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미국에 가다…국립중앙박물관·덴버박물관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
분청사기 미국에 가다…국립중앙박물관·덴버박물관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3.12.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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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2년간 열려
국립중앙박물관·MMCA 소장품 123점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비롯한 소장품 123점을 덴버박물관 잭슨갤러리와 한국실에서 2년간 장기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과 미국 덴버박물관(Denver Art Museum)이 협력해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 전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기존 덴버박물관 한국실의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분청사기의 조형성과 감성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잭슨갤러리 전시장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잭슨갤러리 전시장 전경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모란무늬 항아리의 우아한 자태가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지며 반겨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분청사기부터 한국 현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분청사기 92점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과 개인 소장품까지 더했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 중 분청사기 작품들을 대거 포함해 주목을 받았다.

분청사기 제작기법이 나타나있는 섹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분청사기 제작기법이 나타나있는 섹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의 분청사기 제작기법은 표면을 백토로 씌워 백자로 이행하는 과정이자 무늬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조선시대에 고안된 다양한 분장기법은 율동감 있고 민예적인 분청사기만의 특징을 만든다.

전시장 한 쪽에는 분청사기 역사와 제작기법을 정리했다. 총 7가지 제작기법(상감기법, 인화기법, 조화기법, 박지기법, 철화기법, 귀얄기법, 분장기법)을 작품과 함께 보여준다. 분청사기만의 고유한 패턴과 문양이 익숙치 않은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기획이다.

한국 현대작품 섹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국 현대작품 섹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현대 작품이 걸린 섹션으로 이동하면 김환기, 윤형근의 단색 회화를 발견할 수 있다. 분청사기의 독특한 기형, 거침 없는 기법들과 맞물려 현대로 이어지는 분청사기의 창의적 미감을 보여준다.

전시는 과감하고 거침 없는 조선시대 분청사기 기법과 자유분방한 한국 단색 회화를 조화시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근원을 탐구한다. 

한국실에는 단색화 화가 하종현의 작품과 분청사기와 같이 세밀한 기법이 돋보이는 문성식의 작품이 걸려 있다. 같은 공간에 전시된 윤광조, 이강효, 허상욱 그리고 재미 교포 조향진 작가의 현대 분청사기 작품들과 치밀한 조화를 이룬다.

한국실의 파형분 청사기와 도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의 파형분 청사기와 도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의 마지막 진열장에서는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독특한 모양새의 분청사기와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균형감과 긴장감 대신 자유분방하고 무심한 매력을 발산하며 이번 전시 제목인 "무심한 듯 완벽한"을 상기시키는 모습이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분청사기는 500년 전 제작되었지만 현대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큰 붓에 분장물이나 분장물을 묻혀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과감하게 칠하는 귀얄 기법과 장난스럽게 분장물에 첨벙 담갔다가 빼는 분장(덤벙) 기법은, 현대 작가의 즉흥적인 행위예술을 연상시킨다"라며, "한국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이 미국의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덴버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덴버박물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덴버박물관은 지난 해 12월 1일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실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는 한국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현대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 2일에는 조향진 작가의 분청사기 제작 기법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내년 상반기에는 분청사기를 주제로 콜로라도 대학에서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계 작가 이승민과 이재이가 덴버박물관의 한국 문화재를 재해석한 현대 미술품을 제작해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 개최에 힘입어, 덴버박물관은 미국 중부 지역 거점 한국실로서 한국 문화 홍보 및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