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무형문화재 예능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 과감히 확대해도 좋다
[김승국의 광장문화]무형문화재 예능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 과감히 확대해도 좋다
  • 김승국 문화 자유기고가/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3.12.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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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 자유기고가/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 자유기고가/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무형문화재 정책,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역기능도 있었다 

무형문화재는 일정한 형태를 가진 유형문화재와는 달리 세대를 이어가며 그 시대에 맞게 변화해가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다. 우리의 무형 문화유산 중 예능 종목은 수천 년 역사를 내려오면서 끊임없이 재창조․변화해 왔으며 미래에도 부단히 재창조되어 발전해갈 속성을 지녔다.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제도는 유네스코에서 우리의 무형문화재 제도를 영구히 연구·보존·보호토록 하겠다고 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도이며,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일제강점기의 문화정책과 서구 근대문화의 팽창 과정에서 단절 위기에 처해있던 무형 문화유산의 복원과 보존에 크게 이바지한 바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재 제도가 시행되면서 종목 지정된 예능 종목은 전승 체계와 전승 기반을 구축하여 활성화된 것은 순기능이라 할 수 있으나, 종목 지정 및 보유자 인정제도의 경직성에 의하여 지정에서 제외된 종목들은 전승이 단절되거나 멸실되어 결과적으로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역기능도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러한 현상은 예능 부분의 무용 종목에서 심했는데 지정에서 제외된 무용 종목 중에는 지정된 소수의 종목 못지않게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지정 종목들의 저항에 부딪혀 진입이 차단되어 애석하게도 종목 전승의 기반이 무너져 내려 이미 전승이 단절되었거나 단절 위기에 처해있는 종목들이 많다. 오늘날 한국무용의 침체는 한국무용계가 다양한 전통무용 종목들을 배제한 채 살풀이, 승무, 태평무 등 소수 특정 종목에만 매몰되었던 것도 여러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무형문화재 전승 지원을 과감히 확대할만한 국력 갖춰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과 예능 보유자 지정에 있어 좀 더 열린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그간 국가무형문화재 위원회든 시도무형문화재 위원회든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무형문화재위원회가 종목 지정이나 보유자 인정에 있어 너무도 폐쇄적이고 권위적으로 운영되어온 측면이 있다. 

이미 전승이 단절된 종목을 억지 춘향이식으로 재현해낸 종목을 지정해서는 안 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면면히 전승 활동해온 종목에 있어서는 문화재 위원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신규 지정해주었으면 한다. 부족한 부분은 점차 채우면 된다. 전승의 틀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면 내용도 채워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평생을 종목 전승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기·예능이 뛰어난 전승자들이 있다면 기존의 보유자가 있다 하더라도 보유자로 추가 인정해주어도 좋다. 선택된 소수의 보유자를 중심으로 하는 저비용 무형문화재 보존 방식은 정부 재정이 취약했던, 6, 70년대에 적합한 정책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예능 보유자도 자격을 갖춘 전승자들이 있다면 굳이 한두 명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 명 인정해주어도 무방하리라 본다. 그렇게 하면 우수한 기·예능의 다양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이제는 우리 대한민국은 무역 규모가 세계 8위이고 2021년의 IMF 자료를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전체 GDP 순위는 10위이며, 9위 캐나다와 1,800억 달러 정도의 차이가 나고 몇 년 만에 다시 한국 경제에 밀린 11위 러시아와도 약 1,800억 달러 정도 앞서 있다. 명목 GDP가 세계 12위에 올라 전승 지원을 과감히 확대해줄 수 있는 국력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광역시도 무형문화재위원회도 해당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더욱 풍요롭게 보유할 수 있도록 종목 지정과 예능 보유자 인정제도 운용에 있어 좀 더 열린 자세로 변화해야 한다. 설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일지라도 해당 지역 전승자들이 원한다면 광역시도 무형문화재로 종목 지정해주고 복수의 예능 보유자도 인정해주어도 좋다. 이미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을 또 광역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줄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자생력이 크지 못한 무형문화재 종목들의 전승 기반은 두터우면 두터울수록 더 좋은 것이다. 그렇게 해주면 해당 지역의 전통예술이 더욱더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