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예경 ‘전국 창제작 유통지원’, 한문연 ‘방방곡곡’ 대안 될 수 있을까
[Hot Issue]예경 ‘전국 창제작 유통지원’, 한문연 ‘방방곡곡’ 대안 될 수 있을까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1.1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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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전국 문화예술 지원사업 전면 재구조화”
민간단체-문예회관 협의 신청, 자부담 비율 등 현장 불만 이어져
예경 “유관 사업의 개선점 토대로 기존 사업 재구조화”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인 문화예술 분야 산하ㆍ공공기관 정책 구조 혁신에 나섰다. 기관별로 중복된 업무를 재편성하고, 내달 소규모 국립문화예술시설을 관리할 운영 법인 '문화예술복합관리센터(가칭)'를 설립한다.

문체부 산하기관 51개 중 문화예술 분야가 26개로 가장 많지만, 콘텐츠(한국콘텐츠진흥원 514명), 체육(체육공단 1,456명), 관광(한국관광공사 736명)에 비해 행정력을 갖춘 대표 공공기관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2024 전국 문화예술 창제작 유통 지원 사업 설명회 온라인 중계 화면 갈무리
▲2024 전국 문화예술 창제작 유통 지원 사업 설명회 온라인 중계 화면 갈무리

기존의 소액ㆍ다건의 유사 중복 사업을 통합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 재구조화’ 방안 가운데 올해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 사업의 대부분을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 등 다른 기관으로 대부분 이관한다. 한문연의 이관 사업 중 현장 문화예술인과 문예회관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방방곡곡 문화공감’이다. 해당 사업의 개편 계획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논의됐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그동안 (예산 대비) 소액으로 다수 기관에서 집행해왔기 때문에, 일부 단체의 중복 수혜나 정보 비대칭 등에 대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칼을 뽑은 것은 좋으나, 새로 내놓은 정책을 두고 벌써부터 재고와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민간 공연예술단체들이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문예회관에서 검토 후 작품을 선정하던 기존 방식이, 민간 단체와 문예회관의 협력 참여 방식으로 바뀐 것부터가 ‘의도만 좋고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에 부딪혔다.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자세히 정책의 변화 지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봤다. 

“상호 협력 이끈다는 ‘지역맞춤형 유통 공모’, 민간 공연단체 부담 가중”

’문화예술 전국 유통지원‘은 한문연의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23년 177억 원)과 예경의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 유통 협력 생태계 구축 사업’(‘23년 156억 원)이 재구조화되면서 새롭게 설계되는 사업이다. 사업이 흡수 개편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민간 단체였던 신청 주체가, 민간 단체와 문예회관으로 바뀐 것이다. 민간 단체의 경우 문예회관과 같은 주요 공연신청과 사전 교류를 통한 협약서가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세부 사업으로는 먼저, 인구감소지역 등 문화취약지역의 문화향유 증진을 위해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공모)을 추진한다. 문예회관 및 민간단체 공모(132억 원)를 통해 1~6천만 원 소규모 공연ㆍ전시 콘텐츠를 220여 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민간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인구감소지역 맞춤형 공연콘텐츠를 개발한다. 통합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해 상시적으로 공연장과 단체가 교류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망도 기획사업과 병행 진행할 계획이다. 

1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국비 지원이 가능하며, 자부담 포함 1천 2백만 원에서 1억 1천만 원까지 지원 가능하다.(문예회관 자부담 10%) 문예회관이나 민간단체 모두 신청이 가능하나, 문예회관이 직접 신청하거나 협력으로 참여하는 경우 자부담 비용 10%는 문예회관이 부담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공연단체가 신청하는 경우에는 문예회관의 자부담 의무는 없다. 공연단가 1천만 원~1억 원 내 신청 건수는 제한이 없으나, 신청 주체 당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할 수 없다. 단, 작품성, 수행능력 등 기본 배점 외 지역 안배 차원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 

한 클래식 연주단체 대표는 “‘방방곡곡’ 사업의 대안으로 나온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맞춤형 공모사업이나 기존에 예경에서 시행했던 ‘공연예술 유통 공모’ 모두 특정 단체에만 유리한 정책이다. 문예회관과 친분을 유지하던 단체만 유리한 사업이 아닌가”라며 “예산의 중복 지원 및 비효율적 분배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점은 그대로 유지되어 아쉬움이 크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공연예술 기획자 역시 “소규모 민간 예술 단체들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문예회관에서 작품을 선정하던 기존 방식을 왜 변경했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단체들이 전국의 문예회관 연락처를 확보하여 일일이 연락을 돌려 일정을 맞추고 협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굉장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현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경 사업 담당자는 “기존의 유관 사업 진행 시, 교섭조차 이뤄지지 않고 탈락된 단체들의 고충이 있었다. 매칭까지 이뤄지지 않더라도 교섭이 먼저 적극적으로 이뤄지길 바라며 추가된 항목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원액 자부담 30% 지정, 의도대로 민간 공연단체 부담 덜어줄까

지역공연예술계 창제작 및 유통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된다. 공연장-공연단체 협력을 통한 92억 규모의 ‘중형 공연예술 유통 공모’(공모)에 나선다. 4억 규모의 공연 23건 유통을 목표로 한다. 프로그램별 지원액은 국비 2억~5억, 자부담 포함 금액은 2억 9천~7억 1천만 원이다.(자부담 30%) 해당 사업은 문예회관이나 민간단체 관계없이 (신청 주체) 자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1개 공연단체와 2개 이상의 공연장 매칭이 필수이며, 문예회관뿐만 아니라 지역 민간공연장도 협력기관으로 참여 가능하다. 2개 이상 광역시도 고재 공연장 매칭시, 총 6회 이상 공연이 이뤄져야 한다. 단, 서울에서 제작 및 유통되는 공연은 제외된다. 

