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투어] 백제 발상지 서울 풍납토성서 부여, 공주, 익산까지 ’백제 속으로 시간여행'
[팸투어] 백제 발상지 서울 풍납토성서 부여, 공주, 익산까지 ’백제 속으로 시간여행'
  • 김은경 기자
  • 승인 2023.12.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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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부여 ‘고란사, 낙화암’ 황포돛배, 익산 ‘왕궁리’ ‘미륵사지’ ‘국립익산박물관‘
백제의 발상지인 서울 일대와 하남에서 출발해 익산에서 정점찍는 백제역사탐방 코스 제안

서기 660년 전 고대 백제의 흔적은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도심 곳곳에, 지하철 역사 이름에도 나타나고 동네 이름에도 나타난다. 올림픽공원 인근의 몽촌토성역, 풍납토성, 한성백제역, 풍납동 등이다. 또한 올림픽대교 남단에서 10분간 서하남 IC 방면으로 나가면 '백제의 발상지'인 서하남이 나오고 검단산, 성남 방향으로 위례시가 나온다. 이 지명들은 모두 백제의 시조 온조가 세운 백제의 성터가 발견된 백제 유적지들이다. 기자가 약 20년 째 살고있는 동네와 인접한 지명들이기도 하다. 매일 마시는 물과 공기에 커다란 의미 자체를 두지 않듯이 늘 사는 동네라서 그렇다. 백제의 발상지라는 의미가 있었나. 그냥 전철역 이름일 뿐이고 동네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다람쥐쳇바퀴 도는 일상을 뒤로하고 '백제역사유적지구' 팸투어 버스에 지난 7일~8일 양일간 몸을 실었다. 이는 전라북도관광협회가 주관하고 백제세계유산센터가 주최하는 백제역사문화유적지 홍보 프로젝트의 하나다. 

2년 전에도 한번 다녀온 적 있는 팸투어이기 때문에 '아는 맛'일 것 같지만, 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색다른 맛'을 상상하며 설렌다. 특히 백제역사유적지구 마지막 코스이던 '익산 미륵사지'를 다시 가본다는 것은. 백제의 발상지 서울 풍납동에서 출발하면서, 전라북도 익산 미륵사지의 사찰 주위를 말 달리던, 너른 초원을 품은 고대 백제를 향유할 생각에 다람쥐쳇바퀴 따위는 잊어버린 시간이었다.

▲전라북도 익산 국립박물관 입구 한 편 ‘한 눈으로 보는 백제 역사’ 입간판.  백제 온조왕 BCE18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함“, ‘풍납토성’, ‘몽촌토성’ 차례로 설명
▲전라북도 익산 국립박물관 입구 한 편 ‘한 눈으로 보는 백제 역사’ 입간판. 백제 온조왕 BCE18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함“, ‘풍납토성’, ‘몽촌토성’ 차례로 설명

충남 공주시 '공산성' 둘러보기, 부여 황포돛배 타고 '낙화암,고란사' 감상

첫 일정은 충청남도 공주 공산성에서 시작됐다. 1995년에 복원된 금서루의 웅장한 누각 자태가 여행객들의 시선을 끈다. 성곽을 따라 돌다가 거대한 우물같이 생긴 연지라고 일컫는 연못에서 잠시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연지가 우물같이 보이는 이유는 돌로 층단을 쌓아 연못의 가장자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성해서 수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남쪽과 북쪽에 계단처럼 만들어서다. 전체적으로 위에서 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좁아지는 형태이어서 언뜻 보기에 거대한 우물인가 했다. 1982년 12월 31일 충청남도 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됐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산성, 매표소, 성곽둘레, 거대한 우물같이 생긴 인공적으로 조성한 연못 ‘연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산성, 매표소, 성곽둘레, 거대한 우물같이 생긴 인공적으로 조성한 연못 ‘연지’

다음 버스로 이동한 곳은 백마강을 지르며 부여 낙화암을 감상할 수 있는 구드레 나루터, 황포돛배 선착장이다. 낙화암은 백제 멸망 시 의자왕의 삼천궁녀가 백마강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에서 몸을 날려 떨어지는 모습을 꽃에 비유해 지어진 이름이다. 백제시대에 처음 세워진 절 고란사는 원효대사가 고란초를 찾아냈다는 기록과 함께 알려졌다.

옛 사비성으로 불리던 부소산성은 백마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경을 자랑한다. 황포돛배를 타고 낙화암의 전설, 삼천궁녀 불교설화를 들으며 궁녀 삼천명 전부 떨어졌을까 논하다보면 어느새 처음 왔던 선착장에 도착했단다.

▲충청남도 부여 백마강 구드래나루터에서 황토돛배 타고 부소산 고란사, 낙화암 투어
▲충청남도 부여 백마강 구드래나루터에서 황토돛배 타고 부소산 고란사, 낙화암 투어

허허벌판 구릉지에 석탑 하나,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 '익산, 왕궁리'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이 왕궁을 건립한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사적 제408호인 이 곳은 1989년 부터 발굴이 시작됐는데 당시 왕궁터임을 알려주는 '수부' 도장찍은 기와,조경석, 토기 등 유물이 출토됐다. 

고즈넉한 구릉지대에 오층석탑 하나만이 서 있어 그 자체로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오층석탑은 국보로 지정된 고려시대 석탑이다. 무왕이 건립한 왕궁 일부 건물을 허물어 후대에 와서 사찰을 세운것으로 관측된다 한다. 

