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024 전시·사업계획 발표 “한국미술 세계화, 모두의 미술관으로 성장”
국립현대미술관, 2024 전시·사업계획 발표 “한국미술 세계화, 모두의 미술관으로 성장”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1.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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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도자·자수 등 소외 분야에 주목
베리어프리 적극 도입
현대자동차 후원 종료로 《프로젝트 해시태그》 올해 마지막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해외 소장품 비율을 대폭 늘리고 무장애 미술관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 이하 MMCA)은 9일 신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운영방향과 올해 전시 계획을 공개했다. 3년간의 운영 목표와 주요 사업, 앞으로 열릴 전시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MMCA 중장기 운영목표를 발표하는 김성희 관장 ⓒ서울문화투데이
▲MMCA 중장기 운영목표를 발표하는 김성희 관장 ⓒ서울문화투데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어제와 앞으로의 방향성

2023년 한 해 MMCA는 이건희컬렉션의 전국 순회, 해외 기관 전시와 학술 행사 등을 통해 한국미술의 확산에 힘썼다. 한국근대미술 130여 점을 선보인 LA카운티미술관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를 시작으로, 구겐하임미술관《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샌디에이고미술관 《생의 찬미》, 애리조나 투손 사진센터 《기록과 경이: 한국현대사진》 등 해외에서 공동주최 전시를 통해 해외 미술기관과 협업했다. 

국내 활동으로는 장욱진, 이신자, 김구림 등 한국 근현대미술사 거장의 작품·자료를 발굴, 백남준 연구서와 보존·복원 백서, 이건희컬렉션 목록집 발간, 국제심포지엄 개최 등 연구와 교육을 통해 미술관의 공적 역할에 집중했다. 

앞으로의 3개년 중기계획 역시 한국 근현대미술의 위상 재정립과 연구 및 교육을 강조한다. 미술관은 다음과 같이 6가지 핵심 사업을 발표했다. ▲‘연구 기반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 ▲‘국제미술 작품 수집 대폭 강화’ ▲‘MMCA 리서치 펠로우십’ ▲‘지능형 미술관 시스템’ ▲‘무장애 미술관, 모두의 미술관’ ▲‘에콜로지 플랫폼’

‘한국 근현대미술 Re-프로젝트’(가제)는 국 근현대 미술사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담론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학예사들이 자발적·수평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 분과를 활성화하고, 한국미술사 심층 연구를 지원한다. 

소장품 11,500여 점 중 90% 이상이 국내 작가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올해부터는 국제미술 작품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후원회와 협력해 국제 미술 수집을 위한 후원을 적극 유도하고, 연간 수집예산에서 국제미술 작품의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올해 구입예산은 47억원으로 결정이 났다. 

▲[1960-70년대 구상회화] 도상봉, 포도와 항아리,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5X33.5cm, MMCA 이건희컬렉션 (사진=MMCA)
▲[1960-70년대 구상회화] 도상봉, 포도와 항아리,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5X33.5cm, MMCA 이건희컬렉션 (사진=MMCA)

‘MMCA 리서치 펠로우십’을 통해 국내외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국제학술 프로그램을 다각화한다. 세계적인 석학급 연구자들을 초청해 국내 체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미술에 대한 연구 결과를 해외 다국으로 출판하고 공유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시대에 발맞춘 변화로는, 지능형 미술관 시스템 구축이 있다. ‘전시실 통합관리시스템’을 새로이 도입하고, ‘스마트 미술품 보존시스템’과 ‘디지털트윈 기반 수장고 통합운영관리시스템’을 통해 작품 보존을 방식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환한다.

‘모두의 미술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장애 미술관을 표방한다. 베리어프리(Barrier Free) 키오스크’를 연내 도입하고, 점자 입·출력장치, 수어동작 인식기술, 높이조절 기능 등을 탑재하여 장애인·노약자 등 디지털 취약층의 전시 관람환경을 개선할 전망이다. 장애유형별 특화 작품감상 프로그램과 장애인의 전시감상을 돕기 위한 자료도 마련했다. 

