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국중박 올해 전시계획 발표…“문턱 낮추고 고구려실 집중 개편”
[현장에서] 국중박 올해 전시계획 발표…“문턱 낮추고 고구려실 집중 개편”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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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앙박물관˙13개 소속박물관 관람객 천만 돌파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공개
외규장각 의궤 상설 전시…이슬람실 신설 예정
인구소멸 위험지역 찾아가는 전시, 교육 통해 문턱 낮춰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이 문턱을 낮추고, 모두를 위한 전시로 신년을 채운다.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 이하 중앙박물관)은 2024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은 ‘삶과 함께하는 박물관’, ‘미래를 선도하는 박물관’, ‘세계로 나아가는 박물관’이라는 중장기 전략목표와 함께 다음과 같은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인구소멸 위험지역 찾아가는 전시’ 개최, ▲장애인 등 문화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2차 년도),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공개 등 다양한 국내ㆍ외 문화 소개, ▲학예인력 전문교육 확대 등 박물관 교육정책 추진, ▲박물관 소장 황해도 장무이묘 고구려 무덤 출토품 조사 등 분야별 조사연구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인구소멸 위험지역 찾아가는 전시’

지역 순회전 ‘모두를 위한 박물관, 찾아가는 전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상감청자’, ‘백자 달항아리’ 등 지정문화재를 포함한 중요문화재로 구성된 소규모 전시 6종을 개발, 전시 1종당 소멸위험지역 공립박물관 2곳씩 총 12회 순회 개최한다. 전시와 함께 교육, 공연 등 문화행사도 마련했다. 상반기에는 강진, 상주, 보령, 당진, 합천, 남원 지역을, 하반기에는 고령, 증평, 함안, 장수, 양구, 해남 지역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광주박, 대구박, 청주박을 순회하며 약 74만여 명의 관람인원을 기록했던  故이건희 회장 기증품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은 제주박물관(‘24.6.4~8.18), 춘천박물관(‘24.9.10~11.10)에 순회 전시된다. 故이건희 회장 기증 국가지정문화재 중 출토 정보가 확실한 것은 관할 지역 소속박물관으로 임시 이관하여 상설전시에 활용될 예정이다. 대구박, 공주박의 기증 석조물을 활용한 야외 정원 조성도 계속된다.

장애인 등 문화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강화

박물관은 지난해 9월 장애인 특화 공ㆍ감ㆍ각 전시학습 공간인 ‘오감’ 공간 조성 사업 이후, 2차년도 사업으로 올해 역시 시ㆍ청각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간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9월에는 상설전시실 3층 조각공예관에 금속공예품을 주제로 장애인을 위한 체험형 전시공간을 조성한다. 범종의 재질, 소리 및 구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청각, 시각, 촉각적 체험 전시로 구성할 예정이다. 

박물관 으뜸홀(로비공간)은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모든 관람객이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형 복합공간으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휴게공간, 수어 음성해설 등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ICT기술을 활용한 LED미디어 타워가 광개토대왕릉비의 4면을 디지털로 재현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공개 등 고구려 역사ㆍ문화 콘텐츠 강화

지난해 이루어진 설문조사 결과 ‘고구려실’에 대한 방문객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박물관은 고구려실을 중심으로 개편을 진행했다.

박물관에서 국내 원석탁본 중에서도 자료 가치가 높은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청명본)’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원석탁본이 고구려실에 처음 전시된다. 원석탁본(청명본)은 한학자 청명 임창순 선생이 소장했던 것으로, 1889년 리윈충이 탁본한 것을 3글자씩 잘라붙여 첩으로 제작했다. 고구려실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원석탁본 비문 전체를 확인 할 수 있다. 

이번 원석탁본 전시는 자료 가치 외에도 용산 이전 당시 박물관 관계자들이 구현하고자 목표했던 세 가지 시도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전시하는 것, 신라 금관을 자연광에서 전시해보는 것,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을 상설전시하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에는 디지털로 복원된 원석탁본 족자를 전시한다. 역사의 길 중앙에는 ICT기술을 활용한 LED미디어 타워를 설치, 디지털로 재현한 광개토대왕릉비 영상을 상영해 전시품과 유적 현장을 연결한다.

11월에는 상설전시실내 외규장각 의궤 전용 공간(195㎡)을 신설한다. 그동안 외규장각 의궤의 중요성에 비해 관련 전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 외규장각 의궤 귀환 후 두 차례에 걸친 특별전 성과와 의궤학술총서 등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전시를 연출할 계획이다. 여러 면을 동시에 펼쳐 볼 수 없는 실물책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달 매체인 ‘디지털책’을 제작, 설치한다.

