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2023 미술계 10대 뉴스] 다음 한류는 ‘K-미술’ 확인한 2023년
[서울문화투데이 2023 미술계 10대 뉴스] 다음 한류는 ‘K-미술’ 확인한 2023년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2.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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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맞아, 활짝 열린 미술 현장
미술인들 오랜 숙원인 미술진흥법 통과
《김구림》展,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展 등 ‘실험미술 주목’
대규모 비엔날레 성황, 키아프 등 아트페어도 진전
단색화 거장 박서보 타계, 권옥연 탄생100주년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완연한 엔데믹으로 들어섰다. 지난해가 팬데믹을 끝내고 새롭게 도약을 준비하는 때였다면, 올해는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한 해였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미술계의 성장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힘이 강해진 것도 있겠지만, 미술 시장으로 진입한 새로운 MZ세대의 등장이 끊임없이 한국 미술 시장에 동력이 됐다. 더불어 한국 미술 시장으로 주목되고 있는 세계의 시선과 달라진 국가의 소득 수준이 한국 미술계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돼줬다.

엔데믹을 맞이하고 또 하나 달라진 것은 팬데믹 때와 달리 국가 간의 왕래가 다시금 자유로워졌다는 것이었다. 한국 미술은 더 이상 한국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국가 간 전시교류, 다양한 비엔날레의 장이 펼쳐진 한 해였다. 또한, 단색화 이후 잠시 방향을 잃고 주춤했던 한국 미술계가 ‘실험미술’로 또 한 번의 은은한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전통성을 잃지 않으며, 현대 한국을 마주하고 성장한 젊은 작가진의 힘도 돋보인 한 해였다.

다행히 올 한해 한국 미술계는 울상을 지을 일보단, 나아지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안팎의 살림은 잘 꾸려지고 있는지 돌아봐야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국민의 시선을 해외 속 K-컬쳐 부흥으로 돌리는 사이, 나라 살림 이곳저곳이 삐걱거렸다.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인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의 파행, 국립현대미술관의 5개월 여의 관장, 학예실장 공석 상황 등, 우리 문화계는 앞으로 나아가는 듯했지만 허술하게 운영되는 지점이 있기도 했다.

지난 10월 임명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미술이 등산으로 치면 초입을 벗어나 이제 막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금 이 시점의 한국 미술은 올라서고 있는 중이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완만한 듯 보였던 올해의 시간을 지나 더 성장하는 내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1.미술계ㆍ미술인들의 오랜 염원, 미술진흥법 통과

2021년 미술진흥법 법안 발의 이후 2년여 만인, 지난 6월 30일 미술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미술진흥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미술진흥법」 제정안의 핵심은 ▲체계적인 미술진흥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미술업계를 짜임새 있게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 마련 ▲작가의 권리보장을 위한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 본회의에 통과된 「미술진흥법」은 공포 후 문체부의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절차에 의한 의견수렴을 거친다. 이후 2024년 하반기부터 미술계 지원 및 정책이 시행된다. 정책적 기반 구축은 공포 후 1년, 미술업계의 제도권 편입은 공포 후 3년,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은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지난 7월 31일 열린 <미술진흥법 내용 및 시행준비에 관한 설명회 및 의견수렴 간담회> 현장 (사진=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미술진흥법」에서 주목을 받았던 사안으로는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과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미술의 유통 및 감정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되는 내용이었다.

일명 ‘추급권(Resale right)’이라고도 불리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은 미술품이 작가로부터 최초 판매된 이후, 재판매될 때 해당 미술품을 창작한 작가가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로,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은 작가 권리보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담고 있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며, 재판매보상금 요율은 작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미술 서비스업 제도권 편입’ 사안에 대해선 미술계에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미술 서비스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되면서 짜임새 있는 국가 정책 지원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공정한 거래, 유통질서 조성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미술 서비스업자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도입돼 시장의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체부는 현재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세부적인 신고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 코로나로 닫혔던 미술축제, 활기 찾아…비엔날레 향연

2023년은 팬데믹 기간동안 규모를 줄이거나, 비대면의 방식으로 행사를 열었던 여러 비엔날레들이 팬데믹 이전의 활기를 되찾는 한해였다. 4월 7일 제 14회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5월에는 베니스비엔날레 제 18회 건축전, 9월 제 13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제 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이 이어졌다.

