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대구미술관장에 홍준표 고교 동기 선임…공공기관 사유화 논란
[Hot Issue]대구미술관장에 홍준표 고교 동기 선임…공공기관 사유화 논란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1.0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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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개인전에서는 홍준표 초상화로 작품 교체해
“채용과정 공개하고 선임 취소해야 한다” 500명 이상 성명 참여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의 고교 동기인 노중기(70) 작가가 대구미술관의 관장으로 임명되면서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노 작가는 지난 5월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홍 시장의 초상화를 전시해 이미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서양화가). (사진=대구문화예술진흥원)
▲노중기 신임 대구미술관장(서양화가). (사진=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달 29일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면접 심사 등을 거쳐 노중기 화가(70)를 대구미술관장으로 선임했다. 미술관장 공모는 지난 달 7일부터 진행됐으며, 자체 미술관장과 지역 문화재단 관계자 등 6명이 응모했다. 진흥원에서 이들 중 복수의 후보를 대구시에 추천했고, 최종적으로는 노 관장이 낙점됐다.

노 관장은 홍 시장과 함께 영남고를 졸업, 대구미술협회 부회장과 대구예술대, 영진전문대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 해 5월 27일에는 《노중기》개인전을 개최, 홍 시장의 초상화를 전시하며 논란을 빚었다. 개막 일주일 후 홍 시장이 방문하면서 전시 중이던 일부 추상 작품을 내리고 홍 시장의 초상화로 교체했다는 점에서 ‘홍 시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것이다. 대구미술관은 논란이 거세지자 예정돼있던 도슨트 해설을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거세게 반발이 일며, “채용과정을 공개하고 선임을 취소해야 한다”라며 항의 성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대구 중구 아트스페이스펄에서는 지역 예술인들이 항의 성명서를 발표, 500명 이상이 성명에 참여했다. 김옥렬·정종구 전시기획자와 이교준·김미련·조덕연 작가를 비롯한 예술인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는 지역자치단체장이 자신과의 친분을 내세워 저지른 예술계에 대한 만행”이라며, “이러한 임명은 공공 위에 군림하는 독재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미술관 전시와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지역미술을 잘 아는 관장의 필요성은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정길 문화예술진흥원장은 문화예술진흥원 창설 초기에 문화예술계 카르텔을 타파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행태는 아전인수격의 강력한 카르텔로 보여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초상화가 걸린 대구미술관 노중기 개인전
▲노중기 신임 대구미술관장이 지난 해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자신의 개인전에 전시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초상화. ⓒ한겨레신문

다음은 성명서 전문.

대구광역시 <대구미술관(시립) 관장 선임>에 대한 미술인 항의 성명

지난 2023년 5월 27일 ~ 8월 20일 대구광역시 산하 대구미술관(시립)에서 지역작가조명전으로 《노중기》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런데 이 전시 기획은 고교 동기인 홍준표 현 시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 전시 오픈 1주일 후, 대구시장이 다녀가면서 노중기 작가는 전시 중이던 일부 작품을 내리고 고교 동기인 홍준표 현 시장의 초상화로 작품을 교체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대구미술관은 이런 논란과 시민들의 부정적 반응을 잠재우기 위해 도슨트 해설까지 취소했다. 이런 상황은 사회문화적으로 큰 논란을 빚었다.

그리고 2023년 12월 29일, 그 당사자인 노중기(70) 화가가 대구미술관의 새 관장으로 임명되었다. 이 모든 사건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는 지역자치단체장이 자신과의 친분을 내세워 저지른 예술계에 대한 만행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임명은 공공 위에 군림하는 독재적 행태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식이하’의 결과이다. 그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미술관 전시와 운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 미술관 전시와 운영, 소장품 구입의 전문성은 도덕성과 연결된다. 미술관 종사자의 윤리강령도 있지 않은가?
- 전문성과 도덕성의 미비는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홍준표 시장이 그토록 타파를 강조하던 카르텔의 온상이 이곳에 있다.
- 이런 행정은 문화예술계의 전문성을 거부하고 오랫동안 미술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쌓은 실력과 경험을 완전히 무시한 사태이다.

2. 지역미술을 잘 아는 관장의 필요성은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 지역에서 활동하는 경험 많은 미술가와 덕망이 있는 인물이 있지 않은가? 그들은 바보인가? 이번 심사에서 적절한 관장 후보가 없었다면 재공고를 해야 할 것이다.
- 그리고 정치권이 예술계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봉건주의 왕조시대가 아니다. 예술계가 정치권의 놀이터는 아니지 않는가?

3.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정길 문화예술진흥원장은 문화예술진흥원 창설 초기에 문화예술계 카르텔을 타파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행태는 아전인수격의 강력한 카르텔로 보여진다. (카르텔cartel : 동일 업종의 기업이 경쟁을 제한하려고 독점적인 협정을 하는 형태)

- 홍시장과 영남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초상화와 그림을 선물로 그려주는 지자체 단체장 바라기가 관장이 되는 사태는 완전히 비정상적 행정으로 공식적으로 감사 받아 마땅하다.
- 대구시장의 의중에 따라 아부하는 진흥원장과 행정관료들이 암묵적으로 형성한 카르텔로 볼 수 있다.
- 이런 식이면 모든 기관의 예비기관장은 지방단체장에게 초상화를 가져다 바치고 공공 전시회에 초상화를 출품하여 노골적인 아부를 하고, 학연과 혈연에 목을 매어야 한다.
-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이 진정 이런 것이란 말인가?

대구시장 이하 정치 권력과 전형적인 행정관료들의 부적절하고 강압적인 예술계 개입과 특혜 임용 지시에 의하여 예술계의 자존감이 상처를 입고 선후배간의 반목과 분열을 야기한 것이 가슴 아프다. 그러므로 대구시장은 책임자에게 관장선임의 구체적인 심사과정 공개를 지시하고 그 과정에 있을 유착관계의 검증과 감사를 상위 기관에 요청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동안 관장 선임의 보류 혹은 취소를 발표하고, 그 독단적 파행을 대구시민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2024.01.02.

김옥렬, 정종구, 김미련, 조덕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