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미술관과의 중장기 전시 협력 강화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리움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필립파레노 등 국제적으로 영향력 높은 주요 작가 개인전과 아시아의 젊을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그룹전, 영상 커미션 등을 소개한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은 지난 12월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의 2024년 전시계획을 발표했다.
리움, 대규모 개인전을 필두로
리움의 한 해를 이끌 첫 개인 전시로 ≪필립 파레노 개인전≫이 포문을 연다. 필립 파레노(b. 1964)는 공감각적 전시형식을 실험하며 예술의 경험을 확장해온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다. 그는 전시를 개별 작업을 집결해 선보이는 이벤트가 아닌 경험의 장으로써 제시한다. 사운드 전문가, 언어학자, 배우 등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데이터 연동, DMX,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시노그래피를 선보이며 예술과 관객 간의 상호작용, 작품과 공간 내외부의 관계,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개인전은 국내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자 리움 미술관 최대 규모 전시이며, 저명한 국제 미술기관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Haus der Kunst)와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영상, 사운드, 설치, 드로잉을 포함한 작가의 90년대 작업부터 야외 대형 설치 신작을 포함한 주요 작품들을 M2, M3, 데크, 그리고 로비에서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28일 개막, 7월 7일까지 운영된다.
9월에는 한국계 미국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 ≪아니카 이 개인전≫을 개최한다. 아니카 이(b. 1972)는 냄새, 박테리아, 튀긴 꽃과 같은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고 디아스포라와 여성주의 등 정치적 함의를 갖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는 기계, 균류, 해조류 등의 비인간 지능을 탐구하고 인간중심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학제적, 미래적인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전시는 베이징 UCCA 현대미술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이루어진다. 최초 공개되는 신작을 포함한 작가의 최근작에 방점을 두고 이와 연결된 구작을 함께 전시하여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세계와 최근의 경향을 폭넓게 소개한다. 9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M2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이후 2025년 3월 베이징 UCCA미술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주요 개인전과 더불어, 지난 20여년 간 국내 신진 작가를 육성해온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아트스펙트럼이 9월부터 새롭게 변화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트스펙트럼 2024≫는 기존 수상제도와 국내 신진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 동시대 미술현장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고자 한다. 그 첫 시도로, 세계적인 태국 출신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닛을 기획자로 초청해 기존의 수상제도 대신 주제전 형태의 전시를 선보인다. 더불어 참여작가의 범주를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로 전체로 확대, 총 20여명 작가의 새로운 세대 감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니카 이 개인전≫과 마찬가지로, 9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운영된다.
호암, 새단장 후 고미술 이어 현대미술까지
작년 재개관 이후 본격적인 전시 공간으로서의 변화를 모색하는 호암미술관은 전문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갖춘 고미술 및 동시대 미술 전시에 초점을 맞췄다.
3월 26일부터 6월 16일까지는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젠더의 관점에서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시인 ≪여성과 불교전≫ 전시를 개최한다. ‘불교미술 속 여성’과 ‘제작과 후원의 주체로서 여성’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의 염원과 고뇌, 공헌에 주목한다.
재개관 이후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인만큼,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영국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된 불교미술의 명품울 대거 선보인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을 비롯 국내 8개 기관과 컬렉션, 유럽 3개 기관, 미국 4개 기관, 일본 9개 기관과 사찰의 대표작이 한 자리에 모인다. 해외 미술관이 소장한 약 90여 건의 불교미술 명품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중요 불교미술 유물인 고려불화들과 사경들을 포함한다.
9월 3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는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을 선보인다. 니콜라스 파티(b. 1980)는 미술사의 재현 전통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구상화와 대형 파스텔 벽화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18세기 유럽의 파스텔화 전통을 21세기적으로 재창조하는 그는 안료 자체의 순수한 색감을 고스란히 드러내지만 지워지기 쉬운 파스텔로 건축적 스케일의 벽화를 제작하며 회화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제안한다. 그는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 등 회화적 전통과 파스텔화의 일시성을 이색적으로 연동시켜 전형적 재현방식을 갱신하고 시대적으로 재맥락화해왔다.
전시는 자연과 문명, 인간과 비인간 종(種)의 지속과 소멸을 주제로 다루며,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호암미술관 환경과 공명한다. 전시장 벽에 직접 그려지는 파스텔 벽화 4점을 비롯한 다수의 신작, 기존 회화와 조각, 그리고 리움 고미술 소장품을 포함한 총체적인 설치로 몰입적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한편, 리움/호암미술관은 올해부터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의무 복무자 포함), (해양)경찰, 소방관의 헌신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의미로 본인 입장료 무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예술인 패스 소지자 또한 본인 한정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