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 올해도 ‘갓생’을 꿈꾸는 그대에게
[Human Library] 올해도 ‘갓생’을 꿈꾸는 그대에게
  • 독립기획자 정다은
  • 승인 2024.01.1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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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여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다이어리 앞장에 써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2024년이 오기 전부터 사람들의 새해 목표를 묻고 다녔다. ‘갓생’ 트렌드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게 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갓생, 일상에 스며들다

‘갓생’은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로 2020년에 처음 등장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전무후무한 개인 시간이 주어지면서 본인의 시간을 관리하는 것에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을 통해 일상에서 완벽한 삶을 살거나 신과 같은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을 보고 갓생 산다고 표현한다. 특히 2022년에는 트렌드를 앞서서 이끌어간 주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심은 한낱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다. 인스타그램의 인기 해시태그 목록에서는 여전히 ‘갓생’ ‘자기계발’ ‘동기부여’와 같은 키워드가 올라와 있다. 또한,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3년 연간 베스트셀러 동향’에 의하면 자기계발서가 1,2,3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특히 30대 독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고, 그 뒤를 20대와 40대가 비등비등하게 따르고 있다.

갓생이 어려운 이유, 내가 못난 탓일까? 

유튜브 채널 ‘픽고(PICKGO)’는 대학생∙직장인의 일상을 담은 웹 드라마를 제작한다. 시청자 비율은 10대 후반부터 30대가 가장 많다. 이처럼 젊은 세대가 주목하고 있는 픽고에서도 갓생을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다루고 있으며 반응 역시 뜨겁다. <보여주기식 인생>에 등장하는 ‘다희’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기분 아니? 온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쉬는데 내가 열심히 사는 것 같지 않은 느낌.” 그리고 본인에게 목표가 없음을 탓하며 바디 프로필을 찍기로 한다. 다희는 회사에 다니면서 독서, 헬스 심지어 연애까지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상을 자연스럽게 SNS에 공유한다. 누군가에게는 다희의 인생이 갓생 그 자체이다. 하지만 다희는 본인보다 더 우월한 갓생 앞에서 한숨을 쉰다.

갓생 자격증 취득 조건은?

<갓생 사는 척>에 등장하는 ‘효석’은 미라클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찬물로 샤워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한다. 동기부여 연설가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모닝루틴이다. 하지만 모두가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고 최고의 효율을 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체질적으로 각자 적절한 속도와 시간이 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오는 수천 명의 갓생 루틴은 매우 비슷하다. 마치 다같이 갓생의 기준을 약속한 것처럼 보인다. 대중의 취향이 세밀하게 파편화되는 가운데 막상 삶의 루틴은 획일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특히 성공적으로 보이려는 욕망과 자기계발에 관한 관심이 맞물려 갓생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다. 이로써 갓생은 자기계발이 아니라 ‘근면 성실한 사회구성원 개발’이 되었다,

또, 또, 또. 난 갓생 살기 글렀다

헬스트레이너는 회원의 체질에 맞는 운동법을 그때그때 다르게 권한다. 하지만 생(生)과 가장 가까운 갓생 사는 법은 왜 다 똑같을까? 물론 인위적인 갓생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무료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어제 가능했던 루틴이 오늘은 불가능할 수 있다. 획일화된 루틴을 무작정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그 앞에서 쩔쩔매는 나를 발견한다. 장동선 뇌과학박사는 루틴대로만 살아가는 사람의 뇌는 경직성이 강해진다고 한다. 따라서 루틴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때 훨씬 더 큰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잘 살아보려는 노력이 결국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나를 위해서 갓생살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갓생을 살기 원하는가? 세대를 불문하고 갓생에 주목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나’를 위해서일 테다. 개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본인을 관리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건강한 이기심에서 갓생에 대한 욕망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들이 다 하니까, 아무것도 안 해서 불안하니까 시작하는 갓생만큼은 지양해야 한다. 갓생을 시작하고자 하는 동기가 외부가 아닌 내면의 동요에서 나오길 바란다. 또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루틴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보다 내 체질, 상태, 환경, 목표 등을 고려해 스스로 갓생 계획을 세우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 원으로 된 방학시간표에 알록달록 일정을 채워 나만의 방학을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 2024년만큼은 갓생 사는 척 말고 진짜로 내 갓생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