팬데믹 이후 인류는 경제ㆍ사회ㆍ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언제나 가장 선두에서 서서 세계를 받아들이는 예술가들은 비엔날레를 통해 지금 시대에 가장 주목할 주제들을 언급했다. 인간 중심 태도에서 벗어나고, 주류에서 비주류의 세계로 나아가는 시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 14회 광주비엔날레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기획 하에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의 주제로 본전시가 준비됐다. 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본 전시와 9개 국가가 참여한 파빌리온으로 구성됐다. 비엔날레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는 도가(道家)의 근본 사상을 담은 『도덕경』에서 차용해왔다. 전시는 ‘물’을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은유이자 원동력, 혹은 방법론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제 14회 광주비엔날레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참여작가는 세계 각국 79명의 작가로 구성됐다.

▲지난 4월 9일,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팡록 술랍과 함께 한 목판화 체험 시민참여워크숍 (사진=광주비엔날레재단)
▲지난 4월 9일,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팡록 술랍과 함께 한 목판화 체험 시민참여워크숍 (사진=광주비엔날레재단)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제 18회 건축전은 가나 출신 건축학자 레슬리 로코(Lesley Lokko)가 총감독을 맡은 제 18회 건축전은 ‘미래의 실험실(The laboratory of the foture)’라는 주제로 준비됐다. 이 주제 아래 한국관은 《2086: 우리는 어떻게?》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였다. 박경, 정소익 공동예술감독의 기획이었다. 전시는 두 가지 층위로 구성돼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 특정 프로젝트 ‘네 개의 미래 공동체 프로젝트’가 전시되고, 전시장 중앙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 운영돼, 참여자들에게 기후위기 속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전시를 선보였다.

제 13회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팬데믹을 넘어, 갑작스레 다가온 기술의 진보 속에서 ‘공예’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사랑과 공존의 시각으로 진중하게 탐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강재영 예술감독 기획 아래,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라는 주제로 준비됐다. 비엔날레에는 18개국 96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작가 80%가 이번 비엔날레에서 신작을 선보였다. 올해 13회를 맞이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급변하게 변하는 세상 속 인간의 손끝에서 시작된 공예의 힘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짚어보는 자리였다.

제 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레이첼 레이크스 예술감독의 기획 아래 《이것 역시 지도(THIS TOO, IS A MAP)》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우리가 여태껏 믿어왔던 지도만 지도가 아니라, 다공적이고 다층적인 지도 그리기를 보여준다. 역사와 지식을 매핑하는 전 세계의 예술가 40명/팀과 총 61점의 작품을 통해, 서구중심주의 인식론과 세계관 밖에 존재하는 네트워크, 움직임, 이야기, 정체성과 언어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3. ‘창작과 마케팅’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갤러리 작가 피(Fee)

하나의 예술 작품에서 얻는 수익은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면, 그 수익은 갤러리와 작가가 나눠 갖는다. 현재 대부분의 갤러리에서는 작가와 ‘50:50’으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갤러리 갑질, 갤러리의 작가 뒷담화 등으로 작가들이 곤혹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서울 내 주요 갤러리와 신진ㆍ중견ㆍ원로 작가, 미술비평가 등을 통해 현재 1차 미술시장의 수익분배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여전히 남아있는 갤러리의 갑질이나 폐해 등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더불어 미술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갤러리의 책임, 작가의 책임이 무엇일지도 함께 고민해봤다.

▲2022 Kiaf 현장  ⓒKiaf Operating Committee
▲2022 Kiaf 현장 ⓒKiaf Operating Committee

다행인 것은 갤러리와 작가 측 모두 현재 미술 시장의 수익분배는 ‘50:50’이 관행이라고 밝힌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극히 일부 갤러리에서 ‘갤러리(70): 작가(30)’과 같은 폐해를 저지르고 있고, 아트 페어 참가비 요구, 작품 값 미정산 등의 예전과는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갤러리의 수익 비율 방식을 높인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볼 수 있었다.

