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평균 나이 12.5세 로커들이 외치는 “Stick it to the Man”
[공연리뷰]평균 나이 12.5세 로커들이 외치는 “Stick it to the Man”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2.0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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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쿨 오브 락>, 오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진짜 저 아이들이 직접 연주하는 게 맞아?”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 시작 전 안내 멘트를 통해 분명히 ‘아이들이 실제로 연주를 한다’라고 밝혔음에도, 인터미션이 되면 어김없이 객석에서 이러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는데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School of Rock
▲뮤지컬 <스쿨 오브 락>, School of Rock

평균 나이 12.5세 배우들의 베이스, 키보드, 일렉트릭 기타, 드럼 연주 장면을 본다면 그렇게 엉뚱한 궁금증이 아닐지 모른다. 이 아이들은 그야말로 무대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날아다닌다. 

지난달 12일, 작품에 대한 궁금증에 개막하자마자 극장을 찾았다. 5~6세부터 인생의 절반을 음악과 함께 한 아역들은 노래ㆍ연기ㆍ안무ㆍ연주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객석을 뒤흔들었다. 어린이 배우들은 최소 2개에서 많게는 4개의 배역을 담당한다. 공연의 캐스팅은 매일 랜덤하게 구성되는데, 어제 기타를 매고 연주하던 친구가 오늘은 드럼 앞에 앉아서 스틱을 돌리는 식이다. 자신이 맡은 여러 개의 롤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다면 진행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스쿨 오브 락>은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탄생시킨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또 다른 인생작으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한국 관객들과 다시 만났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You're in the Band
▲뮤지컬 <스쿨 오브 락>, You're in the Band

작품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록에 미쳐있는 ‘듀이 핀’이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초등학교의 임시교사로 취직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듀이는 부모의 욕심에 자유를 누르는 법을 배워가는 아이들에게 ‘록 스피릿’을 전하며 공부 대신 자유를 가르친다. 

원작인 영화에서 듀이 역을 맡은 잭 블랙의 존재감은 엄청나지만, 뮤지컬 무대에서 듀이를 연기하는 코너 글룰리의를 보면 잭 블랙 생각은 말끔하게 사라진다. 러닝타임 내내 익살스러운 연기와 관객의 흥을 깨우는 그의 텐션에, 관객들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로큰롤 제스처를 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이들이 이끄는 ‘권력자에게 맞서라(Stick it to the Man)’, ‘너도 이제 밴드야(You're in the Band)’, ‘락은 어디로 갔나(Where Did the Rock go)’ 등 넘버들은 객석을 록 페스티벌로 만든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Stick It to the Man
▲뮤지컬 <스쿨 오브 락>, Stick It to the Man

클래식 악기만 연주하던 아이들을 모아 밴드를 결성한다. 첼로를 연주하던 케이티는 베이시스트가 된다. 에메랄드 핀보우의 묵직한 베이스 연주는 맨 아래에서 밴드 전체를 확실하게 받쳐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인생 2회차 같은 여유를 뽐내는 잭 역의 해리 처칠의 체구는 작지만, 기타 줄을 뜯는 손끝은 멀리서도 시선을 뺏는다. 프레디 역의 사무엘 빅모어의 드럼 연주는 작품을 보는 관객들과 박동을 같이한다. 공연 초반 미묘한 두근거림으로 시작해, 끝을 향해 갈수록 그 울림이 귓가에 맴돈다. 이를 즐기는 배우의 행복한 얼굴을 보면 그 울림은 배가 된다. 

월드투어 공연 특성상 무대 양 끝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자막이 나오지만, 공연을 즐기며 자막을 읽기에 쉽지 않은 구도이다. 하지만 이 공연만큼은 한국어 자막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건 오직 하나이기 때문. 

“음악은 다 통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