서트’는 그동안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사랑해 온 대구시민들을 위해 전석 무료로 진행되었으며, 천여 명 이상의 관객이 모여 축제의 마지막을 함께 축하했다.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살로메>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살로메>

이날 ‘폐막콘서트’에 이어, 굴지의 철강기업 TC태창의 후원으로 제정돼 처음으로 개최된 ‘사야오페라어워즈’에서는 총 다섯 개 부문에서 시상이 이루어졌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영아티스트 디렉터 에바마리아 비저 Evamaria Wieser, 국제콩쿠르세계연맹 사무총장 플로리안 리임 Florian Riem, 에스토니아 콘서트(국립극장) 대표 케르투 오로 Kertu Orro,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대표 다니엘레 비미니 Daniele Vimini, 빈 폭스오퍼 극장장 크리스토프 라트슈테터 Christoph Ladstätter등 유럽의 오페라 전문가들이 시상자로 참여해 그 위상을 높였던 이번 어워즈에서, 오페라 대상의 영예는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발레극장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합작한 오페라 <엘렉트라> 에게 돌아갔다. 

오페라 공로상은 지난 20년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연주에 참여해 온 디오오케스트라가 수상하였으며, 주역성악가상은 오페라 <맥베스>에서 ‘맥베스’역을 노래한 바리톤 양준모와 ‘레이디 맥베스’역의 소프라노 임세경이, 조역성악가상은 개막작 <살로메>에서 ‘요한’역을 노래한 바리톤 이동환과 ‘헤로디아스’를 노래한 메조소프라노 하이케 베셀이 수상하였다. 마지막으로 신인성악가상은 오페라 <오텔로>의 ‘카시오’역을 노래한 테너 김명규와 <엘렉트라>에서 ‘엘렉트라’역을 노래한 소프라노 디아나 라마르가 수상하였다. 

▲사야오페라어워즈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디오오케스트라
▲사야오페라어워즈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디오오케스트라, (왼쪽부터)크리스토프 라트슈테터와 디오오케스트라 대표 박은지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메인오페라 다섯 건과 특별기획오페라 두 건, 여섯 건의 콘서트 등 총 26,051명의 관객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공연과 행사를 관람하였고, 객석점유율은 83.7%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수치는 이번 오페라축제의 프로그램 구성을 고려해봤을 때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바그너 이후 독일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꼽히지만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 두 편을 전면에 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비교적 대중적인 작곡가인 주세페 베르디의 작품 중에서도 쉽게 무대에 올리지 않아 자주 만나기 힘든 오페라들을 선정하였기 때문.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살로메>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반응부터 뜨거웠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하엘 슈트루밍어가 선보인 영화적이고도 지루할 틈 없는 연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다양한 오페라들을 연주해 온 로렌츠 아이히너와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선명한 연주, 주조역 성악가들의 절창이 돋보였던 이번 공연은 다소 난해한 음악과 충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양일간 2,200명의 관객이 관람하였으며, ‘연출 콘셉트, 무대디자인, 성악, 오케스트라 음악, 의상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통일성을 이뤄 보기 드물게 완벽한 공연(음악평론가 이용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 번째 메인오페라로 무대에 오른 <엘렉트라> 역시 호평 속에 공연되었다. <엘렉트라>는 대한민국 오페라 75년 역사 중 처음으로 공연된 작품으로, 축제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발레극장 프로덕션으로, 극장장 플라멘 카르탈로프가 연출한 이번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와 섬세한 연출로 등장인물들의 복잡하고도 변화무쌍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지휘자 에반-알렉시스 크리스트와 디오오케스트라가 구현한 ‘슈트라우스 사운드’가 극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으로 <엘렉트라>는‘사야오페라어워즈’에서 오페라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베르디의 작품 중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두 편의 오페라 <맥베스>와 <오텔로>, 그리고 <리골레토>에 대한 관객 호응도 높았다. 특히 <맥베스>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처음 공연되었으며, <오텔로>는 지역에서 15년 이상 볼 수 없었던 작품으로, 지역 오페라 관객들의 작품 경험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던 프로그래밍이었다.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오페라대상을 수상한 <엘렉트라>
▲사야오페라어워즈에서 오페라대상을 수상한 <엘렉트라>

공연 외에 의미 있는 특별행사도 진행됐다. 20주년을 맞아 청년기에 접어든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글로벌 오페라 심포지엄’이 열린 것. 대구예술발전소 3층 수창홀에서 국내외 오페라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탈리아 로시니 페스티벌 대표 다니엘레 비미니의 ‘국제오페라축제의 지속가능 운영 방안’을 시작으로, 빈 폭스오퍼 극장장 크리스토프 라트슈테터의 ‘오페라 전용극장의 경영’,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사무총장 플로리안 리임의 ‘오페라 인재 육성을 위한 신인발굴 콩쿠르의 중요성’,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오동욱 실장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세계화 방안’등 네 건의 주제발표가 진행되었으며, 이후에는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손수연 교수의 진행으로‘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지속운영 방안’을 주제로 한 토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펼친 가운데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 물적 인프라 확충이 필연적이라는 의견이 대세였으며, 축제 스폰서 확보와 기업 파트너십 개발 등 후원제도에 대한 개선을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에 대한 강조 또한 이어졌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관장은 “지난 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한 단계 더 성장한 축제를 보여드리기 위해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을 선정했다”며, “어렵고 무겁게 느낄 수 있는 슈트라우스의 작품과 자주 만나기 힘든 베르디의 작품들을 거부감 없이 관람하시는 모습에서 높은 대구 관객의 수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선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축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희귀한 작품들과 대중적인 작품들을 함께 구성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에 이어, 12월 31일 제야음악회로 한해를 마무리한 뒤, 2024년 상반기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필두로 <파우스트>, <안드레아 셰니에> 등 완전히 새로운 시즌오페라들을 준비하여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