4. “총체예술가 김구림을 주목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총체 예술가로 평가받는 김구림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개최되고 있다.  230여 점의 작품과 6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되는 《김구림》전은 내년 2월 12일까지 개최된다. 

김구림(b. 1936)은 경북 상주 출생으로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1959년 대구 공회당화랑에서《김구림 유화개인전》을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섬유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며 영화, 연극, 무용 등에 관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1960년대 말에는 ‘회화 68’, ‘AG’, ‘제4집단’등 예술집단 활동을 주도하며 한국 최초의 일렉트릭 아트, 메일 아트, 실험영화, 대지미술, 해프닝 등을 발표했다. 1973-1975년 일본에 머물며 사물과 시간의 관계성을 오브제와 설치작품, 판화 등을 통해 탐구했다. 

이후 1984년부터 미국에 머물며 상호모순적인 두 상태를 대비시키고, 나아가 합일에 이르게 하는‘음과 양’연작을 지속해서 선보이며, 1986년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과 함께 《Artistic License》(갤러리 뉴욕, 1986) 등의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다. 2000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초대전 《현존과 흔적》을 개최하며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로도 ‘음과 양’은 김구림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로 현재까지 지속해 나가고 있는 개념이다.

▲김구림 작가 ⓒ김바울 사진 기자
▲김구림 작가 ⓒ김바울 사진 기자

김구림은 1950년대부터 다양한 매체,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예술의 최전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실험미술의 선구자다.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의 범주에서뿐만 아니라 무용, 연극,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이자 총체 예술가로서 김구림의 미술사적 성과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담론과 연구를 지속 생성하는 현재진행형 작가로서 그의 행보를 살펴본다.

5.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향한 관심

지난 5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 MMCA-구겐하임미술관 공동기획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시가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시대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이하 구겐하임미술관)이 공동기획 및 주최한 전시로, 2018년부터 시작된 양 기관의 국제적 협력과 공동 연구가 실현된 결과물이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표 작가 및 작품, 자료를 국내외에 소개하는데 큰 의의를 지닌 전시였다.

한국 전시 이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는 미국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뉴욕 이후 내년 2월엔 LA해머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있다.

▲김구림 <구겐하임을 위한 현상에서 흔적으로>(2021) ⓒ서울문화투데이

MMCA의 전시 개막 전부터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 대표 작가를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김구림, 이건용, 성능경, 이강소 작가 등을 해외 미술계에서 주목했고, 작가들의 해외 개인전도 이어지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겐하임미술관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 기간 중 이건용, 성능경, 김구림 작가의 퍼포먼스도 있어 현지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6. 단색화 거장 박서보 별세, 향년 92세

폐암 3 판정 이후에도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지난 10월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였다.

1931년에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홍익대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1950년대 국내 추상 미술 운동을 이끈 선구자 역할을 했고, 1960년대부터는 끊임없이 선을 긋는 ‘묘법’ 시리즈를 제작하며 박서보만의 작품을 구축해나갔다.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시대(1967~1989)를 지나 한지를 풀어 물감을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도구를 이용해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후기 묘법시대, 2000년대 들어 자연의 생생한 색을 쓴 유채색 작업까지 변화해왔다. 단색화와 박서보는 동의어와 같았다.

