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2023 공연계 10대 뉴스] 변화 시작된 2023년, 2024년 건강하게 이어지길
[서울문화투데이 2023 공연계 10대 뉴스] 변화 시작된 2023년, 2024년 건강하게 이어지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2.1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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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문연, 기약 없는 한예종 이전…“문체부의 결단 필요한 시기”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근본적인 재검토 이뤄져야
남산 이전 50주년 맞은 국립극장, 한 해 마무리 할 <세종의 노래> 선봬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마지막 한 장의 달력만 남겨놓은 12월,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는 이 시점에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이다. 다가올 2024년을 더 건강하게 맞이하기 위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지난 1년을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지난 2021년부터 본지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국립극장장 자리가 올해 드디어 새 주인을 찾았다. 이와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바뀌는 등 국가 문화예술관련기관 인사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기관장이 바뀌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다양한 변화들 불러온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신년에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반응할 예정이다. 

1962년 성립된 무형문화재 제도는 어느덧 한 세대를 훌쩍 넘기며 ‘세대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올해 가장 뜨거운 무형문화재 이슈였던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 논쟁으로 시작된 무형문화재 제도 논의는 꾸준한 토론을 통한 방안 모색으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올해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역사 속의 인물이 됐다. 국민가요 <향수>를 불러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선 ‘국민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부채춤’과 ‘화관무’ 등을 창시한 원로 무용가 김백봉, 사랑과 삶을 따뜻하게 노래해 온 김남조 시인 등이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아울러, 국내외를 아우르는 페스티벌 소식들도 예년보다 훨씬 다양하게 들려왔다. 본지 기자들은 서울을 벗어나 전주, 대구, 신안, 제주 등 지방 곳곳을 다니며, 여러 장르의 이슈들을 놓치지 않고 전하려 노력했다. 

또한, 여전히 곳곳에 산재한 문화예술계 문제점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원인을 찾고 해결방안을 함께 도출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일도 소홀히하지 않았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문예회관과 예술단체, 지역 주민들의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해온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생긴 회장 선거 관련 문제는, 여느 사건들이 그러하듯 하나의 트러블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는 연쇄적 결과를 낳고 있다. 회장 재선거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한문연의 대표 사업인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은 내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운영하게 됐다. 내부적인 소란에서 시작된 문제가 전국 문화예술인에게 번지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1. 제14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 성료(2023.01.18.)

▲제14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 현장
▲제14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 현장

2023 서울문화투데이 창간 14주년 문화대상 시상식이 지난 1월 27일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수상자 선정위원장인 일랑 이종상 화백을 비롯해 선정위원인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황순자 한국매듭협회장, 소설가 김홍신(홍신문화재단 이사장), 국회의원 서영교(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 갑),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김승국 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홍종구 화가ㆍ정옥희 한국예절교육원장 부부,  성동문화재단 대표,이제훈 전 강동문화재단 대표, 윤광식, 홍상문 한일현대미술작가회장, 모지선 화가,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 문병남 M발레단 대표, 김충한 전 경기도립무용단장,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 이목을 작가,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 안철주 한국 윷놀이 문화진흥원장, 한덕택 전통문화기획자, 여상진 ㈜에스제이텍 서울금거래소 대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과 수상자 등 많은 인원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 사회를 맡은 유승현 설치 도예가와 총 연출을 맡은 이구하 작가는 재치 있는 멘트와 유연한 진행으로 시상식을 이끌어갔다. 

특별대상은 독보적인 역량의 피아니스트이자 한국음악의 DNA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음악장르를 개척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임동창 ‘풍류학교’ 마스터(㈔어엿비 예술단 예술감독)가 수상했다. 

문화대상에는 ▲제주 정서를 ‘오름’에 담아 표현하는 백광익 서양화가(미술) ▲장애예술인의 신체장애 너머 능력을 세상에 알린 윤덕경 서원대학교 명예교수(무용) ▲40여년 간 쌓은 재능을 전국에 퍼뜨리고 있는 박팔영 연극인(연극) ▲세계에 한국 전통자수를 알린 유희순 자수명장(공예) ▲세계에 ‘단색화’라는 용어를 정착시킨 윤진섭 미술 비평가(기획 및 평론) ▲한국과 유럽을 잇는 ‘K-클래식’의 다리를 놓은 유소방 SBU & Partner 대표 (글로벌) ▲한국 피아노의 자존심을 지키는 서상종 그랜드피아노 일번지 대표(메세나)가 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스스로의 장르를 개척한 무대 아티스트 민병구 무대미술가(무대미술) ▲채우지 않고 자연을 담는 시선으로 작품을 만드는 이명호 작가(사진) ▲정체성을 지키며 ‘다양성’으로 오페라를 알린 이회수 연출가(오페라)가 수상했다. 젊은예술가상에는 ▲이론과 실기를 아우르며 한국 창작발레 도약에 기여한 양영은 M발레단 단장(무용) ▲정도경영을 통한 작품성으로 민간 오페라단의 자생력 보여준 그레이스 조 뉴아시아오페라단 단장(문화경영)이 각각 선정됐다.

