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빛공해에 드는 비용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빛공해에 드는 비용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24.01.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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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의 풍요 위해 밝히는 빛 때문에 미래의 어느 날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할지 관심 가져야 할 때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다시 한 해의 시작이다. 이러저러한 다짐과 게획을 세우며 지난해 초에 적어두었던 글이 눈에 들어 왔다. “ 영국 최초의 빛공해연구소 설립” 

2013년 1월자 뉴스 였으니 2007년 세계보건기구에서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규정한지 16년만이다. 

미국,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며 전세계 인구의 80%이상이 빛공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북미나 유럽의 인구는 99%라고 하니 인공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거의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빛공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빛공해에 노출될 경우 멜로토닌의 부족으로 생체주기에 영향을 받고 불면증 혹은, 여성은 유방암을, 남자는 전립선암의 발병율을 높인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부터 빛공해 방지법을 제정하고 지자체별로 5년마다 빛공해방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하는 등 적극적인 빛공해 관리 감독을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빛공해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미 10여년 동안 충분한 계도와 심의와 같은 사전 관리제도 강화로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빛공해 방지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 식물이나 자연에 대한 피해에 대하여는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하여 도시의 빛이 동물의 이동이나 짝짓기 행동에 교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바다 거북이 산란을 위해 뭍에 올라왔다가 도시의 인공조명 때문에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천적을 만나거나 아사하여 그 개체가 현저히 줄어가자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산란 시기에 가로등을 소등하기로 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전한 바 있다.

서울 도심, 여름밤 늦도록 울어대는 도심의 매미 소리도 빛공해 때문이라는데 가로등과 나란히 서 있는 가로수는 빛공해로부터 안전할지 그리고 지난 연말 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불빛 장식은 나무를 비추는 정도가 아니라 줄기에 둘둘 감겨 있던데 그런 것들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나무에 설치된 조명은 호흡량을 교란시켜 밤동안 일어나야 하는 탄소의 축적을 방해, 탄소저장량을 감소시키고 나무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6시간 이내로 조명을 설치할 경우 그 영향은 적었으나 그 이상일 경우 계절에 따라 그리고 침엽수, 활엽수에 따라 1.5배~4배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나 나무의 생장을 해치는 빛공해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어두운 밤 즐길만한 명소, 특별한 낭만을 찾은 야간관광, 체류형 관광을 위한 야간경관 사업, 야간관광 특화 도시, 궁궐의 야간개장, 더 화려해진 어떤 도시의 멋진 교량.. 이 모든 사업의 컨텐츠는 빛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빛은 밝게 빛날수록 효과가 더해질 것은 뻔하다. 아울러 그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빛공해로 부터 법적으로 보호가 되겠지만 나무, 동물들, 곤충들 강과 바다의 생물들, 이러한 생태자원들은 어떤 피해를 받을지 또 먼 훗날 우리에게 어떤 피해로 되돌아올지 그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게다가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쏘아 올리는 저궤도 인공위성 또한 빛공해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인터넷중계용 초소형 위성을 촘촘히 배치, 작년 2월 기준 3580개의 인공위성을 운용 중이고 향후 42000대까지 늘인다고 하니 이러한 인공위성의 자체 발광빛과 태양전지판 그리고 우주쓰레기에 반사된 빛등이 점점 밤하늘을 밝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구촌 3분의1 이상이 은하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고 유럽은 인구의 60%가, 북미에서는 80%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밤하늘의 별을 육안으로 보기도 힘들어질 뿐 아니라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별의 수도 현저히 줄어든다고 한다. 독일의 한 연구소는 이로 인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산출하여 제시하였는데 무려 285억원에 이른다.

밤하늘의 별을 못보는 것이 당장 나에게 어떤 불편을 주지 않기에 지구의 날, 우리가 소등하는 조명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내 창문 앞의 매미가 밤새 울고, 바다 건너 나라의 바다 거북이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모래밭은 헤매인들 나에게 어떤 피해가 있으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당장의 풍요를 위해 밝히는 빛 때문에 미래의 어느날 얼마나 큰 비용을 치루어야 할지 이젠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