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서울시향 새롭게 이끄는 츠베덴 “바그너ㆍ스트라빈스키부터 현대음악까지, 카멜레온 같은 악단 만들 것”
[현장스케치]서울시향 새롭게 이끄는 츠베덴 “바그너ㆍ스트라빈스키부터 현대음악까지, 카멜레온 같은 악단 만들 것”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1.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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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판 츠베덴 신임 음악감독, 내년 1월 취임…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취임 연주회 협연
신인 지휘자 양성 오디션 및 신인 작곡가 곡 위촉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및 미국ㆍ유럽ㆍ아시아 순회 연주 예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얍 판 츠베덴(Jaap van Zweden) 음악감독이 2024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다. 내년 1월부터 5년 동안 의 임기를 시작하는 츠베덴 음악감독은 지난 2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 시즌 프로그램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향 2024 시즌 프로그램 발표 및 얍 판 츠베덴 신임 음악감독의 향후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 장면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 2024 시즌 프로그램 발표 및 얍 판 츠베덴 신임 음악감독의 향후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 장면 ⓒ서울시립교향악단

츠베덴은 19세에 모국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돼 17년 동안 활동했다. 1996년부터 본격적인 지휘자 활동을 시작한 그는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에서 수석 지휘자(2005~2013)로 활약했으며, 이후 명예 지휘자가 됐다. 그는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2008~2018)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계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뉴욕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안트베르펜 심포니의 명예 지휘자로 임명됐다.

츠베덴 감독은 임기 동안의 주요 계획으로 △오페라ㆍ발레 등 국내 예술단체 및 음악가와의 협업 △미국ㆍ유럽ㆍ아시아 순회 연주 △신인 지휘자 발굴 및 양성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등 4가지 운영 방침에 방점을 찍었다. 매 시즌 오페라도 연주할 계획이다.

그는 “객원지휘자로서 서울시향과 여러 차례 협업하면서 음악적 사파리를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고 싶다면 카멜레온 같은 교향악단이 돼야 한다. 바그너ㆍ바흐ㆍ스트라빈스키부터 현대음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라며 “원하는 퀄리티에 도달하려면 많은 준비와 훈련을 하고 즐겁게 연주해야 한다. 퀄리티는 아주 가끔 나오는 게 아니라 매번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다. 재능 있는 단원들과 함께하는 5년의 여정이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2024 시즌은 1월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제3대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로 축제의 문을 연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며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취임을 함께 축하한다. 임윤찬과 서울시향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향은 신임 음악감독과 함께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시작으로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바그너 <발퀴레> 1막,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브람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임윤찬은 이미 대스타지만 앞으로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를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그래서 협연자로 선택했다”라며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어렵지만 악단의 비르투오시티(virtuosity)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곡이다. 뉴욕 필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 때도 이 곡을 연주했다”라고 설명했다. 

▲2024년 1월부터 5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끄는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2024년 1월부터 5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끄는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시향은 신진 지휘자·작곡가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신진 지휘자 양성과 관련해서는 공개 오디션을 구상 중이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2016년부터 매년 여름 스위스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신인 지휘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첫해에는 지원자가 4명이었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284명으로 늘었다”라며 “서울시향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지휘자들과 1주일간 작업하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뛰어난 기량을 보인 지휘자에게 상을 주고, 관객 앞에서 지휘할 수 있는 연주회를 열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신인 작곡가들에게 곡을 위촉할 계획도 밝혔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인 정재일에게도 위촉 곡을 요청했다. 츠베덴은 “정재일이 자신은 클래식을 전공하지 않았고 전문 작곡가가 아니라며 처음엔 주저했다. ‘당신의 음악이 너무 좋다, 작곡만 해주면 연주하겠다’라고 설득했다”라며 “지난해 뉴욕필에서 19곡을 세계 초연했다. 한국 작곡가들과 협업해 2025년부터 다양한 위촉곡을 선보이고 싶다”라고 밝혔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이끄는 7번의 정기공연을 제외한 나머지 9번의 정기공연은 클래식 거장과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2022년 2월 서울시향과 브루크너 교향곡 2번으로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 2011년부터 서울시향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온 핀란드 지휘계의 거목이자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이자 내년 4월 동양인 여성 지휘자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는 김은선, 고음악부터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 세계를 구축한 영국 고음악의 거장 리처드 이가가 서울시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이외에도 올해 빈 필하모닉 내한 공연을 이끈 투간 소키예프, 7년 만에 서울시향과 만나는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투와 니콜라스 카터, 마르코 레토냐 등 세계 정상급 지휘자들을 서울시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해외 협연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ㆍ아우구스틴 하델리히ㆍ레이 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ㆍ시몬 트릅체스키,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ㆍ다니엘 뮐러쇼트,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 등이 참여하며, 한국인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플루티스트 김유빈 등이 관객과 만난다.

▲손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서울시립교향악단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내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대표적인 클래식 레퍼토리를 준비했고, 이를 하나하나 훑으며 지휘자와 단원들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평소 클래식 음악에 가깝지 않은 분들도 클래식 입문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향 티켓 구매 및 문의사항은 내달 6일부터 서울시향 홈페이지와 콜센터(1588-1210)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