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개막, ‘권옥연 그레이’ 만날 수 있어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개막, ‘권옥연 그레이’ 만날 수 있어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1.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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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랑, 오는 12월 16일까지
오프닝행사 찾은 딸 권이나 작가, 아버지 기억한 자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권옥연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이 개막했다. 현대화랑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권옥연(1923-2011)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16일까지 전시를 개최한다. 권옥연 화백은 특정 사조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독특한 톤과 색채 등 특유의 화풍을 이룩해 내며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펼친 한국 근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다.

▲권옥연, 부인의 초상, 1951, 캔버스에 유채, 91.5 x 59 cm
▲권옥연, 부인의 초상, 1951, 캔버스에 유채, 91.5 x 59 cm (사진=현대화랑 제공)

지난 15일에는 전시 개막과 함께 권옥연 화백을 기억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한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권옥연 화백의 부인인 이병복 무대미술가와도 인연이 있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현장을 찾았다. 특히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권옥연 화백의 딸 권이나 작가도 자리해, 권 화백을 기억하는 밀도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권이나 작가는 어머니 이병복 선생이 남겨주고 간 한복과 전통 장신구를 착용해, 부모님의 흔적을 전시 현장으로 가져왔다.

▲권옥연 화백 포트레이트 ⓒ문선호 (사진=현대화랑 제공)
▲권옥연 화백 포트레이트 ⓒ문선호 (사진=현대화랑 제공)

권이나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모든 기간 동안 행복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아버지 자료를 가져오고, 또 그것을 갤러리로 가져오는 시간들이 내겐 마음이 이끄는 일이었다. 갤러리로 오는 길에 허리를 삐끗해서 고생하기도 했지만, 내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 전시는 자식된 도리도 아니고, 효도 아니고, 아버지를 생각하는 그냥 내 마음이 이끌린 지점이다. 전시만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았다”라며 권옥연 작가 100주년 기념전을 준비했던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권이나 작가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사랑해. 아버지 고맙습니다”라며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었던 말을 남겼다.

▲지난 15일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오프닝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권 화백과 현대화랑의 인연은 1972년 개관 2주년 전시에 초대 작가로 모시며 이어지게 됐다. 이후 1985년 개인전 개최 및 다양한 전시를 통해 지속됐다. 이번 전시는 ‘권옥연 그레이’로 잘 알려진 특유의 회색빛 인물과 풍경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인의 초상〉(1951), 〈절규〉(1957), 〈달맞이 꽃〉(1986), 〈귀향〉(1999) 등 회색 풍경 이전의 1950년대 초반 작품부터 작고 직전인 1990년대까지의 주요 작품 20여 점이 공개된다.

오프닝 당일 전시장을 찾은 문화계 인사들은 1층, 2층 공간을 채운 권옥연 화백의 작품을 보면, 대작과 더불어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며 즐거움을 표했다. 더불어, 권이나 작가가 가지고 있던 자료를 통해, 권 화백의 생애를 살필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빙 비디오도 제작돼 공개된다.

▲권옥연, 절규, 1957, 캔버스에 유채, 80.3 x 116.8 cm
▲권옥연, 절규, 1957, 캔버스에 유채, 80.3 x 116.8 cm (사진=현대화랑 제공)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절규>(1951)는 1950년대 프랑스 유학 당시 시인이자 초현실주의 주창자였던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이 ‘동양적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 Sur-realism)’이라고 호평한 권옥연의 변화된 조형 의식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야생동물을 모티브로 한 상형문자 도상은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는 절실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서울로 귀국한 권 화백은 자신만의 고유한 독립된 조형적 의식을 찾아 나서며 그 어떤 사조나 미술 운동에 동참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억과 토대로부터 자신의 조형 세계를 발전시켰다. 그는 고분 벽화나 민속적 요소,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한자 습자(習字)의 경험 등 떠나온 고향에 대한 기억들을 가지고 오롯이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기반으로 구축해갔다.

▲권옥연, 소녀, 연도미상, 종이에 유채, 35 x 27 cm
▲권옥연, 소녀, 연도미상, 종이에 유채, 35 x 27 cm (사진=현대화랑 제공)

생전 ‘한결같은 중후함과 삶의 진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던 권 화백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창백해 보일 수 있는 회색빛을 띠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색채와 한국적인 미감이 더해지며 관람객에게 따뜻한 온기와 여운을 남긴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회고전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주요 작가인 권옥연 화백의 깊고 푸르른 ‘그레이’ 화면을 다시금 경험하게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