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다…김남조 시인 추모전 《詩가 있는 그림展》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다…김남조 시인 추모전 《詩가 있는 그림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3.12.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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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7번째 전시
12/27-1/11, 갤러리서림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김남조 시인을 추모하며, 그의 시를 동·서양화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모였다. 지난 27일부터 내달 11일까지 갤러리 서림에서 김남조 추모전 《詩가 있는 그림展》이 열린다. 화가 12인의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정일, 그대 있음에 (사진=갤러리서림)
▲정일, 그대 있음에 (사진=갤러리서림)

갤러리서림에서는 1987년부터 매년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어 왔다. 올해는 서른 일곱번째가 되는 해다. 573편의 시를 121인의 화가의 작품을 통해 선보이며, 화가와 시인을 잇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최근 작고한 한국시단의 대모 김남조 시인을 추모하고자 기획됐다. 시인은 평소 시를 형상화한 시화에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찾아 왔다. 

평소 시인의 시를 사랑하고 교류해왔던 화가 12인(▲황영성▲조광호▲김병종▲금동원▲김재성▲권다님▲노태웅▲안윤모▲이명숙▲정일▲황은화▲황주리)이 참여했다. 모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시인의 팔순 잔치와 갤러리서림의 미수기념전에 출품했던 작가들이다. 팔순시화전에 출품됐던 故서세옥 민경갑 선생의 작품 2점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글자가 들어가지 않는 시화로 이뤄져 있다. 평소 화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유화를 많이 사용하는 오늘날의 시화는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전통시화와는 다르게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두 작품세계를 결합하고 있다. 

▲황영성, 이 이웃들을 (사진=갤러리서림)
▲황영성, 이 이웃들을 (사진=갤러리서림)

前광주비엔날레 위원장이자 前광주시립관장이었던 원로작가 황영성은 평소 가족 이야기를 테마로 따뜻한 이웃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시 ‘이 이웃들을’을 형상화했다. 현재 전남도립미술관에서는 황작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잘 알려진 조광호 신부는 가톨릭 신자인 시인과 오랜 교류를 통해 종교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공유해왔다. 이번 작품은 예수의 모습을 꽃으로 표현하며 사랑을 예찬한다. 김병종 역시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명을 꽃으로 형상화하며 시 ‘꽃’을 연상시킨다.

문학작가로도 알려진 황주리는 평소 애송하던 시 ‘편지’를 작품으로 제작했다. 연인에게 바치는 송가로, 꽃송이와 나비, 집, 따뜻한 입맞춤, 바이올린 선율을 통해 그리움을 표현한다. 동화적인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정일은 시인의 대표시 ‘그대있음에’를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표현했다. 

▲스타래퍼 빈지노의 모친으로 알려진 금동원 작가의 작품, 사랑하리,사랑하라 (사진=갤러리서림)
▲스타래퍼 빈지노의 모친으로 알려진 금동원 작가의 작품, 사랑하리,사랑하라 (사진=갤러리서림)

래퍼 빈지노의 어머니로도 잘 알려진 여류화가 금동원은 시 ‘사랑하리, 사랑하라’를 풍요로운 풍경 속에 열정과 사랑을 담은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안윤모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 ‘노래있기에’의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그리움을 표현해냈다.

노태웅은 ‘겨울바다’의 서정성을 특유의 마티에르(질감)를 통해 형상화해냈다. 재작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아이엠 히어>에도 노작가의 작품이 등장한다. 에릭 라티고 감독이 한국적 서정을 잘 표현하는 작가 200인 중에서도 노작가를 선택한 결과다.

평면 위에 입체 작업을 하는 황은화는 시 ‘빈 의자’를 형상화하였으며, 색면추상화로 유명한 이명숙은 강렬한 오방색으로 햇빛을 형상화했다. 김재성은 옷핀 작업으로 광주에서 활동중으로, 창공에 날리는 연을 그리움을 전하는 매체로 표현해 시 ‘연’을 재해석했다. 

이번이 첫 출품인 권다님 작가는 모친이 김남조 시인의 제자다. 어릴 때부터 시인의 시를 애송해왔으며, 시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 ‘동행’을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의 풍경으로 형상화했다. 내달부터 뉴욕 하시모토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이 열 예정이다. 

한편, 전시된 작품들은 다음해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