2. 문화계 원로들의 부고

▲올 한 해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부고 소식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박인수, 김남윤, 김백봉, 신영조, 김남조
▲올 한 해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부고 소식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박인수, 김남윤, 김백봉, 신영조, 김남조

올해도 여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역사 속의 인물이 됐다. 먼저, 클래식과 가곡을 접목해 만든 국민가요 <향수>를 불러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선 ‘국민 테너’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줄리아드 음대에서 마리아 칼라스 장학생으로 공부했다. 이후 그는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라보엠’, ‘토스카’, ‘리골레토’ 등 다수의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했다. 1983년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한 후 박 전 교수는 클래식 음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화에 앞장섰다. 가수 고(故) 이동원과 발표한 크로스오버 곡 ‘향수(鄕愁)’가 큰 인기를 얻었다. 2003년 서울대에서 퇴임한 뒤에는 백석대 석좌교수와 음악대학원장을 맡았으며,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3월 12일에는 ‘한국 바이올린의 대모(代母)’로 불린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명예교수가 지병으로 별세했다. 김 교수는 1993년 한예종 음악원 개원과 함께 창설 멤버로 들어와 40여 년간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서울예고, 미국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뒤 1977년 경희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귀국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부임한 후 음악원장, 한국예술영재교육원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이화경향콩쿠르 특등, 동아음악콩쿠르 1등, 줄리어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 스위스 티보바가 국제콩쿠르 1등 등 국내외 콩쿠르를 휩쓸며 주목 받았으며, 1970년 미국 워싱턴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으로 데뷔했다. 2001년 한국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으며, 하노버·파가니니·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 심사를 도맡았다. 난파음악상, 한국음악평론가상, 금호음악스승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어 ‘부채춤’과 ‘화관무’ 등을 창시한 원로 무용가 김백봉이 4월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20세기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의 제자이자 동서로, 최승희의 월북 이후 한국무용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7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살이던 1941년 일본 도쿄에 있는 최승희무용연구소 문하생으로 들어가 이듬해 무용수로 데뷔했다. 1944년 최승희의 남편인 안막의 동생 안제승과 결혼했으며, 1946년 평양에서 최승희무용단 제1무용수 겸 부소장, 상임안무가로 활동했다. 1950년 남편과 함께 월남한 고인은 1953년 서울에서 김백봉 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장고춤’ ‘심청’ ‘만다라’ 등 600여 편의 창작 춤을 선보였다. 이 중 1954년 첫 선을 보인 ‘부채춤’은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때 2000여 명의 군무로 선보인 ‘화관무’도 고인의 춤을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박인수, 엄정행과 함께 ‘한국의 3대 테너’로 불리며 1980, 90년대 한국 가곡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테너 신영조 한양대 명예교수도 같은 달 14일 뇌경색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한국 가곡의 황금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테너가수 故 신영조 교수는 한국가곡의 전성기였던 90년대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던 수천 회의 한국가곡 연주회에 출연했던 천상 노래꾼으로 본인의 독창회 2부는 반드시 한국가곡만으로 구성하는 원칙을 평생 고수해올 정도로 가곡을 사랑했다. 재직 중이었던 한양대학교 성악과에 국내 최초로 ‘한국가곡문헌’ 과목을 개설하는 등 평생 한국 가곡의 부흥과 학문화에 힘써왔다. 

지난 10월 10일에는 사랑과 삶을 따뜻하게 노래해 온 김남조 시인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시인으로 살아 온 세월이 자그마치 74년인 고인은 첫 시집 ‘목숨(1953)’을 시작으로 ‘사랑초서’, ‘바람세례’, ‘심장이 아프다’ 등 다양한 시집을 펴냈다. 가장 최근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까지 1000여편의 시를 세상에 전했다. 한국 여성 시단의 대표 원로로 활약하면서도 후학 양성과 문단 발전에 힘 쏟았다. 1955년 숙명여대에서 전임강사로 처음 강단에 섰고 1993년 명예교수로 정년퇴임했다. 가톨릭문인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고, 1990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에는 제7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특별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남편인 조각가 김세중(1928~86)과 함께 지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했다.

