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Now is Better : 지금이 더 낫다》展, “인류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
[현장스케치] 《Now is Better : 지금이 더 낫다》展, “인류는 계속 나아지고 있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1.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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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년 3월 3일까지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본 세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우리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연이은 전쟁 발발 소식, 세계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세계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 에서 ‘아니다’라고 말하며, 인류에게 희망을 얘기하는 전시가 열린다.

▲《Now is Better : 지금이 더 낫다》展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Now is Better : 지금이 더 낫다》展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사진=DDP 제공)

상업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다진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가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치는 전시를 선보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잔디사랑방에서 열리는 《Now is Better : 지금이 더 낫다》다. 내년 3월 3일까지 무료로 개최된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다. 동시에 본인 스스로를 디자인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삼아 ‘행복’(‘Happy Show’ 2012), ‘아름다움’(‘Beauty Show’, 2018) 등의 주제를 탐구하는 작가다. 스테판은 “나는 디자이너로써 입지를 다졌고,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꿀 제안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에 있다”라며 “세상을 위해서 전시를 개최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세상이 나아지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테판은 Lou Reed, The Rolling Stones, David Byrne, Jay Z, Aerosmith, Talking Heads, Brian Eno 등 유명 팝스타들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했으며,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앨범 패키지 부분에 8번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2회 수상한 경력이 있다. 또한,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포함 그의 2012년 멀티미디어 전시 ‘The Happy Show’는 ICA 필라델피아, LA 현대미술관 등 유수 미술관과 디자인 센터를 순회한 바이다. 2018년에는 《The Beauty Show》 전시로 비엔나,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유럽 주요 도시 미술관을 순회했다. 스테판의 작품은 뉴욕 모마,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We’d rather be alive than dead:삶은 그 어떤 경우에도 죽음보다 아름답다> 전시 전경 (사진=DDP 제공)

미래를 버틸 수 있는 힘에 대해

전시 개막과 함께 지난 16일에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직접 참여한 언론공개회 자리가 있었다. 스테판은 지난 2012년 세종미술관에서도 전시를 개최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비교해 ‘지금이 더 나은 세상이다’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한국 개최 전시인 만큼, 서울에디션과 DDP에디션이 공개된다.

스테판은 지난 50년에서 200년 사이의 삶의 질, 기대수명, 죽음, 빈곤, 범죄율, 온실가스 배출 등의 글로벌 이슈와 연관된 유의미한 데이터와 근거자료를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의 시각을 표현한 혼합매체 작품 시리즈를 제작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인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조금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밝은 면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간담회에서 스테판은 ‘미디어’ 종사자인 기자들과 자신의 작품을 비교해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스테판은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분들은 미디어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고, 단기적으로 세계를 알리고 있다. 미디어는 굉장히 빠르게 세상을 알리고, 또 그것을 그 나름의 역할이 있다”라며 “하지만, 100년 단위로 세상을 보게 되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내 작품은 UN이나 월드비전에서 발표한 유용한 자료들을 활용해 교육이나 식량, 수명 등의 데이터로 세계의 장기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이 전시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 뿐만 아니라, 미래를 막연하게 맞닥뜨리고 있는 젊은 세대를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스테판은 “나는 61살이고, 그만큼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가끔씩 내가 지치고 힘들면 주위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하고, 삶의 태도로 긍정적으로 이끌지 못한다”라며 “젊은이들은 그 힘이 부족하다.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힘을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The Air That I Breathe, 전 세계 인구 10만명당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수 (사진=DDP 제공)

인류 문명이 변화한 방향, “지금이 더 낫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디자인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새로운 정보를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15년에는 세계적으로 번개에 맞아 사망한 사람이 50명이었다면, 100년 후인 2015년에는 날씨를 예측하는 기술, 전기 시스템, 그리고 안전 장비의 발전 덕분에 단 1명의 사람만이 사망했다. 작가는 이처럼 흥미로운 데이터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작품에 활용되는 데이터들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작품 <Two Markets>은 2가지의 도형을 통해 연간 501억 달러 규모의 미술 시장이 얼핏 거대해 보여도, 503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기저귀 판매량보다 적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Gimme Space>은 10만 달러로 두바이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의 면적(13.2㎡)과 맨하탄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의 면적(6.0㎡)을 비교한다. 서울의 부동산 시세와도 견주어 봐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스테판은 이번 한국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국에 대한 자료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스테판은 특히, 급격하게 증가한 한국의 기대수명에 대해서 주목했다. 작가는 UN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살펴보던 도중 지난 120년간 한국의 기대수명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길며, 유럽이나 미국 사람보다 평균보다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120년 동안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의 의료와 복지, 그리고 경제 수준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스테판은 이러한 발견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잔디언덕에 설치된 공공디자인 작품 <We’d rather be alive than dead:삶은 그 어떤 경우에도 죽음보다 아름답다>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12월 3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한국의 급격한 기대수명의 증가는 작가가 전하고 있는 ‘Now is better(지금이 더 낫다)’라는 메시지와 연결되고 있다.

<We’d rather be alive than dead: 삶은 그 어떤 경우에도 죽음보다 아름답다>는 기대수명의 변화상을 120개의 에어댄서로 표현한다. 한국의 1904년부터 2023년까지 그해 기대수명을 상징하는 에어댄서들이 한국의 오방색을 띠고 설치돼 있다. 1908년 약 24.1세였던 가장 낮았던 기대수명부터, 2023년 현재 83.7세에 이르는 8미터에 달하는 가장 높은 에어 댄서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박물관 수, 서울 DDP 연간 방문객 수, K-pop 관련 트윗의 전 세계적 증가 수치,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을 토대로 제작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DDP 에디션
▲DDP 에디션 <Growing> (사진=DDP 제공)

지금 우리의 세상은 ‘좋다’라고 말할 순 없다. 취재진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살과 분쟁, 질병들을 언급하며 과연 지금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스테판은 단기적 시야와 장기적 시야를 언급하며, ‘디스토피아는 없다’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200년 전의 사람들은 지금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계속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것이 하나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스테판의 작품에서는 수치가 추상적으로 표현돼 있고, 굉장히 아름다운 형태로 드러난다. 작품 안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는 마치 선명하게 드러나는 단기적 수치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깊게 봐야하는 장기적 수치의 관계와도 같다. 우리의 세상은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다. 스테판은 그 많은 시각 중 긍정의 시각을 택해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