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서울 공연 100회 달성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서울 공연 100회 달성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2.04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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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연 이후 평균 객석점유율 93%
~12.25 명동예술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2015년 초연 이후 올해 여섯 번째 시즌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지난 2일 낮, 서울 누적 공연 100회를 달성했다. 

▲국립극단 <조씨공, 복수의 씨앗> 파이팅콜 장면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파이팅콜 장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는 중국 4대 비극 『조씨고아』(원작 기군상)를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연출한 작품이다. 극은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게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한 정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조씨 집안의 문객이었던 시골 의사 정영은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 정발로 키우고, 정영을 자기 편이라 믿는 도안고는 정발을 양아들로 삼는다. 정영은 장성한 정발에게 참혹했던 조씨 가문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한다. 평범한 인물이 신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통해 대의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 본성과 내적 충돌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초연 이후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한국 연극계에서 ‘믿고 보는 공연’으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원작 출현지인 중국에 진출해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기립 박수를 받으며 ‘한류 입힌 공연 역수출’의 시초를 만들기도 했다. 2019년 국립극단이 주최한 설문조사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공연 중단을 겪었으나, 2021년 더욱 무르익은 연기와 절절한 무대로 다시 돌아와 관객들을 만났다.

2015년 초연부터 2021년 다섯 번째 시즌까지 93%의 평균 객석점유율로 ‘조씨고아 팬덤’을 공고히 해 온 공연은 이번 시즌에도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장쾌한 서사, 무게감 있는 인간 내면의 묘사 등 극의 높은 완성도와 더불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휴머니즘을 담은 단순하고 간결한 극의 정서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시대를 관통하여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로 꼽힌다. 권선징악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다루지만 고선웅 연출 특유의 해학과 미감을 입힌 극은 별양하게 완성된다. 중국 희곡 원작을 살리면서도 현재 한국 사회의 도덕의 의미를 묻는 솜씨를 더하고 독특하고 무모한 무대 연출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명불허전한 연기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단초다. 특히 초연부터 함께한 출연진과 창·제작진들의 오랜 호흡이 이번 시즌에 발화했다. 개막 전 고선웅 연출은 “이번 시즌에 유독 배우들이 맡은 배역과 일체화되는 것 같다. 모두들 극 중 캐릭터를 완벽히 체화했다”라는 평을 남긴 바 있다.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연출 및 출연 배우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연출 및 출연 배우

이날 공연 후 고선웅 연출과 배우들은 무대에 올라 특별한 커튼콜 행사로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선웅 연출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조씨고아 팀은 늘 타성을 경계하고 정진하며 계속해서 관객 여러분 곁에서 좋은 연극으로 찾아주신 바에 보답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고 연출은 “극에서 묵자가 마지막에 하는 말처럼 관객 여러분 모두 우환 없이 무탈한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다. 100회 극장을 가득 채워주셔서 너무 고맙다. 사랑한다”라고 전하며 “100회의 벅찬 감동을 배우들, 프로덕션, 그리고 하얀 나비처럼 저 높은 곳에서 저희를 보고 계실 고(故) 임홍식 선생님과 함께 나누겠다”라며 초연 당시 공손저구 역으로 함께한 고(故) 임홍식 배우에 대한 애도도 함께 표했다. 

연출에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정영 역의 하성광 배우는 “연극은 관객 여러분들이 있어야 완성된다”라며 “단순히 그냥 하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관객 여러분 덕분에 공연이 100회에 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맙다”라는 관객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안고 역의 장두이 배우는 “100회 공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연출과 국립극단의 좋은 스태프진, 훌륭한 연기자들과 함께한 덕분”이라며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라고 전했다.

관객들은 당일 현장 이벤트로 온라인 방명록에 100회 축하 메시지를 남기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100회 기록을 함께 기뻐했다. “일기장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처음 봤던 날의 감동이 빼곡하다. 극이 올라올 때마다 최소 두 번씩은 봤던 것 같은데 벌써 100회라니 감명 깊다. 돌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배우들의 열연을 항상 대단하게 생각한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소중히 기억하겠다.”, “앞으로 200회, 300회, 10주년, 20주년까지 늘 함께하는 롱런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등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걸어온 여정을 함께해 온 관객들의 마음을 담은 따뜻한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100회 이벤트에 참여한 관객 중 추첨을 통해 일부는 공연 이후 직접 무대에 올라 연출,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잊지 못할 순간을 남겼다.

100회 기록의 뜻깊은 시즌을 맞아 이전에는 진행하지 않았던 배리어프리 회차도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다. 관객층을 확장하고 문화예술 소외와 장벽 없는 연극으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앞으로 더욱 오래 관객 곁에 머물고자 하는 약속의 의지를 담았다. 배리어프리 회차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운영되며 한국수어통역, 한글자막, 음성해설, 이동지원을 진행한다. 10일 공연 종료 후에는 연출가 고선웅, 배우 하성광(정영役), 장두이(도안고役)가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공연은 25일까지 이어지며 예매는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문의 1644-2003/1만원~6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