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4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4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4.01.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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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공공미술프로젝트 성공사례 / 하남시의 365일 미술관「art+ 박스」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주민의 생활공간에 문화와 예술을 나눈다는 국가의 문화 뉴딜 사업이었다. 2020년 시행된 이 공공미술프로젝트는 문화체육 관광부가 지원하고 전국의 228개 자치단체에서 진행되었다.

전국의 약 8400명 예술인을 지원한다는 당초 계획으로, 공공성과 대중성을 잘 혼합시킨 전국의 성공사례도 많았지만, 현실에서 나약한 예술가들의 주머니 채우기가 목적이 되는 폐단도 지적이 되었다. 대중들의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모한 예술가들도 있었을 것이며 그들만의 폐쇄 적인 예술활동으로 보이는 즉, 허울 좋은 외재적 관념만 강조된 조형물들이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적지 않게 설치된 것도 비판도 사실이다.

전국 곳곳에 흉물스럽게 놓인 조각작품들, 계약만료가 되면 쓰레기 치우듯 사라질 작품들이 꽤 나올 듯하다.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임한 예술인들이 공공선을 입혀 예술(공공미술)과 대중과의 만남을 연구하고 이것을 공공미술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삼았다면 어느 누구도 비판을 하기전에 성공적인 문화뉴딜사업이었노라고 그들의 노고에 오히려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의 공공성(publicness)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중심, 공공성은 서구의 공화주의 전통에서 나온 가치이다. ‘시민적 덕성(virtu civile)’에 기초하여 ‘공공선(bonum publicum)’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라고 보았을 때 공공의 정서 또는 시민 정신을 강조하는 서양의 공공성과 한국적 공공성을 같이 보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공공미술의 공공성은 예술성과 대중성에 있다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결합된 공공미술은 작품의 공공성으로 통합되며 공공선으로 플러스된다. 제작한 이와 관람자 모두 미적공동체가 형성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하남문화재단 마당에 설치된 이색적인 미술관 <art+ 박스>를 공공미술프로젝트 성공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과 대중성의 만남, 「art+ 박스」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 사업으로 진행된 하남문화재단의 <art 입는 하남미술관+>은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공동의 미술관 형식이다. 공모사업 운영 당시 작품을 제작한 주체는 지역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18명의 미술작가로 구성되었고, 12명의 주민협의체를 통해 주민참여형 공공미술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여러 개의 공공미술작품 중 「art+ 박스」는 코로나시국에  모든 이가 예술가가 되어 동참한다는 의미로 컨테이너 박스를 미술관으로 재구성한 공간이며 공공프로젝트 설치작품으로 작은 미술관을 선보인 것이다.

필자의 예민한 시선에도 참으로 아담하고 소중한 공간이다. 365일 낮과 밤 관람할 수 있으며 어느 누구든지 전시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의 경계가 경쾌하게 무너진 곳이다. 모든 이들이 감상하고 휴식할 수 있는 쉼터로 제작되었기에 보기에도 생동감이 넘친다. 이 작은 아트박스는 한 개의 큰 설치작품으로 보이며 그안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느라 걸음을 멈추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관람객의 행위가 연극 속 배우처럼 느껴지는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어찌 보면 큰 작품 안에 작은 작품이 존재하는 듯 보이며 미술관 밖에는 살아있는 사람작품들이 걸어 다닌다. 필자가 인터뷰를 하러 갔을 때는 마침 하남미협 한미나작가의 아기자기한 작품이 설치되고 있었다. 축제시즌을 고려하여 작은 미술관 박스에 형형색색 풍선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포토존을 만들자며 동료작가들은 풍선을 불고 반짝이 조명을 달고 있다. 분주해 보이는 손놀림이 정겨워보였다. 단순히 전시만이 목적이 아닌 시민과 소통하려는 진정성이 엿보였다. 물론 더 세련되게 확장시켜서 전시품의 예술성만을 강조할 수도 있겠으나 예술성에 대중성을 입히고 있는 작가들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문화재단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장소에 시민과 함께한 예술가들의 열정이 더해져 공공미술의 힘이 생성되고 있다. 마을 곳곳을 다니며 찾아가는 미술관을 진행했던 시민공동체와 지역 내 전문작가들이 함께 공공선을 이루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세대와 지역을 이어주는 미술관이 되었으며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잘 지키고 있기에 향후 관리도 기대가 된다. 공공미술프로젝트 성공사례, 하남시 <art+ 박스>는 365일 운영되며 흉물로 사라질 수도 있는 설치작품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오가며 휴식하는 공간이 되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