3.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객관성ㆍ중립성ㆍ공정성 문제

▲무형문화재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무형문화재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1962년 성립된 무형문화재 제도는 어느덧 한 세대를 훌쩍 넘기며 ‘세대전환’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2000년대 이후 1세대 보유자가 퇴장함에 따라, 무형문화재 예술계에서는 전승자 간 혹은 전승자와 정부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용 분야에서는 살풀이춤과 태평무의 신규 보유자 지정을 둘러싸고 상당한 갈등이 표출되면서 인정까지 17년의 시간이 걸렸음에도 여전히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을 둘러싼 논쟁은 2005년부터 2023년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련의 문제들은 비단 경기민요 분야에서만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형문화재 인정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이 확인된다. 특히 경기민요의 경우 이미 2005년 즈음부터 유파 인정 문제를 비롯한 각종 문제가 제기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인정에 이르기까지 전혀 이 부분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 혹은 문화재청의 재용역 실시 등은 없이 유사한 시비와 분쟁들을 다시 반복되고 있다. 

4. 남정숙 대표 ‘명예훼손’ 형사고소 ‘불송치, 혐의없음’ 결론

▲남정숙 대한민국문화예술인포럼 대표에 대해 지난 3월 28일 수사기관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남정숙 대한민국문화예술인포럼 대표에 대해 지난 3월 28일 수사기관이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남 대표는 지난해 4월 19일 서울시 예술회관 대표 안호상 사장으로부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고소당한 바 있다. 

안 사장은 예술의전당ㆍ국립극장ㆍ세종문화회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술센터에서 임직원직을 두루 거친 현직 문화예술계 정점에 있는 권력자이고, 남정숙 대표는 비록 민간인이지만 1세대 문화기획자로서 40여 년 동안 현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계 산 역사이자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남정숙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대우전임교수 시절 성균관대학교 미투 폭로를 했으며 2018년 대한민국 미투운동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남정숙 대표는 본인이 확보한 증거자료들을 근거로 안 사장이 문화예술경영자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5. 정명훈, 부산시립공연장 초대 예술감독 임명…문화예술계 ‘비판’ 목소리

▲부산시립공연장 초대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훈 ⓒ빈체로
▲부산시립공연장 초대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훈 ⓒ빈체로

지휘자 정명훈이 부산시립 공연장의 첫 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 임기는 7월 1일부터이며, 2025년 상반기에 문을 열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와 2026년 개관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을 비롯한 시즌 공연 프로그램과 음악제를 총괄한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립 공연장의 공연 기획 및 유치를 총괄하고, 공연 인력을 육성하는 일 등을 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나, 2년 단위로 재계약할 수 있다.

정명훈은 지난 2015년 12월 30일 마지막 연주를 끝으로 서울시향을 떠난 후, 2년 만에 국내 클래식 무대에 복귀하고 계관 지휘자로 위촉된 데 이어 국공립 단체의 수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정명훈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국내 팬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다. 정명훈은 자신에게 제기된 문제나 의혹 등에 대해 아직 시인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9년 전 그들이 도모했던 대로, 박현정 전 대표는 정상적인 일상을 상실한 채, 여전히 서울시향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 전국에서 펼쳐진 공연예술 축제

▲지난 9월 16일 전라감영에서 진행된 경기전의 아침 ’풍류뜨락’ 공연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
▲지난 9월 16일 전라감영에서 진행된 경기전의 아침 ’풍류뜨락’ 공연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

지난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전국 200여 개 문예회관 및 문화예술 관련 기관, 300여 개 예술단체 등 관계자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PIONEER(개척)’의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된 올해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국내외 공연예술 유통과 문화예술인들 간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참석자 전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공연은 축하무대 1회에 그쳤으나, 개막식 종료 이후 표선 해변무대에서는 프린지 공연과 함께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진 리셉션이 마련되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문예회관, 재단, 공연단체, 개인 예술인이 한데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었다. 

2003년 개관과 동시에 개최되어 성년(成年)을 맞이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다시, 새롭게!’ 오페라로 쓰는 대장정을 펼쳤다. 제2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메인오페라 다섯 건과 특별기획오페라 두 건, 여섯 건의 콘서트 등 총 26,051명의 관객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공연과 행사를 관람하였고, 객석점유율은 83.7%를 기록하였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에 이어, 12월 31일 제야음악회로 한해를 마무리한 뒤, 2024년 상반기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필두로 <파우스트>, <안드레아 셰니에> 등 완전히 새로운 시즌오페라들을 준비하여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육지를 벗어나 처음으로 섬에서 개최된 ‘2023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가 이틀간의 문화축제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신안군은 문화의 달 기념행사 기간인 지난 21일과 22일 양일간, 자은도 뮤지엄파크 일원을 중심으로 모두 15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클래식 음악을 통해 평화 메시지를 전한 ‘디엠지 오픈 국제음악제가 3787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가운데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디엠지 오픈 국제음악제’는 김태한, 한재민, KBS교향악단, 로만 페데리코 등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쳤다. 총 기획은 임미정 예술감독이 맡았다.

