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연결’과 ‘건축’ 의제로 신년 전시 공개
[현장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연결’과 ‘건축’ 의제로 신년 전시 공개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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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 《SeMA 옴니버스》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 개인전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기관의제를 ‘연결’로, 전시의제를 ‘건축’으로 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6일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미술아카이브 등 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을 포함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지난 6일 열린 서울시립미술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건내는 최은주  관장 ⓒ서울문화투데이
▲지난 6일 열린 서울시립미술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건내는 최은주 관장 ⓒ서울문화투데이

기관의제 ‘연결’

기관의제인 ‘연결’은 여러 주체가 다양하게 연결되고 모이는 플랫폼으로서 미술관의 역할과 의미를 재고하게 하는 주제어다. 초연결 사회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반성적 인식으로 대두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를 고찰하는 등 동시대의 중요한 화두를 살펴보고자 설정됐다. 글로벌 미술관이자 여러 분관이 네트워크화된 미술관으로서, 어떻게 다양한 인적, 물리적, 개념적, 가상적 요소를 활용하고 결합해 공통 비전하에서도 분관별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실험하고자 한다.

8월에는 서소문본관과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미술아카이브 등 4곳을 연결하는 소장품 주제 기획전 《SeMA 옴니버스》가 열린다. 기관의제 ‘연결’을 장르적, 매체적, 세대적, 사회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고찰하는 전시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보존하고 기록한다는 소장품의 선형적 개념을 넘어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시간대 사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블록시간 이론에 기대어, 소장품에 응집되어있는 과거․현재․미래의 사건을 지금/여기로 소환하는 ‘포스트-컬렉션’을 옴니버스 방식으로 제시한다. 전시는 분관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외에도 소장자료 활용, 신작 커미션 제작을 통해 소장품의 확장을 모색하고 새로운 활용법을 보여줄 예정이다. 

8월 22일부터 열리는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가제) 전시는 소장품을 매체와 매체 사이의 연결과 결합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내는 전시로, 배영환, 심래정, 홍영인 등 20여 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포스트-미디엄/포스트-미디어 시대 매체를 매개로 예술가와 작품의 필연적 구조를 탐색하고,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가상과 현실, 인공지능과 신체 등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조응하는 매체가 만들어내는 우리 시대 매체/미디어의 다층적(layered) 구조를 보여준다.

▲홍영인, 행복의 하늘과 땅, 2013, 283x260cm, 면에 재봉틀 자수설치 (SeMA 소장품) (사진=서울시립미술관)
▲홍영인, 행복의 하늘과 땅, 2013, 283x260cm, 면에 재봉틀 자수설치 (SeMA 소장품) (사진=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같은 날 개최되는 전시,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는 전시의제 ‘연결’과 커뮤니티 지향의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방향성을 아우른다. 김옥선, 이원호, 윤지영, 최태윤 등 30여 명이 참여, 소수성을 기반으로 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수집 방향을 제고한다.

미술아카이브에서는 8월 29일부터 《아카이브 환상 幻想/喚想》을 만나볼수 있다. 작가와 작품이 속한 세계관을 아카이브로 확장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탐색해 보는 전시로, 이교준, 전국광, 손광주, 임선이 등 7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에 포함되는 작가의 말, 작품을 위한 레퍼런스 자료, 연구의 흔적은 작가와 작품세계를 새로운 작업으로 상상하게 하고 실현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4월 23일부터 북서울미술관에서는 반아베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가 열린다. 네덜란드 반아베미술관과 연결해 개최하는 전시로, 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리암 길릭 등 1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는 2000년대 초반 예술의 경향과 그 의미를 미술사적 흐름 안에서 지정하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데이터로서 이미지와 생성형 AI 기술이 이뤄낸 작품 제작 방식 또는 사회 구성에서 나타난 존재와 주체의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미술아카이브에서는 5월 2일부터 강홍구 개인전 《도시-서울-나누기》를 만나볼 수 있다. 강홍구 개인전은 작가의 불광동 작업 컬렉션과 새로 수집한 은평 뉴타운 작업 컬렉션을 아카이브의 차원에서 조망하고 전개할 예정이다. 도시-서울의 시공간을 중심축으로 해 도시와 서울, 사진, 기록의 관계를 탐구한다. 미술, 시각문화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문, 사회 분야와 접목을 모색함으로써 아카이브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강홍구, 뉴타운 지도 드로잉, 2009 ⓒ 강홍구
▲강홍구, 뉴타운 지도 드로잉, 2009 ⓒ 강홍구

전시의제 ‘건축’

전시의제 ‘건축’은 거주를 위한 물리적 공간의 구축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인간과 사회 간의 관계성, 이주의 문제, 공동체와 지역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를 포괄한다. 특히 미술관의 건축은 예술작품과 전시 및 교육을 통한 대중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서소문본관의 리모델링 사업과 신규 분관의 개관을 앞두고, 지속가능한 미술관 탐구와 함께 유기체로서의 ‘건축’을 다양한 맥락에서 논의해 볼 예정이다.

