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샤마니카 페스티벌Ⅰ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샤마니카 페스티벌Ⅰ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3.11.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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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우리 조상들이 최초로 함께 구경한 <공연>은 무엇이었을까 ? 

오래전부터 우리 공연예술의 발전사를 보면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서양의 문화발전사를 보거나, 한 중 일의 공연예술사를 비교해 볼 때 유독 한국의 경우 <희곡> 문화가 발전하지 못하고 늘 대본으로만 존재하거나 아예 대본도 없이 공연이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 매우 이상하게 여겨졌다. 오히려 모든 공연이 우리나라에서는 퍼포먼스로 마감하는 게 생동감과 만족감을 주며 관객과 하나 되어 공연을 마감하는 것이 특이함으로 다가왔다.

서구에서 유래된 연극의 3요소인 대본, 시간, 공간 등으로 완결되는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드물게 희곡이 있을 자리에 얘기가 엮어지며 관객이 관극하는 거리가 주어질 틈도 없이 관객과 함께 연극이 완결되며 끝나는 경우를 흔하게 보는 것이다.

이러한 희곡 부재나 대본 부재의 경우에도 무대와 관객이 함께 행복하며 관극이 끝나는 특징이 내게는 수수께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나는 우리 희곡의 발전사를 들여다보는 대신 관극사를 더듬어 살펴보기로 했다. 우리의 선조들이 제일 먼저 구경이라고 한 것이 무엇일까?

거기에서 나운 큰 해답이 나를 놀라게 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선조들이 제일 먼저 구경이라고 한 것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은 것’이다. 관객으로 함께 구경한 대상은 <굿>이었고 <굿> 은 희곡이 있기 이전에 공연이며 그 내용은 대본이며 구경꾼인 굿의 참여자는 굿이라는 공연에 참여자인 동시에 주인공이었다. 주인공이 신에게 빌거나 신을 대리하는 무당의 공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참여하는 주인공이 있는 동시에 참여한 친지와 식구들이 관객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의 최초의 무대예술의 원조인 <굿>을 평가절하한 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엄한 곳에서만 연극사를 더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평가절하하고 미신이라고 내팽개쳐 버려두었던 <굿>을 한국 공연예술의 최초의 자리에 놓고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공연예술사의 근원>을 살피는 최초의 작업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당시 내가 공부 삼아 진지한 관객으로 굿을 보려 하였으나 제대로 된 <굿>의 전 과정 을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 명성을 누린다는 무당도 제대로 된 굿을 하기에는 돈과 조건이 여의치 않아 한 두 시간으로 굿을 끝내버린다.

그러나 다행히 1990년대 말에 이르면서 문화부는 <굿과 무당>을 인간문화재 반열에 올려 등록하려는 조짐이 보였다. 이름 있는 무당들은 분발해, 학문의 대상으로 삼기에 손색없는 ‘<굿>의 전 과정’을 성실히 구현하는 분위기로 접어든다

<샤마니카 Schamanika> 용어 만들어 세계최초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아울러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인류의 학문하는 태도에는 큰 변화의 조짐이 다가온다. 인간의 이성에 크게 쏠려 이론중심으로 세상과 인간을 쪼개어 관찰하던 르네상스 이후의 학문적 성향으로 인해 공연예술의 전 과정이 무용, 음악, 연극 등으로 분리되어 발전했다. 그 결과 학문도 각각의 독자적 영역으로 분리 관찰되던 경향으로 이어졌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종합하여 관찰하는 경향을 띠면서 용어까지 변경하며 공연예술 각 분야의 발전과정을 변화를 견주어 종합관찰하는 태도로 바뀌어온다.

예를들어 계량학 Metrology는 그 발전사까지 종합하여 연구하는 Metrologica, 또는 Metrologika로 표시된다. 계량학 발전의 근원과 각 분야뿐만 아니라 그 분야의 발전을 발전사에 견주어 살피는 태도로 종합적 시각으로 발전사 연구를 포함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샤마니카 Schamanika> 어원의 뜻과 유래

때를 같이하여 샤먼 문화에 대한 연구도 이에 걸맞게 무당만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굿과 무당에 관한 발전사까지를 포함하는 용어를 샤마니카 Schamanik로 명명했다. 서양사람들이 Primitive로 명명하여 연구하던 용어를 나는 Primeval <최초의>라는 어의로 바꾸어 나는 굿을 우리문화 최초의 공연과 제의로 상정했다. <굿>을 우리 공연예술의 최초의 공연예술과 우리 문화 최초의 <제의>의 대상으로 관찰하기로 하고 문화로 환치시켰다. 이어 세계 각 지역의 굿을 비교 연구하며 <굿의 내력과 역사, 형태와 변형의 과정을 현장과 관극의 대상으로 삼으며 관객과 함께 이루어지는 <인류 최초의 연극의 형태>로 고찰하고자 국제적 굿 페스티벌 <샤마니카 페스티벌>로 명명했다. 국제무대 속에서 우리의 굿의 비교 관찰 연구를 1997년에 실행에 옮겼다.

다음호에는 그. 첫 행사와 샤마니카 제1차 5개년 계획의 진행과 좌절에 관해 논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