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2024 대한민국 공연예술계 가늠자, 2024 신년음악회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2024 대한민국 공연예술계 가늠자, 2024 신년음악회
  •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24.01.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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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해 오고 있는 신년음악회는 정부 행사인 만큼 공연과 관계되는 출연진, 공연곡목, 무대장치부터 주요 참석인사, 초청관람객 등 그 모든 것이 우리나라 공연예술 현장과 정책까지도 직시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클래식의 종주국인 유럽이 아닌 자국의 전통음악을 간직 보존하고 있는 일본, 중국, 인도 등 신년음악회에서 자국의 전통음악 없이 클래식으로만 연주 된다면”

연말 연시가 되면 매해 아쉬움과 후회, 새로움과 희망이 교차한다. 보신각에 모며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타종을 보고 얼싸안고, 해돋이 명소를 찾아 간절함으로 원하는 바를 기도한다. 

음악계에서는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전국의 공연장에서는 제야음악회와 신년음악회로 송구영신을 하게 된다.

십여년 전부터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생중계와 녹화중계로 접하게 된 관객들은 음악적 감동과 더불어 한해의 마무리와 시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권기찬 이사장에 의하면 오스트리아 정부는 타이틀 스폰서 롤렉스의 재정 후원으로 매년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90개국 9억명 가까운 시청자가 실황으로 음악회를 시청하는 것을 이용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시내 정경, 잘츠부르크의 고성들과 유적들, 할슈타트 등 명소들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관광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메르켈 총리는 신년, 재야음악회는 물론 일상에서 장을 보고 난 후 남편과 들르는 곳이 베를린필하모닉 연주장이라는 것을 여러 화면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메르켈과 같은 정치적 지도자가 있기 때문에 독일이 클래식의 종주국이라는 것이 쉽게 수긍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신년음악회 또한 여러 지자체 공연장에서 열리고 있다. 지자체와 재단, 공공 예술단체, 공연장의 정체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자축하는 분위기로 치러지고 있다. 신년음악회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1988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년 후인 1989년 1월부터 매년 열리는 신년음악회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는 정부의 문화예술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해 오고 있다. 정부 행사인 만큼 공연과 관계되는 출연진, 공연곡목, 무대장치부터 주요 참석인사, 초청관람객 등 그 모든 것이 우리나라 공연예술 현장과 정책까지도 직시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그러나 정작 매년 열리는 신년음악회를 이렇게 기대하기는 너무 순진했나, 아니면 엉뚱한 생각이었나 하고 자문하게 된다. 영어에 많이 익숙해 있지만 국어가 우리의 언어이고, 맥주나 위스키, 와인을 자주 마시지만 막걸리와 소주가 우리의 술인 것처럼, 클래식도 익숙하여 친근하지만, 우리 고유의 음악은 아니고 국악이 우리의 음악이다. 그런데 매년 나라를 대표하는 신년음악회에서 거의 대부분이 클래식 위주가 되고 국악은 겨우 아주 간혹, 아주 짧게 프로그램에 포함될 때가 있다.

클래식의 종주국인 유럽이 아닌 자국의 전통음악을 간직 보존하고 있는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의 신년음악회에서 자국의 전통음악 없이 클래식으로만 연주 된다면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 신년음악회를 통크게 후원하여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과 한국의 아름다운 관광 명소들을 소개하는 날은 오는 것일까? 

메르켈 총리가 있는 독일처럼 대통령이나 여야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신년음악회에 참석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아예 상상도 말아야 하는 것일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2024 신년음악회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월 9일 저녁 7시에 열리고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고 한다. 눈여겨 보고 기억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