이 곳 왕궁리 유적지가 고즈넉하고 나즈막한 구릉지인 까닭이 있을까? 있다면 무얼까. 산책하며 나온 말이다. 이는 대망의 '미륵사지'를 가서야 그 의문이 풀렸다.

▲국보 제 289호, 익산 왕궁리유적 오층석탑
▲국보 제 289호, 익산 왕궁리유적 오층석탑

백제왕궁은 백제 말 또는 통일신라 초기에 탑ㆍ금당ㆍ강당을 갖춘 사찰로 변모하게 된다. 사찰 터에서는 '왕궁사','대관관사', '관궁사' 등의 사찰 이름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되고 있어 사찰의 이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왕궁에서 사찰로 변하게 된 이유를 추정하면 무왕이 익산 쌍릉에 모셔지면서 무왕의 명복을 비는 원찰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왕궁리유적 전시관은 전하고 있다.

왕궁리 유적지에는 궁궐의 시설 중 정원을 조성한 흔적도 관찰된다. 또 대형 화장실과 개인 화장실의 흔적도 볼거리로 남아있다. 언덕 아래로 산책을 하다보면 구불구불한 곡수로를 만날 수 있는데, 건물과 주변을 연결해 물을 흘러보내는 집수시설 관련 구조물로 추정하고 있다. 백제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왕궁리 유적지는 아무것도 없는 낮은 언덕과 구릉지가 전부이지만 이 안에는 여러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방문한다면 작품 사진도 여럿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서정적 운치를 선사하는 풍광은 뒤로하고, 서기 660년 이전에 사용하던 백제 화장실 터가 남아있다. 이 곳에서 단체로 쭈그리고 앉아 양 손에 힘주며 용변보는 자세까지 취해보는 동행한 기자들의 익살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익산 왕궁리유적지, 왕궁-왕궁리 전시관에서 만나는 무왕, 왕궁터 건물축조 주춧돌, 대형 화장실 흔적에서 포즈 취하는 기자들
▲익산 왕궁리유적지, 왕궁-왕궁리 전시관에서 만나는 무왕, 왕궁터 건물축조 주춧돌, 대형 화장실 흔적에서 포즈 취하는 기자들

익산 미륵사지, 정점을 찍다

 '미륵사지' 하면 사찰이 떠오른다. 하지만 정작 익산 미륵사지에 가면 사찰은 없고 완만한 구릉지에 쌍동이 석탑 두개만 덩그라니 놓여있다. 그러나 이는 전부가 아니다. 고대로 부터 전해지는 수 많은 이야기가 있고 석탑 복원에 관한 역사만 해도 백과사전을 방불케한다. 2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도 감동이 있었다. 고대에 살던 나인가 누구인가가 현대를 사는 나에게 "왜 이제서야 왔느냐"고 머리를 한 대 쥐어박는 느낌. 나의 동공이 활짝 열렸다. 아늑한, 넓디 넓은 구릉지 양 쪽에 우뚝 서 있는 석탑의 위엄스런 자태를 보며 '아득한' 세계로 한발 한발 들어서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 11호다. 2011년 해체와 보수를 거쳐 2017년에 완공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 11호다. 2011년 해체와 보수를 거쳐 2017년에 완공했다.

"익산은 미륵사지가 다 했다"

사찰은 없다. 즉 익산 미륵사지는 아시아 최대규모라고 추정하는 백제의 거대한 사찰터다. 639년 백제 무왕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선화공주가 등장하는 서동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면서 두가지 설이 제기된다.

삼국유사에는 왕이 부인과 함께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갔다가 미륵삼존이 나타나자 경의를 표했다. 이 후 부인은 큰 절을 세우겠다는 발원을 했고, 왕은 지명법사에게 절을 짓기 위해 못을 메우라 명했다. 지명법사는 신력으로 하룻밤에 산을 무너뜨려 평지를 만들고, 미륵삼상과 회전, 탑, 낭무를 각 3곳에 세운 후 액호를 미륵사라고 명명한 그 절이 남아 있다고 전한다.

▲미완성으로 복원된 서탑, 이 자체가 완성된 석탑같은 완전체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미완성으로 복원된 서탑, 이 자체가 완성된 석탑같은 완전체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해설사로 부터 서탑과 동탑 복원과 관련한 일화와 역사적 배경 설명을 들으며 국립익산박물관에 들어가 찬란했던 백제 왕실과 사찰에서 쓰인 유물들을 관람하니 "익산은 미륵사지 하나가 다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박물관은 방문객들이 평온한 쌍동이 석탑 구조물과 너른 경치만을 오롯이 감상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입구 한편에 지하를 파서 지었다고 한다. 계산된 현대예술과 고대역사의 접점에 소름이 돋는다. 고대 속으로 이끄는 '오징어 게임'이다. 

고대 백제로의 여행은 도심에서의 일상이 답답한 이들에게 여행이 주는 설레임을 넘어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듯 하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사색하며 힐링하는 시간여행에 신비함 마저 느낀다.

마지막 코스 '왕궁 포레스트 식물정원'에서 '족욕'체험 할때 팸투어 주최측은 설문지를 돌렸다. 생각을 잠시 정리해, 백제의 발상지 서울인근 서하남과 서울 곳곳에 지명으로 있는 백제 유적지로 부터 시작해 익산 미륵사지에서 정점찍는 백제역사탐방 투어여도 좋겠다"고 썼다.백제 투어의 여운을 간직한 채 몽촌토성, 풍납토성이 있는 서울에 입성할 생각에 1박2일 여정에서 쌓인 피로가 다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