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통 보자기 80여 점 담긴, 《전통자수 보자기, 싸다ㆍ묶다ㆍ덮다ㆍ담다》展
순수 전통 보자기 80여 점 담긴, 《전통자수 보자기, 싸다ㆍ묶다ㆍ덮다ㆍ담다》展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1.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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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자수박물관, 내년 2월 28일까지
유희순 자수 명장과 제자 55명 함께하는 자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 조상들은 보자기로 물건을 싸놓으면 복이 간직된다고 믿었다. 보자기는 한자로 복(袱), 보(褓), 보자(褓子) 등으로 불려왔는데, 음이 같은 복(福)도 보자기를 뜻하는 한자어로 사용됐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염원과 미학이 담긴 보자기를 선보이는 전시가 개최된다. 강릉자수박물관에서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리는 초대기획전 《전통자수 보자기, 싸다ㆍ묶다ㆍ덮다ㆍ담다》다.

▲유희순, 복비도주 보자기, 50X50 cm - 복사본
▲유희순, 복비도주 보자기, 50X50 cm (사진=유희순 제공)

보자기는 예로부터 물건을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 사용하던 네모난 천이다. 만드는 이에 따라 배색의 조각과 자수문양, 그리고 매듭의 모양이 다채롭게 변하는 것이 특징으로 보자기는 우리네 생활 전반에서 널리 사용돼 왔다.

이번 전시는 유희순 자수 명장이 제자들과 함께 준비한 전시다. 유 명장은 동국대학교 미래융합교육원에서 27년(1998년~현재) 54학기 째 전통자수를 지도하고 있고,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2년(2021년~현재) 4학기 째 궁중자수를 지도해오고 있다.

전시에는 바늘을 처음 잡아본 기초에서부터 최고지도자과정까지 수료한 숙련공인 제자들이 다 함께 참여했다. 또 특별한 참가자로는, 일본의 제자들이 있다. 유 명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일본인 제자 사유리를 통해 일본 제자 18명을 함께 교육했고, 함께 전시를 하게 됐다. 전시에서는 유 명장과 유 명장에게 전수받은 제자 37명과 일본제자 18명, 총 55명의 제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수조문 보자기, 42.5X42.5cm  (사진=유희순 제공)

제자들은 궁보(宮褓)를 비롯해 민보(民褓)의 다양한 문양을 갖고 각기 다른 보자기 작품을 제작해 선보인다. 아울러 같은 문양이어도 명주실과 바탕천의 색을 달리해 작가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한 순수 전통자수 보자기 작품도 볼 수 있다. 총 8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선보이게 된 강릉자수박물관의 안영갑 관장은 “자수보자기는 침선 기술과 기능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규방 여인들이 살아 온 인고의 세월과 애환이 녹아 있으며 간절한 가도와 염원과 같은 인문학적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라며 “자수보자기에는 바늘 한 땀이 이뤄내는 인고의 미학, 가족들에 대한 기도를 담은 염원의 미학, 자수를 놓는 행위로 완성되는 치유의 미학이 있다”라며 전통 자수보자기의 가치를 설명했다.

▲유희순, 기하학(페르시아) 문양 보자기, 42.5X42.5cm
▲유희순, 기하학(페르시아) 문양 보자기, 42.5X42.5cm  (사진=유희순 제공)

한편,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이 전시의 축사를 전했다. 김 이사장은 “강릉은 한국 ‘민보’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하면서 추상적인 문양의 강릉수보자기가 탄생한 지역”이라며 “훌륭한 역사성과 유래성을 지니고 있는 강릉수보자기와 더불어 왕실의 존엄과 위엄을 나타내는 궁보, 기타 지역에서 전래되고 있는 전통자수보자기를 중심으로 유희순명장과 한ㆍ일 작가들의 작업을 볼 수 있어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