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산통 끝에 마련된 ‘지역문화진흥법’
‘지역문화진흥법’이 발효된 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2014년 이 법이 제정될 때만 하더라도 ‘서울’ 중심으로 편향된 문화에서 지역적인 것, 지역다운 것을 찾아내고 가꾸어 지역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 활성화나 지역재생과 같은 지역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당시 논의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지역주민 문화생활 향상, 지역경쟁력 제고’라는 세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는 서울과 서울이 아닌 지역 간의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지역주민 문화생활 향상’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마지막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 활용을 통한 지역경쟁력 제고’는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서울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지역 고유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은 문화적 가치를 찾아내고 보전하고 활용하여 지역발전, 지역 활성화, 지역재생 등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만들어졌지만, 법 구현의 길은 아직 요원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역 문화진흥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지역 문화진흥을 위한 법이 제정·시행되었다 하더라도 정부와 광역 그리고 기초지자체가 이 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와 구체적 협업과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법의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그래서 ‘지역문화진흥법’ 제4조에는 지역 문화진흥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제6조에는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역 문화진흥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 시행, 평가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평가 결과에 대한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병행하여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법이 구현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현재 문체부에서는 ‘지역문화진흥법’ 제11조(지역문화실태조사)에 의거 3년마다 광역은 물론 기초지자체까지 ‘문화정책 영역’, ‘문화자원 영역’, ‘문화활동 영역’, 그리고 ‘문화향유 영역’ 네 영역으로 나누어진 문화지표를 설정하여 문화지표 성취도를 조사하기 위한 ‘지역문화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설정된 문화지표의 ‘문화정책 영역’은 ①정책사업 영역, ②정책환경 영역, ③문화예산 영역으로, ‘문화자원 영역’은 ①문화유산 영역, ②기반 시설 영역, ③자원 활용 영역으로, ‘문화 활동 영역’은 ①활동 조직 영역과 ②활동 인력 영역으로, 마지막 ‘문화 향유 영역’은 다시 ①지역주민 영역과, ②소외계층 영역으로 구분되어 평가한다.
문체부 ‘지역문화실태조사’ 평가, 인센티브와 패널티 병행돼야
정말 치밀하게 잘 설계된 세부 문화지표이다. 이러한 각 지표에 가점을 배정해 이를 수치로 환산한 ‘지역 문화 종합지수’를 정량적으로 산출하여 지자체별 평가표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조사와 평가가 조사와 평가로만 그친다는 점이다. 평가 결과에 후속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평가 결과가 나쁜 지자체에 대하여 패널티도 시정요구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3년에 한 번, 잊을 만하면 시행하는 조사와 평가에 그친다는 점이다. 이러니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실태조사와 평가에 대하여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정신이 구현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실태조사는 3년마다 시행할 것이 아니라 매년 시행하고, 평가 결과는 즉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하여 지자체별 노력 정도를 모든 국민이 공유하게 하고, 우수한 지자체에는 특별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노력 정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지자체에는 재정지원 삭감은 물론이고 시정조치 요구 등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민이 자신들이 선출한 지자체장에 대한 평가도 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실효적인 방법이 되리라 확신한다. 법만 만들면 무엇하나? 지켜지게 촘촘히 만들어야 실효적인 법이 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