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국립정동극장, ‘2차 제작극장’ 역할 강화…“우수공연 레퍼토리 개발”
[현장스케치]국립정동극장, ‘2차 제작극장’ 역할 강화…“우수공연 레퍼토리 개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1.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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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정동시즌 ‘헬로정동’ 총 448회차, 28개 작품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내년 개관 30주년을 앞둔 국립정동극장이 ’2차 제작극장’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정성숙)이 지난 1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2024 정동시즌 ‘헬로정동’의 라인업을 발표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국립정동극장’과 ‘국립정동극장 세실’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은 총 28편으로, 올해 최초로 첫선을 보이는 신작 4편과 레퍼토리화를 목표로 엄선하여 정동에 맞게 제작한 작품 15편, 이외 매년 관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브랜딩 공연 9편이 포함된다.

▲2024 국립정동극장 기자간담회 단체사진
▲지난 10일 열린 2024 국립정동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창작진 및 스태프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이수현 공연기획팀장, 김솔지 작가, 최원종 연출, 송승환 배우, 정성숙 대표이사, 안성수 안무가, 이래은 연출, 석재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박진완 문화사업팀장 ⓒ국립정동극장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미래를 향한 쉼 없는 도약’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신없이 달려온 국립정동극장은 지난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며 역대 최다 매출을 기록했다”라며 “올해 국립정동극장의 운영 방향은 ‘전문제작극장으로서의 국립정동극장’으로 정했다. 또한 근대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정동만의 이야기, 정동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수 년 전부터 추진과 연기를 반복해온 국립정동극장의 재건축은 내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8년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정동 일대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통과가 쉽지 않았는데, 지난해 5월 심의를 통과했다”라며 “개관 30주년을 맞는 내년 하반기에 착공,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완공되면 550석과 265석 규모의 공연장 2개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동’의 특징을 살린 콘텐츠 제작

국립정동극장은 타 제작극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정동’의 지역·역사적 특징을 살린 작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근대문화'에 주목한다. 정동은 첫 서양식극장인 원각사를 비롯하여 경성법원(현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 러시아공사관 등이 있던 곳으로 근대의 문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국립정동극장은 이 점에 착안, 근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올려 정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역사와 정서를 담아내겠다는 전략이다. 그 첫 작품으로 2023년, 근대 외신기자였던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딜쿠샤>를 올렸고, 올해에는 조선 최초의 미용사 오엽주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아이참>과 1930년대 한센인과 간호사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극 <섬:1933~2019>을 선보인다. 또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모던정동>과 한국전통춤꾼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세실풍류>에서도 근대의 전통예술을 만나볼 수 있다.

2차 제작을 통해 우수작품 발굴 및 재공연

국립정동극장은 신작 개발 외에 발전 가능성 있는 작품의 재공연을 추진하는 2차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작 발표 후 재공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품 중 우수작품을 선정하여 정동에서 키워낸다는 것이다. 예술단체와 공동제작 또는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는 창작ing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창·제작을 지원하여 창작공연 발굴 시스템의 균형과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2024 정동시즌 ‘헬로정동’ 총 28개 작품

국립정동극장은 2024 정동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장르의 28개 작품을 ‘국립정동극장’과 ‘국립정동극장 세실’에 올린다. 국립정동극장에서는 1월 12일부터 12월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극·뮤지컬·무용·전통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5편을 선보인다. 장르별로 ▲연극 3편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더 드레서>, ▲뮤지컬 3편 <섬: 1933~2019>, <비밀의 화원>, <아이참>, ▲콘서트 3편 <신년음악회>, <오걸작_오선지 걸어가는 작곡가>, <비밀의 정원>, ▲무용 1편 <어느 봄날의 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전통예술 2편 <모던정동>, <흥보>, ▲브런치콘서트 2편 <정동팔레트>, <정동다음>, 이외 ▲5월 극장 야외마당과 정동마루에서 열리는 <정동다향>과 연말, 온라인극장 <정동월요랜선극장>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024 국립정동극장 기자간담회에서 공연 라인업을 발표하는 정성숙 대표이사 ⓒ국립정동극장
▲2024 국립정동극장 기자간담회에서 공연 라인업을 발표하는 정성숙 대표이사 ⓒ국립정동극장

2024년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3편

2024 정동시즌에서는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하며 호평을 받았던 연극 3편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2019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 후 2021년 국립정동극장에서 재연했던 작품으로 3년 만에 정동무대로 돌아온다. 한 명의 배우가 100여 분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1인극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무대, 영상, 조명, 음악 등 정교한 미장센의 무대연출이 특징적이다.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2023년 국립정동극장 세실의 ‘창작ing’ 선정작으로 2024년에는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약 100년간 대한민국에서 퀴어로 살아가는 두 여성의 궤적을 쫓는 내용으로 규모가 커진 국립정동극장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주목할 만하다. 배우 송승환의 관록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더 드레서>는 2021년 11월 국립정동극장에서 올려진 이후 약 3년만에 더 완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20세기 최고의 극작가라 불리는 로널드 하우드의 대본과 배우의 연기, 장유정 연출을 비롯한 탄탄한 스탭진과의 합이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신작 포함 3편 공개

