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미술의 신비…국립중앙박물관,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남인도 미술의 신비…국립중앙박물관,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3.12.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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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12개 기관, 4개국 18개 기관 소장품 출품
12.22-4.1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2천년 전 남인도 미술이 한국에 찾아왔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Tree & 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展이 내년 4월 1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인도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에 해당하는 남인도 미술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로,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이 출품된다.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의 시종들, 1세기 후반, 아마라바티, 영국박물관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의 시종들, 1세기 후반, 아마라바티, 영국박물관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올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예술품,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등 르네상스 이후 유럽 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해왔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에서 개최해 온 세계 문명전 중 올해 마지막 특별전으로, 관람객들과 남인도 미술의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자 기획했다. 

전시명 ‘스투파의 숲’은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남인도에서 온 생명력 넘치는 신들과 석가모니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남인도에 불교가 전해진 기원전 3세기 중엽,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인도 전역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보내 스투파를 세우고 안치하게 했다. ‘스투파stūpa’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塔’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의 절반 이상이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무렵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이다. 전시실에는 이러한 스투파 조각들이 숲을 이루듯 서 있다.

전시는 남인도를 다스렸던 사타바하나왕의 안내로 시작된다. 남인도에서는 일찍부터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제 교역으로 상인과 장인 계급이 많은 부를 축적했다. 그들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고안할 만큼 유쾌한 상상력의 소유자들이었고, 남인도 불교는 그들의 후원을 받아 전래 초기부터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사원을 지을 수 있었다. 남인도 사원의 중심, 스투파에서 가장 특징적인 두 가지는 ‘나무’와 신화 속 뱀인 ‘나가’ 도상이다.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유골을 모셔 둔 무덤이었지만, 물이 샘솟고 생명이 자라는 재창조의 공간으로 신앙되고 조형화됐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3세기 말, 나가르주나콘다, 나가르주나콘다고고학박물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Thierry Ollivier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3세기 말, 나가르주나콘다, 나가르주나콘다고고학박물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Thierry Ollivier

전시실은 ‘신비의 숲’과 ‘이야기의 숲’ 두 가지로 구성돼있다. 첫 번째 전시실 ‘신비의 숲’은 스투파의 봉분을 형상화한 둥근 원들로 순환의 질서를 형상화한 공간을 연출했다.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을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이들은 스투파 장식의 조각으로 등장한다. 자연의 정령과 불교의 신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생명의 숲을 표현했다.

두 번째로 ‘이야기의 숲’은 석가모니 이야기를 북인도에 비해 활기차게 해석한 남인도의 분위기를 담았다. 남인도 스투파의 규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과 돌 표면에 조각된 다양한 상징과 서사로 이루어진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주된 볼거리다.

더불어, 석가모니의 깨달음이 빈 대좌, 발자국, 그의 가르침이 수레바퀴로 상징되듯, 상징의 힘에 집중해본다면 관람에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자연의 순환을 연상시키는 ‘숲’이라는 키워드에 담긴 박물관의 메시지도 곳곳에 숨어있다. 박물관은 숲과 생명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이전 전시에서 사용한 벽을 70% 재활용하여 폐기물의 양을 줄였다. 그리고 전시실 내 전시품 안내는 종이에 인쇄하지 않고 모바일 전시 안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전시의 도록 표지도 국제산림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생분해와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친환경 용지를 사용했다.  

▲피프라와 출토 사리, 기원전 240-200년경, 피프라와, 개인소장 ⓒPeppé Family
▲피프라와 출토 사리, 기원전 240-200년경, 피프라와, 개인소장 ⓒPeppé Family

이번 전시는 학술전시로 기획된 미국 전시를 문화사적 관점으로 재기획했다. 인류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였던 인도에서 일어난 문화의 흐름과 새로운 신앙의 전파가 남인도 고유의 미술에 어떤 자극과 상상력을 제공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관내 큐레이터가 작성한 원고는 ‘쉬운 전시정보 만들기’ 팀과 협업해 이해하기 쉽도록 수정했다. 전시실에서 제공되는 모든 전시 정보는 이렇게 수정된 설명문으로 제작했으며, 모바일 전시 안내 프로그램에서 텍스트와 음성으로도 제공된다. 

아울러 내달 5일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큐레이터 존 가이,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이주형 교수의 학술행사를 마련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