전시의제 ‘건축’을 다루는 전시로 서소문본관에서는 영국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의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와 김성환 작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개인전을, 남서울미술관에서는 건축 주제전 《만나서 반갑습니다》를 개최한다.

4월 25일 열리는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제) 전시는 199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시설과 공공 건축을 집중 조명하고자,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하이테크 건축’으로 대표되는 노먼 포스터의 주요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담은 철학과 미래 건축과 관련한 사유를 전한다.

12월 19일부터 만나볼 수 있는 《김성환 개인전》(가제)은 김성환 작가의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개인전이라는 전에서 의미가 깊다. 작가가 2017년부터 이어온 다중 연구 프로젝트 <표해록>의 세 번째 신작 비디오를 중심으로, 경성, 서울, 하와이 등에 내재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건축과 디자인 등 공간적 요소로 담아낼 예정이다. 따라서 전시는 전형적인 개인전 형식을 벗어나 하나의 총체적인 작품으로서, 전시 기간에 건축, 디자인, 퍼포먼스, 비디오로 변주하는 구성을 선보인다. 

▲자예드 국립 박물관(Zayed National Museum)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자예드 국립 박물관(Zayed National Museum)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남서울미술관에서는 4월 10일부터 《만나서 반갑습니다》(가제)가 열린다. 서지우, 고등어 등 6인의 작가가 참여, 건축의 본질을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 사이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관계맺기’에서 찾는다. 

그 밖에 서소문본관에서는 여성 한국화와 자료를 통해 동시대 미술 전개에 있어서 이들의 노력과 가치를 재평가하는 전시 《여성 한국화》를,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신미경 작가를 초청해 ‘천사’를 주제로 한 어린이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을 개최한다.

8월 1일부터 개최되는 《여성 한국화》는 시립미술관 대표 소장 작가인 천경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개최되는 전시로, 천경자, 이숙자, 원문자, 심경자, 송수련, 김보희, 홍순주, 정종미, 최해리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포괄한다. 전시는 동양화의 현대성에 입각,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백양회(1957)의 천경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여성 한국화 전개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 기간 중 한국 근현대미술사학회(회장: 신수경)와 세마홀에서 9월 대규모 학술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어린이 전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는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6월 4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일상의 재료인 비누로 표현한 천사라는 주제는 어린이를 비롯한 일반 관람객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고자 기획했다. 관객들에게 오랜 시간 깊이 있는 재료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해 온 작가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미경, 라지 페인팅 시리즈 005, 2023, 201x160x3cm, 비누, 프레임, 안료, 색소, 향료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신미경, 라지 페인팅 시리즈 005, 2023, 201x160x3cm, 비누, 프레임, 안료, 색소, 향료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연결, 건축, 그리고 확장

아울러, 올해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를 해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의 소장품과 지원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가 아시아와 호주 지역으로 찾아간다. 미술관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향후 지속적으로 국제 도시 간 네트워크를 중심에 둔 해외 전시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올 하반기에는 서울 동북권역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내년에는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을 잇달아 개관할 예정이다. 도봉구 마들로에 건립 중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한국 사진사와 사진 문화를 이끄는 동시대 사진영상 특화 미술관으로, 동북권 거점화 분관인 북서울미술관과 함께 동북권 문화를 이끌고자 한다. 

금천구 시흥대로에 건립 중인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서남권 유일의 공립미술관으로, 과거 도심 공업 지대의 기억과 정보기술(IT), 패션 등 미래 산업이 공존하는 지역 특성에 맞춰 뉴미디어, 융·복합 예술을 포괄하는 프로그램, 청소년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특화,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최은주 미술관장은 “지난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의제 설정과 전시 프로그램 진행으로 큰 지지를 받아, 연간 209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라며, “올 한 해 서울시립미술관의 다양하고 입체적인 전시와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