고인의 작업은 해외 유명 미술관들도 두루 소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홍콩 M+미술관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故박서보 화백
            ▲故박서보 화백

7.<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올해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권옥연 작가 탄생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기획된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이 현대화랑에서 열렸다. 권옥연 은 특정 사조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독특한 톤과 색채 등 특유의 화풍을 이룩해 내며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펼친 한국 근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 권옥연 화백

지난 11월 15일, 전시 개막과 함께 권옥연 화백을 기억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자리한 오프닝 행사에는 권옥연의 부인인 이병복 무대미술가와도 인연이 있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현장을 찾았다. 특히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권옥연 화백의 딸 권이나 작가도 자리해, 권 화백을 기억하는 밀도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8. 윤범모 前국립현대미술관장 사임

올해 1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대상으로 한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결과 통보 등으로 곤혹을 치룬 윤범모 前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지난 4월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 前관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윤 前관장의 사의표명에 대해서는 미술계 안팍의 의견이 분분했다. 윤 관장은 2019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임명됐고,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2월 재임명됐다. 2019년부터 ‘코드인사’라는 논란이 있었고, 재임명 당시에는 ‘알박기 인사’라는 논란도 불거진바 있다.

▲윤범모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지난 4월 사의를 표명한 윤 관장은 본지에 고별사를 전했다. 그는 ▲세계 10대 온라인미술관 선정 ▲‘미술한류’ 사업 ▲‘미술관 소장품 1만 점 시대’ ▲국립기관 지역분관시대 ▲이건희컬렉션 전시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의 보존처리 등의 사업성과를 언급했다.

이어 윤 관장은 “시절인연(時節因緣) 다 돼 떠나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동시에 “역사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행보를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중략)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참겠다”라며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5개월 여간 공석이었고, 문체부는 지난 9월 18일자로 김성희 前 홍대 미술대학원 교수를 신임 장관으로 선임했다.

9. 제2회 키아프ㆍ프리즈 공동 개최 “그래도 나아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동 개최를 시작한 키아프과 프리즈가 올해도 서울에서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아트페어를 선보였다. 지난 9월 코엑스에서 제22회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제2회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개최됐다. 올해도 키아프와 프리즈는 작년에 이어 페어 공동 티켓을 판매하고 공동 VIP 오프닝 날을 기획하는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함께 했다.

올해 Kiaf SEOUL에는 총 20개국 210개 갤러리가 참가했으며, VIP 오프닝과 일반 입장을 포함해 5일간 총 8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누적 방문 기록을 제외한 실제 방문객 수로 집계한 것으로, 작년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제2회 프리즈 서울에도 약 7만 명이상의 방문객이 찾았다.

키아프와 프리즈는 올해 성공적인 매출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팬데믹 시기와 그 이후 침체됐던 미술 시장의 활기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점이었다. VIP 오프닝 당일부터 판매완료를 알리는 붉은 스티커들이 작품 옆에 붙었고, 키아프에 참가한 일부 갤러리는 연일 작품이 매진돼 행사 개막 전 작품을 교체하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Frieze Seoul 2023 학고재 부스, 관람객이 변월룡 작품을 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Frieze Seoul 2023 학고재 부스, 관람객이 변월룡 작품을 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고가의 작품 판매 소식도 속속 들렸다. 프리즈의 경우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상회하는 작품들 판매 소식을 알렸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을 120만 달러(약 16억 원), 그리고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두 점을 각각 37만5천 달러(약 5억원)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구사마 야요이의 그림을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판매했다.

프리즈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의 실적도 돋보였다. 국제갤러리가 박서보의 작품을 49만~59만 달러(6억5000만~7억8700만원)에, 하종현의 작품을 22만3000~26만8000달러(약 2억9770만~3억5778만원)에 판매했고, 갤러리현대는 이성자 작가의 작품 2점을 각각 40만 달러 ~ 45만 달러 대(약 5억3400만~6억75만원)에 판매하는 등 다수의 주요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학고재 갤러리는 변월룡 및 하인두 작가의 작품을 각각 1억에 판매하는 등 상당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10. 가야고분군(Gaya Tumuli)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지난 9월 1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현지 시간으로 9월 17일 오후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이다. 7개 고분군은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이다.

이번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 중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 중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가야고분군」은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021년 1월 유네스코로 신청서가 제출됐으며, 유네스코 자문ㆍ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의 현지실사 등 심사 과정을 거쳐 올해 5월 ‘등재 권고’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9월 17일에 실제 등재로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10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