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산 개인전, 《세상의 모든 새들을 위한 둥지》⋯가나아트 보광 마지막 전시
허산 개인전, 《세상의 모든 새들을 위한 둥지》⋯가나아트 보광 마지막 전시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3.12.11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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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및 평면 19점 출품
8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가나아트 보광 이번 전시 마지막으로 폐관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가나아트 보광이 허산 개인전을 끝으로 다음 달 폐관한다. 허산은 이달 8일부터 내달 7일까지 열리는 《세상의 모든 새들을 위한 둥지》展에서 19점의 작품을 통해 기후위기를 화두로 던진다. 허산 전시는 2018년 이후 5년만에 다시 가나아트에서 선보인다.

세상의 모든 새들을 위한 둥지(A nest for all the birds in the world), 2023,Bronze, 45 x 45 x 45 cm, 17.7 x 17.7 x17.7 in. (사진=가나아트)
세상의 모든 새들을 위한 둥지(A nest for all the birds in the world), 2023,Bronze, 45 x 45 x 45 cm, 17.7 x 17.7 x17.7 in. (사진=가나아트)

허산은 서울대학교 조각과를 졸업하고 영국 슬레이드예술학교 석사를 취득한 후, 2013년 영국 왕립 조각가 협회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건축 공간에 개입하는 작업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상황을 연출해왔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 위기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환경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다.

그의 작업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얼마나 많은 동시대인들이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 것에서 시작됐다. 작가는 동시대인들을 새, 지구를 둥지로 표현하여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해야 함을 강조하고, 기후위기가 전세계적인 문제임을 역설한다.

온도들 No. 1(The temperatures No.1), 2023, Acrylic on canvas, 65.1 x 80.3 cm, 25.6 x 31.6 in.
온도들 No. 1(The temperatures No.1), 2023, Acrylic on canvas, 65.1 x 80.3 cm, 25.6 x 31.6 in.

그동안의 전시에서 건축과 조각의 결합을 통해 기존의 공간을 재탄생시키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면, 이번 작업은 관람자의 사색과 성찰을 독려한다.

허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다루는 것에 집중해왔다. 대표적으로 '기둥 시리즈'는 공간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일례로 <7개의 기둥들>은 기둥에 악기나 도자기 등 오브제를 넣어 공간 그 자체를 환기시키는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환경문제'라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관념적이기보다는 실질적인 경향을 띤다. <온도들> 시리즈에 표시된 숫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1950년 대비 4도까지 차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산은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각을 통해 구체화함으로써 관람자의 체감을 확대한다.

허산, 똑!똑!인류세! No. 1, 2023, Mixed media, 56x45x78 cm (사진=가나아트)
허산, 똑!똑!인류세! No. 1, 2023, Mixed media, 56x45x78 cm (사진=가나아트)

신작 <똑!똑! 인류세>시리즈는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세(Anthropocene)’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작업이다. 인류세는 산업화 혁명이 시작된 18세기를 기점으로 생물체가 살기 좋은 최적의 온도와 환경을 가진 홀로세(Holocene)와 구분짓는 명칭이다.

다가올 암담한 미래, 인류세를 노크하는 손의 형태로 표현했다. 전기장치에 연결된 손은 나무판을 두드리며 반복적으로 노크소리를 낸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노트소리를 통해 기후위기를 인식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미술계에서 1960년대부터 환경미술이나 대지미술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왔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허산은 현 시점의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제시한다.

그는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의식을 작품에 담아 담론을 확대는 동시에 새시대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새시대의 삶을 경험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