12월에는 상설전시관 1층 구석기실에서 고구려실까지 전면 개편이 이루어진다. 특히 고구려 전시공간을 확대하고, 전시품의 발굴ㆍ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광개토대왕릉비 원석탁본, 벽화편, 최신 발굴자료 등 전시품을 강화할 계획이다.

▲“비엔나 모더니즘의 탄생”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에곤 실레의 자화상(1912)
▲“비엔나 모더니즘의 탄생”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에곤 실레의 자화상(1912)

다양한 국내외 문화 소개

내년 상반기에는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세계문화 시리즈로 이슬람실을 신설한다. 카타르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이슬람 예술품 8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특별전으로는 “고려시대 상형청자”, “북미 인디언의 역사와 문화”, “비엔나 모더니즘의 탄생”등을 준비했다. 

6월에는 미국 덴버박물관과 공동으로 주관한 “북미 인디언의 역사문화” 전시가 열린다. 국내 최초로 북미 인디언의 삶과 예술을 소개하는 전시로, 미국 덴버박물관 소장 회화, 복식, 조각, 도자 등 약 130점을 전시한다. 

7월에는 한·일·중 국립박물관장 회의 연계 특별전으로 “동아시의 칠기”전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나전 경함(보물)’, 일본‘마키에 대야’, 중국 ‘꽃모양 찬합’ 등 45점울 선보인다. 동아시에서 널리 사용된 천연 도료인 ‘옻’을 소재로 한국, 일본, 중국이 각기 독창적으로 발전시킨 고대 칠공예 문화를 소개한다.

하반기에는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과 공동으로 “비엔나 모더니즘의 탄생”전이 열린다. 19세기 말 비엔나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빈 분리파 운동의 영향력과 의의를 조명하는 전시로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 등 빈 분리파 운동의 주축으로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 120점을 소개한다.

11월 개막 예정인 ‘고려시대 상형청자’전은 박물관의 조사․연구 성과를 반영한 특별전으로, 고려청자의 예술성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청자 참외모양 병’, ‘청자 새 인물 모양 주자’ 등 상헝청자 150여점(국보ㆍ보물 15점)을 전시한다. 

국외 박물관 한국실을 활용한 우리문화재 국외 특별전도 계획돼 있다. 미국 시카고박물관 상설관에 “한국의 멋과 미” 전시가 열린다. 종교, 장인, 상징, 다기, 화장용기, 장례문화 등 여러 주제로 구성, 한국 미술과 문화의 다양성을 세계에 선보인다. 신라 금관, 금제 허리띠 등 국립박물관 소장품 19건 38점이 전시된다. 

아울러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중장기 거점관인 3개 기관에서 故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을 개최한다.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25.11월~’26.1월)을 시작으로 시카고박물관(’26.3월~7월), 영국박물관(’26.9월~’27.1월)에 순회할 예정이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중 '추성부도'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중 '추성부도'

학예인력 전문교육 확대 등 박물관 교육정책 추진

박물관은 ‘교육’이라는 박물관의 임무에 집중, 교육정책을 학예인력 전문교육 강화와 일반인 대상 핵심 프로그램 위주로 개편할 예정이다. 학예직에 대한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보수 교육 체계의 필요성에 주목, 박물관 학예인력의 경력 단계별, 전공 분야별, 박물관 특성에 맞는 실무 중심의 필수역량 교육(재교육)을 이수하도록 설계한다. 일반인 대상 교육은 전시연계ㆍ실물중심ㆍ국가교육과정과 연계한 핵심 프로그램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더불어 어린이박물관 공간 확장을 추진한다. 2028년 건립을 목표로 중앙박물관 북측에 현 어린이박물관 면적(2,529㎡)에서 3배로 확장(8,000㎡)하여 어린이대상 전시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물관 소장 ‘황해도 장무이묘 고구려 무덤 출토품 조사’ 등 분야별 조사연구 추진
박물관이 소장중인 우리 문화유산을 심도 있게 조사연구한 보고서 및 총서를 발간한다. ‘황해도 장무이묘 고구려 무덤 출토품 조사 연구’,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목록집’ 등 보고서, 목록집 및 총서 10종을 발간할 계획이다.

윤성용 관장은 “지난해 중앙박물관(4백만)과 13개 소속박물관 총 관람객 천만 시대를 열었다” 라며, “올해 사업을 잘 준비하여 더 많은 관람객이 오셔서 편안하게 관람하시고 쉬고 가실 수 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