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불혹(不惑)의 선댄스 영화제
[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불혹(不惑)의 선댄스 영화제
  • 조기조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 승인 2024.01.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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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 선댄스 영화제에 일평생 바쳐
굳건한 독립영화제로 자리 잡아
▲조기조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조기조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40년을 맞은 “2024, 선댄스(Sundance) 영화제”는 1월 18 ~ 28일에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와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열린다. 선댄스는 그 쪽의 어느 동네 이름이 아니다. Sun(陽) + Dance(舞)라고 어느 중국인이 ‘양무(陽舞) 영화제’라고 한역한 것을 보았는데 너무 나간 것이다. 이 영화제를 만든 사람은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이고 그는 주연했던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인 선댄스 키드(Sundance Kid)에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공원 도시로 생각되는 파크 시티는 사실 대관령 같이 높고 깊은 산골이다. 사슴 떼가 살고 늑대들이 울어댈 것 같은 산악지방, 디어 밸리와 울프 마운틴이 있는 곳이다. 오래전에 번성했던 은광(銀鑛)때문에 한때 경기가 살았던 탄광촌인데 80년대에 폐광하였으나 겨울에 눈이 많이 오고 여름에 시원하기 때문에 휴양지로 되살아 난 곳이다. 온통 스키장과 함께 리조트 타운으로 자리 잡은 곳이라 부촌이 되었다.

1978년에 연례 영화 전시회인 ‘유타-미국 영화제’가 솔트 레이크 시티에서 창설되었고 할리우드 시스템의 외부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를 위한 영화제였다. 1981년에 이 영화제는 유타주 파크 시티로 이전하여 다큐멘터리와 단편 영화, 그리고 다양한 드라마를 포함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1985년에 연중 프로그램으로 변환하고, 행정 직원, 재정 지원 및 연락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어 이 영화제는 “선댄스 연구소”의 일부가 되었고 프로그램에 국제 부문을 추가하였다. 1991년에 공식적으로 이름이 변경된 “선댄스 영화제”는 미국 최고의, 아니 세계 제일의 독립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니까 국내(미국)와 국제로 나누고, 또 영화, 다큐멘터리, 드라마 부문으로 나누어 경쟁하고 있다.

한예리와 윤여정이 주연하고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나리”가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선댄스 수상 이듬해에 윤여정이 상을 받은 것이다. 매들렌 개빈(Madeleine Gavin) 감독의 폭로적인 다큐멘터리, “Beyond Utopia”는  ‘2023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수상하였는데 지난 10월 23일에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였다. 한국의 김승은 목사가 탈북자 가족을 돕는 위험하고 대단한 내용이 나온다. 이 영화는 제96회 아카데미(오스카상) 다큐멘터리 장편영화 부문 예비 후보로 선정되었다.

“1985년 제1회부터 선댄스 영화제는 자신의 독립적인 비전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예술가들을 모으고, 축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 페스티벌은 오늘날까지도 그 목표에 충실하고 있습니다.”라고 선댄스 재단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레드포드가 말했다.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필요한 대화를 시작하는 대담한 작업을 선보이는 유산은 2024 프로그램에서도 계속됩니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나리”가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

2024 영화제에 선정된 82편의 영화는 4,410편의 장편 영화를 포함하여 153개 국가 또는 지역에서 제출된 17,435편중에서 선택되었다. 이러한 장편 영화 제출물 중 1,679편은 미국에서, 2,741편은 해외에서 출품된 것이다. 8개의 에피소드 프로젝트는 573개의 출품 중에서 선택되었으며 385개의 New Frontier 출품이 있었다. 

선정된 82편의 장편 영화는 24개국에서 출품되었고 작품을 제작한 감독은 101명인데 이중 40명이 처음 작품을 감독했다고 한다. 장편영화 및 프로젝트 중 11개는 직접 보조금 또는 레지던시 랩을 통해 선댄스 연구소의 개발 지원을 받았다. 세계 초연은 90개의 장편 영화와 에피소드 프로그램 중 85개인 94%를 차지한다. 82편의 장편 영화 중 38편(47%)은 여성이 감독했고 4편(5%)은 자신을 논바이너리 개인이라는 영화제작자가 감독하였다. 36편(45%)은 유색인종 감독이, 15(23%)편은 LGBTQ+라고 밝히는 자가 감독했으며 5편(7%)은 트랜스젠더가, 4편(6%)은 장애인이 감독하였다. 

또한 장편 영화에서 과학과 기술을 가장 훌륭하게 묘사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연례 상인 “2024, Alfred P. Sloan 장편 영화상” 수상작은 미국 드라마 공모 부문의 “Love Me”가 선정되었다. “Love Me”는 Sam Zuchero 감독, Andy Zuchero의 각본에 Kevin Rowe, Luca Borghese, Ben Howe, Shivani Rawat, Julie Goldstein 등이 제작했으며 인류가 멸종한 지 한참 뒤에 부표(浮標)와 위성(衛星)이 온라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란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말 혁명적으로 작성된 대본이기 때문에 망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주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스티븐 연이 설명하였다. 보통의 성인들이 보기엔 황당할 것 같다.

“선댄스 영화제”는 “선댄스 재단”에 있는 비영리 기관인 “선댄스 연구소”에서 매년 수천 명의 예술가와 공개 프로그램을 경선해 채택되면 지원한다. 영화제의 티켓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집중 연구실, 직접 보조금, 펠로우십, 레지던시 등을 통해 연중 내내 신흥 영화인을 고양하고 발전시키는데 사용한다. 후원과 기부도 받는다. “선댄스 연구소”는 스토리텔링, 미디어 전반에 걸쳐 예술가들이 창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보존한다. 이 연구소의 대표적인 연구실, 보조금, 멘토링 프로그램은 새로운 연구 개발에 전념하며 미국과 해외에서 연중 내내 진행된다. 디지털 커뮤니티 플랫폼인 “선댄스 콜랩(Sundance Collab)”은 전 세계 현역 예술가 집단을 모아 선댄스의 자문으로부터 배우고 창의적인 공간에서 서로 연결하여 진행 중인 작품을 개발하고 공유한다. “선댄스 영화제”와 기타 공개 프로그램은 관객과 예술가를 연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발견하며 독립적인 스토리텔링에 전념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선댄스 영화재단”의 로버트 레드포드 회장은 그동안 거대 자본과 기술이 장악한 영화산업에 우려를 표명하며 영화인의 저변을 확대하는 독립영화의 뿌리내리기를 위하여 전념해 왔다. 봄에 가꾸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는 씨앗을 뿌리고 물주기를 하며 척박한 토양에도 뿌리가 내리도록 애를 써야 한다. 올해 미수(米壽)의 88세인 그가 사재를 털어 애써 온 것이 40년이다. 불혹(不惑)이란 불굴(不屈)이고 불침번(不寢番)을 서야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