국립정동극장은 매년 관객과 평단에서 주목하는 뮤지컬 작품을 배출해 왔다. 올해에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작품 3편이 무대에 오른다. 음악극 <섬:1933~2019>은 2019년 우란문화재단에서 초연한 후 5년 만에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나는 작품이다. 소록도에 머물며 평생을 한센인들을 위해 헌신했던 두 간호사의 삶을 담은 내용으로 1933년부터 약 80년의 시대적 배경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장우성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가 결성한 ‘목소리 프로젝트’가 제작에 참여한다. 뮤지컬 <비밀의 화원>은 2023년 초연에 이어 2년 연속 국립정동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비밀의 화원』이 보육원 아이들의 ‘비밀연극’을 통해 극중극 형태로 전개되는 작품은 이번 달 개최하는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4개 부문(대상, 작품상-400석 미만, 극본상, 음악상)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시청각뿐만 아니라 후각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무대연출이 특징적이다. 뮤지컬 <아이참>은 올해 첫선을 보이는 신작으로 조선 최초의 미용사이자 근현대 사회에서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한 인물 ‘오엽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일구어 온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낸다.

콘서트와 무용 시리즈

1월 12일, <신년음악회>가 정동시즌의 첫 공연으로 올리고 이어서 4, 5월에는 극장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비밀의 정원>, <오걸작_오선지 걸어가는 작곡가>가 4년째 준비된다. 특히 올해 <비밀의 정원>에는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라비던스’의 존 노가 출연하여 무대에 감미로움을 더할 예정이다. 

정동시즌 무용은 전통춤, 현대무용, 발레의 대가들이 참여하는 연속시리즈로 3년 기획 프로그램이다. 지난 해에는 전통춤 대가들의 무대를 만났고, 올해에는 현대무용의 대가, 안애순, 안성수, 안은미가 참여하는 <어느 봄날의 춤>이 3일 동안 이어진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에서 발표하는 신작 2편, <모던정동>과 <흥보>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은 올해 상·하반기에 각 1개의 신작을 발표한다. 5월에는 전통과 서구문화가 섞여 있던 근대시대 예술을 춤과 연희로 풀어낸 작품 <모던정동>을, 11월에는 지난해 <춘향: 날개를 뜯긴 새>에 이어 두 번째 판소리 다섯 마당 시리즈로 <흥보>를 예술단만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브런치 콘서트와 특별공연

평일 낮시간, 국립정동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예술의 향기를 전하는 브런치 콘서트도 계속된다. 지휘자 금난새와 뮤지컬 배우이자 테너 양준모의 해설이 있는 음악공연 <정동팔레트>가 올해에도 2월부터 12월까지 관객을 찾아간다. 차와 명상, 국악으로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치유콘서트 <정동다음>도 4월부터 12월까지 계속된다.

이외 5월, 국립정동극장 야외마당과 정동마루 공간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정동다향>과 연말, 정동시즌 공연의 감동을 온라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정동월요랜선극장>도 돌아온다.

▲2024 국립정동극장 기자간담회에서 창작진들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공모를 거쳐 선정된 작품 10편,‘창작ing’에서 가능성 엿본다

2017년부터 작품과 창작자 발굴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창작ing’는 올해에도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만날 수 있다. ‘창작ing’는 시범 공연 단계를 거친 작품을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재공연할 수 있도록 직·간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7~8월 공모를 거쳐 연극, 뮤지컬, 전통, 무용 장르에서 총 10개 작품을 선정했다. 2024년 창작ing로 선정된 작품은 ▲연극 4편 <거의 인간>, <고등어>, <굿모닝, 홍콩>, <로켓 캔디>, ▲뮤지컬 2편 <리히터>, <면면면>, ▲전통 2편 <서천꽃밭 이야기>, <두아: 유월의 눈> ▲무용 2편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어요>, <차 한잔 하실래요?>이며, 2월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공연된다. 세실에서 공연 후 레퍼토리로 발전 가능한 작품은 향후 국립정동극장 기획공연으로 올려 단계별 제작을 지원한다.

전통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청춘만발>과 <세실풍류>

국립정동극장은 전통예술의 활성화와 확산을 위한 고민도 놓지 않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선보이는 <세실풍류>와 <청춘만발>도 지속 가능한 전통예술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23년에 이어 2년째 선보이는 <세실풍류>는 한국 전통예술의 길을 걸어온 춤꾼들을 만나는 무대이다. 올해는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으로, 근대 신무용부터 현대 창작춤에 이르기까지 총 8회에 걸쳐서 시대별 한국 창작춤을 선보인다. 청년 전통공연예술 창작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청춘만발>은 2017년부터 운영하여 올해로 8회를 맞이한 경연형 지원 프로그램이다. 공모를 통해 10팀을 선정하여 창작지원금을 제공하고, 8월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열리는 발표회에서 우수 아티스트를 선정한다. 젊은 전통예술인들의 재기발랄한 무대를 통해 ‘전통’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서울예술단 공동주최 <창작가무극 낭독공연>

국립정동극장 세실은 ‘창작핵심기지’라는 기치하에 작품들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예술단과 공동주최로 6월 28-29일 양일간, 우수 공연 콘텐츠 개발을 위한 낭독공연 형태의 쇼케이스를 연다. <제2회 창작가무극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도림', '디벨로퍼: 건축왕이라 불리운 사나이', '비형랑'(鼻荊郞), '오래된 만남', '청사초롱 불 밝혀라' 등 작품 5편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