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남사당패 최초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 풍물 위에서 줄을 타다
[현장스케치]남사당패 최초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 풍물 위에서 줄을 타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1.2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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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
~11.26, 국립정동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막이 걷히면 어린 소녀 바우덕이가 춤추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무대 이곳저곳을 누빈다. 하지만 이내 엄마는 빨간 댕기만 남긴 채 홀연히 떠난다. 바우덕이는 거친 세상에 방황하고 휩쓸리지만, 엄마를 닮은 사람들을 만나 하얀 옷을 입은 무리 속 하나의 붉은 음직임이 된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 사진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 사진

여성 최초 남사당패 꼭두쇠로 활약한 바우덕이의 삶을 다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신작 <암덕: 류(流)의 기원>이 지난 22일 개막했다. 

‘암덕’은 여성 최초로 남사당패 꼭두쇠(우두머리)로 활약한 바우덕이의 본명 ‘김암덕’에서 딴 제목으로, 남사당패를 조선 대표 민간예인집단으로 이끌어 낸 그의 뛰어난 재기와 예술혼을 조명하는 동시에 가려져 있던 인고의 시간과 강인함을 담은 스토리로 이루어진다. 

<암덕: 류(流)의 기원>은 전통 연희의 대중화 바람을 일으킨 유랑예인집단의 원류(源流), 남사당놀이 ▲풍물(농악) ▲버나(대접돌리기) ▲어름(줄타기) ▲살판(땅재주) ▲덧보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 여섯 종목을 현대적으로 무대화한 전통 연희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 사진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공연 개막에 앞서 22일 오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안성 바우덕이 축제’에 우연한 계기로 참여하게 되면서 남사당놀이를 만나게 됐는데 큰 울림과 감흥이 있었다. 이런 최고의 전통예술을 세계인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라며 “그러던 차에 국립정동극장에 대표이사로 오게 됐고, 다채로운 전통연희를 지향하는 예술단의 정체성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25년 극장 개원 3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그때도 더욱 이 작품을 발전시켜 무대에 선보이고 싶다. 지역 우수 콘텐츠로 우리 국민이 어디에서나 함께 암덕을 향유하게 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 사진

실존 인물의 서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보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압축적인 성장의 순간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극에는 여러 연령대의 암덕의 초상들이 담겨있다. 주인공 암덕은 어린 암덕, 춤추는 암덕, 줄 타는 암덕, 노래하는 암덕 등 총 4명의 출연진이 장면마다 필요한 요소들을 채워넣는다. 

‘어린 암덕’은 이유주가, ‘노래하는 암덕’은 국악인 서진실(국악 퓨전밴드 AUX 보컬)이, ‘줄 타는 암덕’은 여성 어름사니(줄꾼)로 잘 알려진 박지나(안성시립바우덕이풍물단 단원)가, ‘춤추는 암덕’은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무용단원 조하늘이 맡았다.

민새롬 연출가는 “암덕의 삶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간이라면 마주하게 되는 삶의 단계들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라며 “작품은 여성 연희 예술인의 특수성을 호소하기보다 한 인물이 성장하는 국면을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소개함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모두가 마주하는 국면을 보편적으로 전하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암덕: 류(流)의 기원>의 하이라이트로 한 장면을 꼽자면, 꼭두쇠가 된 암덕이 외줄타기를 선보이는 3장이 아닐까. 공연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줄타기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손에 더욱 땀을 쥐게 하는 남사당패의 풍물(농악)과 버나(대접돌리기)는 한 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암덕: 류(流)의 기원> 공연 사진

안무를 맡은 이현 안무가는 “작품의 흐름 속에서 남사당놀이는 오브제로, 때로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과 내면의 주제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소재로 사용된다”라며 “암덕은 강산을 바꾸는 거대한 물줄기처럼 우리 삶에 스며든 전통 연희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정신과 미학을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새로운 전통으로 선보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 사용되는 남사당놀이를 원래의 형태 그대로 무대로 옮기기보다는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서순정 작곡가는 “현대적 감각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사당이 했던 음악에 대한 고증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정기공연 <암덕: 류(流)의 기원>은 오는 26일까지 공연되며, 예매는 국립정동극장 홈페이지 및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4만원. (예매 및 문의: 국립정동극장 02-751-1500 www.jeongdo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