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주연상 조승우 “상과 모든 영광을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께…”
[현장스케치]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주연상 조승우 “상과 모든 영광을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께…”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1.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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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라흐 헤스트> 3관왕 기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한국 원조 걸그룹의 역사를 다룬 창작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가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대한민국뮤지컬페스티벌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지난 1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개최됐다.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부터 MC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어워즈’의 남자, 뮤지컬 배우 이건명과 늘 유려한 음악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The M.C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막을 열었다.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전체 수상자 단체사진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전체 수상자 단체사진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시상식 전 후보에 오른 소감을 관객들에게 미리 전했으며, 유튜브 채널 ‘혜화로운 공연생활 대수’와 ‘뮤지컬천재 황조교’ 두 MC가 실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시상식에서는 빛나는 영광의 순간들이 이어졌다. 2023년 국내에서 공연된 창작 초연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작품에게 주어지는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은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에게 돌아갔다. 해당 작품은 일제 강점기 경성, 미8군 무대, 라스베가스 호텔 등 역사 속 다양한 장소들과 시대를 관통했던 사건들을 하이테크 기술을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기는 무대로 선보였다. 또한, 시대의 음색을 그대로 재현하는 10인조 밴드와 함께 선보이는 최고의 히트곡들로 시스터즈들의 활약상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보통 망한 작품이 상을 받더라”라며 “제작자 역할은 창작자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것인데, 박칼린 감독이 양탄자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큰 상을 받게 됐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연출가 박칼린은 박명성 대표의 소감을 재치있게 받으며 “저희 엄청 망했고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십수년 전부터 준비하면서 아무도 이해를 안 해주실 때 양재동 신시컴퍼니 사무실에 가서 오늘날 K팝이 있기까지 한국의 여걸들, 시스터즈가 얼마나 한국과 해외에서 활약했는지 말하며 객기를 부렸다. 이를 듣고, 박명성 대표님이 ‘그래 같이 망하자’라고 결심해주신 덕분에 작품을 올리게 됐다. 배우들은 고생을 많이 했지만 무대에서 찬란하게 빛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창작 및 라이선스 작품을 통틀어 우수한 작품에 수여되는 <작품상(400석 이상)>은 1950년대 흑인 음악을 널리 알린 백인 DJ 듀이 필립스의 이야기를 재창작한 뮤지컬 <멤피스>가, <작품상(400석 미만)>은 사랑으로 예술을 완성한 ‘김향안’의 삶을 다룬 뮤지컬 <라흐 헤스트>가 수상했다.

2023년 한 해,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배우 부문에서는 뮤지컬 <이프덴>에서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도시 계획가, 엘리자베스 역을 연기한 정선아가 <주연상(여자)>을,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과 가면 속에 감춰진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그려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오페라의 유령 역을 연기한 조승우가 <주연상(남자)>을 수상했다. 

정선아는 출산 후 6개월 만의 복귀작이었던 <이프덴>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정선아는 “너무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와서 큰 상을 받아 기분도 묘하고 감회가 새롭다. 뮤지컬을 오랜 시간 해왔지만, 임신과 출산을 하며 ‘뮤지컬 복귀를 잘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기억하던 내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많았다”라며 “<이프덴>이라는 나와 잘 맞는 작품과 함께 무대에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하다. 너무나 큰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무대 위에서 뛰는 정선아가 되겠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이를 본 관객들도 함께 눈물을 보이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남자주연상을 수상한 조승우는 “부산 공연 중 퀵 체인지를 도와주는 스태프 친구들에게 ‘이 작품 정말 명작인 것 같다. 나 지금 되게 행복하다’라는 말을 문득 건넨 적이 있다. 어제부로 98회 공연을 했는데, 그 마음 그대로 서울, 부산에 이어 대구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페라의 유령>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국내 최고령 ‘유령’으로 시작해 아직도 최고령 ‘유령’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세워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도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다. 데뷔한 지는 24년이 됐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언제나 머물러있지 않고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하다 보면 반 발자국은 앞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신 관객 여러분, 소중한 스태프들, 함께한 배우들 모두 고맙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조승우는 폐관 위기에 놓인 극단 학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2000년 9월 극단 학전에서 <의형제>라는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아무 것도 몰랐던 스무 한 살의 저에게 학전은 배움의 터전이자 집이자 관객 분들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런 학전이 33년 만에 폐관을 앞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전을 이끈 김민기 선생님은 저에게 스승님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이자 가장 친하면서 편한 동료다. 현재 투병 중이신데, 김민기 선생님을 위해 모두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생님이 쾌차하셔서 다시 꼭 나와 작품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의 상과 모든 영광을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께 바치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유병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그간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학전과 김민기 선생님의 뜻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협의를 계속해왔고,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학전을 지금의 공연 용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를 얻어냈다”라며 “3월 이후에도 그 뜻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해 객석에서 응원의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조연상(여자)>에는 뮤지컬 <이프덴>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엘리자베스의 절친, 케이트 역을 연기한 이아름솔이, <조연상(남자)>은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록 뮤지컬,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을 연기한 김호영이 영예를 거머쥐었다. 

