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샤마니카 페스티벌Ⅱ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샤마니카 페스티벌Ⅱ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3.12.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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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굿>의 구조를 통해 한국 공연예술의 기원과 한국인의 정서를 공부하며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한국의 희곡사를 공부하기 이전에 한국인의 관극사를 통해 우리나라 희곡문화부재의 공연문화와 그 기원을 풀어보기로 마음먹고 그 진행을 위해 긴 여정의 프로그램을 짰다.

우선 우리나라의 고대사가 세워지지 않고는 공연예술사가 기댈 곳이 없음을 확신했다. 당시 우후죽순으로 나타나 그룹 지어 한국고대사를 더듬어보는 많은 민간 역사연구 그룹들을 찾아 고대사 공부에 나섰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강단사학 쪽의 고대사로는 내가 더듬어보려는 <무속>의 역사를 살펴볼 만큼 새로운 물결이 성숙하지 않았고, 민간그룹의 한국 고대사연구는 아직 어려서 학문적으로 기대기가 어려웠다. 역사에 기대어 샤마니카 기원을 찾는 것은 때가 이르다고 생각하여 그 방법을 다른 쪽에서 찾기로 하였다.

<굿> 의 형식과 기원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학문의 길을 더듬으며

다름 아닌 <굿의 형식비교>를 통한 국제적 페스티벌을 통하여 공연예술의 기원과 그 형식 및 발전사를 통해 오히려 한국공연예술의 발전사를 더듬어 세워보기로 큰 뜻을 세웠다. 

그리하여 나는 [<굿>의 국제적페스티벌]을 열어 비교 분석하므로해서 <우리나라 굿의 현주소>를 찾아 한국공연예술사의 이정표를 세우는데 기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우선 <샤마니카>라는 학술용어가 국제적인 인증을 받기에 손색이 없음을 확인하고, 두 번째로 고려한 것은 한국문화와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가까운 아시아지역부터 더듬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가깝다고 본 <몽골 굿과 한국 굿>을 비교하는 <한 몽 문화교류 2000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1차 샤마니카 페스티벌을 열었다. 그것도 민속박물관이 있는 경복궁 안 청와대와 통하는 <경추문> 바로 앞에서 하는 것으로 정했다.

다행히 청와대의 허가를 받고 우리는 민속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목표로 한 2,300명의 관람객을 예상해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황해도 만구대탁굿과 서울 새남굿을 몽골굿과 함께 굿판을 벌였다. 많이 와야 한 200명 관객이나 올까 걱정하며 연 무대는 예상외였다. 굿판을 에워싼 관객의 호기심이 온 마당을 에워싸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마침 황해도 큰 굿을 끝내고 몽골굿을 진행하려는데, 때아닌 비가 쏟아져 관객과 공연팀은 모두 황급히 민속 박물관 강당으로 피신했다. 2,300명을 수용하는 박물관 강당은 졸지에 관객으로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음악과 의상, 상차림이 화려하고 특히 음악이 아름답고 화려한 새남굿은 좁은 강당이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밤에만 굿을 하는 몽골 무당은 전등불이 환한 무대 위이다 보니 도무지 신이 오르지 않아 굿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판에 우연히도 갑자기 전기가 나가 무대와 객석이 깜깜해지니 몽골 무당의 신이 올라 멋진 굿이 잔행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함께했던 학자들과 관객들은 모두 신비한 체험과 감동을 함께 나누며, 행사의 성공에 행복해했다.

재미있는 현상은 그다음 날이었다. <제1차 샤마니카 페스티벌>을 KBS 와 MBC 방송사가 찍어 다음날 아침 뉴스에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나는 일약 스타가 돼, 가는 곳마다 무당의 큰 독지가요, 애호가요 무당을 섬기는 희귀한 학자로 자리매김이 돼 있는 것이었다. 방송의 위대함을 피부로 느끼는 희한한 체험을 처음 해보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공산권에 속해있던 몽골공화국과 중국에 접근하기는 너무나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엄혹한 상황에서 섣불리 공산권 국가에 접근하는 일은 너무 큰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행사 이전의 ‘사전답사’에 비용과 열의를 똑같이 분배했다. 아울러 대사관을 통한 확실한 외교적 관계 속에서 이 일을 진행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음을 일러둔다.

다음호에는 <샤마니카페스티벌> 5개년 계획내용과 <학술 심포지엄> <공연> <관객과 질의응답> <출판>의 입체적 구조로 이 행사를 진행해서 여러모로 큰 수확을 거둔 내용을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