미술관은 지난해부터 종이 발권을 최소화하는 스마트시스템을 도입, 3R(Reduce, Recycle, Reuse)을 지향해왔다. 더 나아가 내부 ‘탄소관리플랫폼’을 구축해 탄소 저감을 실천, MMCA 런 디토(Run Ditto)’ 프로젝트를 통해 관람객과 함께 건강한 친환경 미술관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2024년, 한국 현대미술의 확장의 해

올해 전시는 다음 다섯 가지 목표에 주목한다. ▲한국미술의 세계적인 확장 ▲소외분야의 조명을 통한 한국 현대미술의 심화 ▲포스트휴먼, 인공지능, 주거 등 동시대 사회적 맥락과 상통하는 주제 기획 ▲소장품의 심도 깊은 연구 및 조망 ▲중견작가와 신진작가 조명

한국미술의 세계적인 확장을 위해 미술관은 아시아 국제기획전 및 해외 기관과의 공동주최전 등 적극적인 교류를 목표로 한다. 서울관에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아시아 여성 미술을 초국가적·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국제기획전,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이 열린다.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새롭게 조명되는 여성주의 미술의 다층적 면모를 동시대 관점에서 살피고자 한다. 덕수궁관에서는 중국미술관과 공동기획한 《한(韓)·중(中) 근현대 회화전》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시는 2월부터 LA해머미술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대만 타오위엔시립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생활 도자 예술_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 조정현, 율79-1, 1979, 청자토에 상감, 45X35X35cm
▲[생활 도자 예술_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 조정현, 율79-1, 1979, 청자토에 상감, 45X35X35cm (사진=MMCA)

소외분야의 조명을 위해 미술관은 조경·도자·자수 분야에 주목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조경가를 조망하는 《조경가 정영선》, 한국자수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면서 근대화, 전통, 순수예술과 공예, 장인, 노동, 생활, 산업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한국 근현대 자수》, 정규, 유근형, 김석환, 신상호 등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를 조망하는 《생활·도자·예술: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도자》를 기획했다. 소외 작가를 조명하기 위해 이강소 개인전도 준비했다.

동시대 맥락에 맞춰 선보이는 기획전도 마련했다. 인공지능(AI)이 사회와 예술에 끼친 영향을 고찰해보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 포스트휴먼 시대에 비인간과 인간이 함께 만드는 미래상을 제시하는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주거문제가 첨예해지는 현대 한국 사회를 비평적으로 바라보고 건축가의 ‘집’을 통해 2000년 이후 현대건축과 주거문화를 통해 삶의 가치를 환기하는 《퍼포밍 홈: 대안적 삶을 위한 집》 등이다.

소장품을 심도 깊게 탐구하기 위해 준비한 전시도 있다. 카메라 렌즈로 일상 풍경의 이면을 다룬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소장품 중에서도 ‘가변’작품들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해보는 《가변하는 소장품》, 최근 기증된 작품 중 구상회화를 조망하는 《MMCA 기증작품전: 1960-70년대 구상회화》, 국제미술 뉴미디어 소장품을 선보이는 《동존(同存)》,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이끌어온 대표 작가들의 후기 양식을 살펴봄으로써 거장의 예술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해보는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작품에 부여된 제목의 다양한 분류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관람 환경을 질문하는 《이름의 기술》 등이 찾아올 예정이다.

중견작가와 신진작가를 조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지속된다.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수상제도이자 동시대 현대미술 담론을 제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4》, 차세대 젊은 창작그룹을 발굴, 실험적·도전적인 협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4》, 동시대 현대미술의 경험을 확장하는 《MMCA 필름앤비디오 2024 - 관계설정》《MMCA 다원예술 2024 - 오래된 하이브리드》《새로운 기술, 오래된 이야기-한·캐나다 VR》 등을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의 경험을 확장할 예정이다. 작년 부로 현대자동차의 후원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공식적으로 마지막 회차가 될 예정이다.

이날 김성희 관장은 “지난 3개월간 문화 전선의 최전방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미술관 인재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의 힘찬 행보에 애정 어린 시선과 그리고 큰 응원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