‘공연예술 유통’ 공모 사업의 프로그램별 지원액 자부담 30%를 참여주체(민간단체ㆍ문예회관)가 균등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어느 한쪽에서 자부담 비율을 초과해서 부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민간 공연예술단체 관계자는 “서류 처리 등 행정 절차상의 번거로움으로, 자부담 항목이 있는 경우 사업 진행을 꺼리는 문예회관도 많은데 왜 자부담 비율을 의무적으로 배치했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예경 측은 “해당 사업은 유료 티켓을 판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부담이 없으면 정산할 때 수익금 포함 등 부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추후에 발생할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장치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해당 사업에서 되도록 문예회관이 많은 기여를 해서, 민간 단체가 부담을 덜 수 있는 바람직한 유통 환경 조성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립예술단체 전막 공연을 지역에 유치하게끔 유도하는 ’국립예술단체 전막 공연 유통‘(지정) 사업도 진행된다.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공연장의 역량을 강화하고 상호 간 공동 제작을 통해 초대형 공연을 지역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한다. 해당 사업은 10억 규모 공연 8건, 총 80억 규모로 진행되며, 지정 공모사업으로 편성된다. 단, 해당 사업에 선정된 8개 지역거점공연장은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 ‘중형 공연예술 유통 공모’ 공모사업 선정에서 제외된다. 

“분야별 간담회 28회, 정작 사업 당사자인 ‘민간 공연예술단체’ 목소리는 누락”

민간 공연단체를 이끄는 여러 현장 예술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제대로 된 현장 목소리의 미반영’이다.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문화예술기관ㆍ단체 대상 간담회 5회, 장르ㆍ지역별 간담회 10회, 문화예술계 현장 방문 13회 등을 통해 문화예술계 의견수렴에 힘써왔다. 그러나 의견수렴의 대상은 주로 공공기관 단체장 혹은 예총 산하의 지역 예술 단체장이었기에, 정작 사업을 신청하고 혜택을 받아야 하는 민간 공연예술단체의 목소리는 빠진 정책이 나오게 됐다. 

소규모 뮤지컬 제작사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방방곡곡 사업은 공연이 선정되더라도 최대 5개 내에서 예산을 조절했는데, 이 사업은 예산 범위를 초과할 경우 1회밖에 공연을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상황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책 수립 전 현장의 의견을 많이 청취했다고 하지만, 정작 사업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 현장 예술인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공모 이후라도 공청회 등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사업 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에 참석자들이 정책에 갖는 의문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질문은, 이번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지 모른다. 

한 문예회관 관계자는 국립예술단체 전막 공연 유통 사업에 선정되면, 중소규모와 중형 공연 유통 사업에선 전부 제외되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한, e나라도움을 통한 사업 수행이 필수적이라는 조건과 관련하여 “모든 건수를 개별 처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으니, 세부 정산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공연단체와 문예회관 간의 계약이 확실한 것이 확인되면 전체 계약을 1건으로 처리하는 것도 고려해달라”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원 장르 모호성, 자부담 비율 변동
예경 “가능성 열어둔 것”

지원 장르가 유관 사업이던 방방곡곡과는 달리 세분화되지 않아, 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우리 단체는 탭댄스와 클래식, 국악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을 선보이는데, 이번 사업에는 기존에 있던 다원 장르가 없어 어느 장르로 지원해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에 예경은 “장르는 단체 쪽에서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장르로 판단하여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점차 공연들이 장르 구분 없이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에, 큰 범위만 지정했고, 나머지 세부 구분은 단체가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지원하시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공연예술단체 대표는 “방방곡곡 사업은 문예회관에서 40~60% 예산을 지원받았던, 자부담 의무가 있는 사업이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방방곡곡 사업을 통해 문예회관에서 공연을 했던 경험을 되짚어보면 문예회관 대부분이 (지원을 받는) 방방곡곡 사업이 아니면 공연을 사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라며 “이번 사업의 경우 먼저 공연단체와 협약서를 작성한 후 공모 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예산이 나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문예회관이 자부담률을 높게 가져갈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생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예경 측은 “기존 방방곡곡은 문예회관이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고, 지금은 문예회관이 공연을 함께 올릴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 혹은 공연 단체가 복수의 문예회관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두고, 예경은 오히려 문예회관이 자부담 비용을 보다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라며 “이전까지 (공연단체가) 적은 비용으로 쉽게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예회관 입장에서도 좋은 작품을 선정하고 지방비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예경도 문예회관과 꾸준히 소통하며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설명회를 이끈 예술경영지원센터 홍사웅 본부장은 “사업이 재구조화, 신규 추진 및 확장되는 계기를 통해 공연유통 정보 플랫폼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2024년에는 한시적으로 한정된 공모 기관을 통해 공연예술 사업 주체 간에 교섭이나 매칭을 유도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향후 사업 주체 간에 현황이나 작품 정보를 상시 확인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ㆍ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라고 전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한 문화예술계 원로는 “새로운 정책의 원론은 잘 설계되었으나, 시행단계에서 현장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 그간 예술지원사업의 폐단으로 지적된 민간 예술단체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해결되긴 커녕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민간 예술단체의 목소리와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들이 시행 과정에서라도 반영되어 개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