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현대미술을 넘어 미래로”…오산시립미술관 《변화와 변환》展
“미디어아트, 현대미술을 넘어 미래로”…오산시립미술관 《변화와 변환》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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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오산시립미술관 1~3전시실
회화와 설치미술,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의 조화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국내 정상급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서울을 벗어나 오산을 찾았다. 오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수영)은 내달 24일까지 ‘변화(change)와 변환 (convert)’ 미디어아트展을 오산시립미술관 전관(제1~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김홍년, 노진아, 송창애, 이이남, 이재형, 최종운, 한호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홍년, 화접(花蝶) '공감과 소통-Ⅱ'(19인치 모니터 30대,빔 프로젝트,2023) (사진=오산시립미술관)
▲김홍년, 화접(花蝶) '공감과 소통-Ⅱ'(19인치 모니터 30대,빔 프로젝트,2023) (사진=오산시립미술관)

대한민국, 미디어아트의 어제

미디어아트는 1970년대 입체 설치미술을 기반으로 1980년대 비디오아트와 1990년대 테크노 아트를 거치면서 반세기를 달려왔다. 그간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과 한국의 제1세대 비디오아티스트 박현기(1942-2000)의 위상에 힘입어 한국의 미디어아트의 영역 또한 확장됐다. 이번 전시는 지난 반세기동안 성장을 거듭한 미디어아트의 다양성에 나타난 표현 양상을 토대로 정적인 언어와 동적인 이미지의 교감을 화두로 던진다. 

전시는 변환(convert)에 방점을 둔다. 관람객과 소통하는 미디어 작품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나 화려한 기교에 한정되는 경우가 있다면, 작가의 독창성이 과학적 테크닉을 기반으로 융합하여 표현 양상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전시는 후자에 초점을 맞춰 7인의 작가를 초대, 그들의 개성이 살아있는 대형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진아, 히페리온의 속도(140×140×180cm,AI기반의 인터랙티브 조각,복합매체,2022)
▲노진아, 히페리온의 속도(140×140×180cm,AI기반의 인터랙티브 조각,복합매체,2022) (사진=오산시립미술관)

주요 전시 작품 및 작가

김홍년 작가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전광판에서 ‘나비’로 K-아트를 알렸다. 대표작 ‘화접(花蝶)’의 나비는 삼성전자 신작 폴더폰, 타임스퀘어, 영국 사치갤러리를 거쳐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마찬가지로 나비를 통해 생명을 다루는 신작을 선보인다. 기후 재난과 전쟁 등 사회가 안고 있는 이슈를 오산지역의 오산천(川) 특성과 결합시켰다. 

이재형 작가는 대기업의 공공성 아트프로젝트와 협업해온 차세대 젊은 미디어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공중전화로 ‘2023년 버튼 입력’을 하면 해당 연도 주요뉴스가 수화기와 영상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는 오산 맞춤형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가는 제주도 제주공항 내에 대형 고래 작품을, 서울 강남역에 고양이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설치한 바 있다. 

2023년 ‘아트대상’ 수상자인 한호 작가는 대표작 <최후의 만찬>으로 전시에 묵직한 깊이를 더한다. 작품은 현대적인 한국의 관점에서 해석한 LED 작품이 무지개 빛으로 반복적으로 변하면서 관람객에게 삶과 죽음 등을 시사한다. 

1층 로비에는 노진아 작가의 <히페리온의 속도(The Velocity of Hyperion)>가 설치돼 있다. 인공지능 기계를 상징하는 대형 머리로 구성된 작품으로, 머리는 관람객과 눈을 맞추고 입은 인간화되어가고 있는 기계들의 입장을 대변해 관객과 대화한다. 

