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포토에세이 008] 물랑
[이명호의 포토에세이 008] 물랑
  • 이명호 사진가
  • 승인 2023.11.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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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 ⓒ이명호
▲물랑 ⓒ이명호

물랑(moulin). ‘루’, ‘곳간’, ‘방앗간’ 등으로 쓰여 온 다목적 공간. 포도주 산지, 생떼밀리옹(saint-émilion)의 샤또(château), ‘라호끄(laroque)'. 포도 수확기를 맞아 분주했던 하루가 저물어가던 때 바람결 따라 바람 쐬며 걷는데, 끝없이 펼쳐진 포도 농장을 해와 달이 동시에 비추고 있길래, 자연이 자아내는 묘한 분위기를 흠뻑 느끼다, 어디선가 새까만 개 한 마리가 불현듯 나타나더니 이른바 ‘포토제닉(photogenic)’ 상이라도 달라는 듯 한껏 포즈를 취하던 장면이 사뭇 비현실적으로 다가와 마치 포도주인 양 음미하던 어느 가을 날 늦은 오후.

44.8914N-0.1206E/2023.8328Y

이명호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