7. 한국의 클래식ㆍ무용ㆍ창극ㆍ전시로 채워진, 에든버러 ‘2023 코리아시즌’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이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지난 8월 세계 관객들과 만났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이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지난 8월 세계 관객들과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K-컬처의 확산 잠재력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연중 문화교류 행사를 집중적으로 개최해, 한국문화의 매력을 알리고 양국의 문화·인적 교류를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코리아시즌’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첫 행사를 열었고,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과 세계적 축제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한국 특집주간(Focus on Korea) 운영을 계기로 영국을 두 번째 ‘코리아시즌’ 국가로 선정했다. 올해는 개별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했던 예년과 달리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문화예술가와 단체의 5개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8. 남산 이전 50주년 국립극장, 박범훈ㆍ손진책ㆍ국수호 뭉쳐 신작 <세종의 노래 > 선봬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 공연 <세종의 노래> 연습 장면 ⓒ국립극장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 공연 <세종의 노래> 연습 장면 ⓒ국립극장

국립극장이 남산에서 자리 잡은 지 50년이 됐다. 1950년 서울 태평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 자리에 창립된 국립극장은 대구·명동을 거쳐 1973년 10월17일 남산 장충동으로 터를 옮겼다. 안정적 공연장과 연습 공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고, 분야별 국립예술단체의 태동과 완성도 높은 공연예술 작품의 탄생까지 이끌었다. 이에, 오는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작품의 중심은 박범훈이 2년에 걸쳐 작곡한 미발표곡 ‘월인천강지곡’이다. 독창·중창·합창과 동서양의 관현악이 결합한 칸타타(교성곡)로, 서곡과 8개 악장으로 구성된다. 초연의 지휘는 작곡가 박범훈이 직접 맡는다. 작품의 극적인 선율을 끌어내 경건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세존(석가모니의 다른 이름)과 소헌왕후 역은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와 이소연이 각각 맡았다. 이외에도 세종 역의 김수인을 비롯해 민은경‧유태평양 등 창극단 주역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다양한 인물을 노래한다. 창법과 곡 해석 등 노래 지도는 박범훈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김성녀가 맡았다.

9. 흔들리는 한문연, ‘방방곡곡’ 사업 폐지 후 대책 없는 문체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위치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위치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전경

최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제10대 회장 선거 공정성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한문연의 대표 사업이었던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등 관련 사업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사업으로 통합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수 기관에서 집행하던 문화예술계 지역 관련 사업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전국 창ㆍ제작 유통 지원사업에 116억 원을 늘린 490억 원이 편성됐다. 

예년의 일정대로라면, 9~10월부터 조기 공모 신청을 받는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나머지 지원사업도 하나둘 공모 신청 공지가 올라왔을 시기이다. 하지만 한문연과 예경 모두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다. 문체부는 한문연이 2011년부터 코로나 시기에도 멈추지 않고 이어왔던 ‘방방곡곡’ 사업을 갑자기 중단시켰지만, 새로운 사업 계획이나 구체적인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0. ‘유네스코문화재’ 옆 한예종, 수년째 기약 없는 이전 논의

▲한예종 건물은 의릉을 둘러싸고 조성돼 있다 (좌측)의릉을 둘러싸고 조성된 한예종 지도 (우측)의릉 위성 사진, 빨간색 상자가 한예종 건물
▲한예종 건물은 의릉을 둘러싸고 조성돼 있다 (좌측)의릉을 둘러싸고 조성된 한예종 지도 (우측)의릉 위성 사진, 빨간색 상자가 한예종 건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朝鮮王陵) 중 하나인 의릉(懿陵)의 일부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로 인해 세워진 문화재청의 의릉 복원계획에 따라 한예종은 부지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약 13년 전부터 지금까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논의만 계속되는 중이다. 문체부와 한예종의 결단이 내려지지 않고, 후보지 결정이 미뤄지는 사이 고양시와 송파구의 경쟁에 과천시가 가세했다. 이에 질세라 성북구도 존치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세계유산법)」('21.2.5.)제13조에 의거하여 수립한 「(조선왕릉)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 시행계획(2023~2027)」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한예종과 협의하에 2032년까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코모스의 신관 철거 계획에 대한 답변서에 밝혔던 조치계획은 2008년 8월 구관지역 분관동 철거 이후 전부 시행 ‘예정’으로 남아있는 답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