2002년 <렌트>로 데뷔한 김호영은 이번 시즌 무대를 끝으로 ‘엔젤’과 이별한다. 김호영은 “2002년도에 <렌트>라는 작품을 통해 정선아 배우는 미미, 저는 엔젤로 데뷔했다. 벌써 22년 전이다. 2004년, 2007년, 2020년 그리고 2023년까지 다섯 번의 엔젤을 연기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피부 나이로 치면 10년은 더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엔젤은 기본적으로 풋풋한 사랑스러움과 신선함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제 나는 너무 노련해진 것이 아닌가 싶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렌트>를 졸업한다고 공식적으로 말씀드렸다. 오늘의 이 상은 오랫동안 최장수, 최고령 엔젤로 연기한 것에 대한 상이 아닐까 싶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10년 전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두 남자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 게임, 뮤지컬 <인터뷰>에서 조안 역을 연기한 박새힘이 <신인상(여자)>을 수상했으며, 웅장한 오페라 하우스와 신비한 지하 미궁이 두드러지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오페라의 유령 역을 연기한 김주택이 <신인상(남자)>을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풍성한 연기와 노래로 공연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팀에게 주어지는 <앙상블상>은 뮤지컬 <멤피스>에게 명예를 안겨 줬다.

무대 밖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한 작품을 위해 온 열정을 쏟는 창작자들에게 주어지는 창작 부문에서는 김영욱&이성훈&임양혁&송한샘이 <프로듀서상>을 수상하였으며, <연출상>은 뮤지컬 <멤피스>의 김태형에게, <극본상>은 뮤지컬 <라흐 헤스트>의 김한솔에게 돌아갔다. 또한, <음악상(작곡)>, <음악상(오케스트레이션)>은 각각 뮤지컬 <라흐 헤스트>의 문혜성&정혜지, 뮤지컬 <이프덴>의 구소영이 기쁨을 누렸다. 이어, <안무상>은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의 신선호가, <무대예술상>은 뮤지컬 <멤피스>의 음향디자인 강국현, 뮤지컬 <이프덴>의 무대/영상디자인 조수현에게 행복의 순간을 선물했다.

이종규(한국뮤지컬어워즈 조직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어워즈였다. 시상식이 시험 점수를 매기거나 스포츠 경기 기록을 재는 것이 아니어서 해마다 뚜껑을 열면 신선함과 의외성이 있고, 또 아쉬움이 교차하기도 한다”라며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기꺼이 서로를 축하하고 또 무대 위에서 뜨거운 축하공연을 펼쳐준 배우들과 모든 컴퍼니, 스태프, 창작자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이하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수상작 및 수상자 명단.

▲대상=시스터즈

▲작품상(400석 이상)=멤피스

▲작품상(400석 미만)=라흐 헤스트

▲여자주연상=정선아(이프덴)

▲남자주연상=조승우(오페라의 유령)

▲여자조연상=이아름솔(이프덴)

▲남자조연상=김호영(렌트)

▲여자신인상=박새힘(인터뷰)

▲남자신인상=김주택(오페라의 유령)

▲앙상블상=멤피스

▲프로듀서상=쇼노트

▲연출상=김태형(멤피스)

▲극본상=김한솔(라흐 헤스트)

▲음악상(작곡)=문혜성·정혜지(라흐 헤스트)

▲음악상(오케스트레이션)=구소영(이프덴)

▲안무상=신선호(시스터즈)

▲무대예술상=강국현(멤피스, 음향디자인)·조수현(이프덴, 무대영상디자인)

▲공로상=극단 학전

▲아동가족뮤지컬상=장수탕 선녀님

▲올해의 관객상=이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