송창애작가(관람객) (1)
▲송창애, WATER ODYSSEY:MIRROR (Interactive Media Art, sound, 02:30, 2023) (사진=오산시립미술관)

제1전시실 - 송창애, 이재형

2층에 위치한 제1전시실에는 송창애 작가와 이재형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송창애 작가는 물의 파동을 시각화한 <WATER ODYSSEY : 거울> 작품을 출품했다. 예술 체험을 통해 자기 접속의 기회를 가지면서 존재의 원형과 관계의 의미에 대한 시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물꽃 그리기>는 적외선 센서와 실시간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그리고 프로젝션 맵핑기술을 기반으로 한 관객 참여형 협업 프로젝트다. 관객이 허공에 떠 있는 달을 향해 손을 휘저으면 센서가 그 움직임을 감지하여 즉흥적인 선 드로잉이 생성되고, 이는 미리 프로그래밍한 작가의 새싹 이미지와 실시간 결합해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물꽃 씨알’이 생성된다. 관객은 작품과의 쌍방향 상호작용을 통해 작가의 독창적인 ‘물 드로잉’ 기법을 유사 체험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재형 작가의 <Face of city_Osan> 작품은 도시의 감정을 다룬다. 도시를 대표하는 감성의 근거를 해당 지역들의 수많은 SNS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찾아내, 시간 변화되는 얼굴의 모호한 표정으로 드러내는 정보 시각화(data visualization) 프로젝트다. 다양한 키워드로 추출된 SNS 단어들에 의해 오산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다. 

<시간여행, 시간에 전화를 걸다>는 1953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대한민국과 오산에 일어났던 큰 뉴스들을 공중전화기를 통해서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70개의 뉴스 영상 편집본은 개조한 공중전화기 아카이브에 저장돼 관객이 해당 연도를 누르면 수화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화면은 공중전화기 부스 너머 프로젝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옛날 뉴스일수록 수화기에서 연결되는 수신음이 길게 들리며 연결된다.

한호, 최후의만찬(1,350×6×300cm,Charcoal,Oil with traditional black ink,Canvas on Korea Paper,Punch,LED,2017)
▲한호, 최후의만찬 (1,350×6×300cm, Charcoal, Oil with traditional black ink, Canvas on Korea Paper, Punch, LED, 2017) (사진=오산시립미술관)

제2전시실 - 한호, 이이남, 김홍년

3층의 제2전시실에는 입구의 한호 작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이이남, 김홍년 작가의 작품이 이어진다. 한호 작가의 <최후의 만찬(Last supper)>은 성경속 예수와 12제자가 십자가 수난 직전 나누는 ‘최후의 만찬’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지를 붙여 제작한 높이 3m, 폭1.5m의 판넬 9개가 병풍처럼 세워진 길이 13.5m 높이 3m의 대형구조물에 LED조명이 들어간 것으로, 한지에는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뚫려 그 구멍 안에서 강렬한 빛이 새어나온다. 

작가에게 막힌 곳을 뚫어 구멍을 내는 타공(打孔)이란 고통, 그리고 희망을 의미한다. 작가는 타공 작업을 수행 과정으로 여긴다. 송곳으로 종이가 뚫리는 과정은 고통인 동시에 빛이 새어들게 만드는 과정이다. 빛은 무지개 빛처럼 변하며 감상자의 감각을 깨운다. 작품은 위기 일발의 우리 민족을 그려내고 작업에서 묘사된 각각의 인물들은 한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보여준다.

이이남 작가는 <만화-병풍 l >과 <설계어부-해피니스(2012)>를 다시 펼쳐냈다. <만화-병풍 l>은 한국만화박물관 주최로 열린 전시에서 한국의 대표 만화가들의 작품인 <이두호의 머털이>, <신문수의 로봇찌빠>, <박수동의 고인돌>,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과 아시아의 고전 회화를 콜라보레이션하여 제작한 5폭 디지털 병풍 작품이다.

이이남, 설계어부-해피니스(7'30'',single-channel video,color,sound,2012)
▲이이남, 설계어부-해피니스(7'30'',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2012) (사진=오산시립미술관)

<설계어부-해피니스(2012)>는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가 허도녕의 ‘설계어부 도’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허도녕이 받았을 감흥을 상상하며 작가가 받은 감흥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시간과 공간에 갇혀있던 고전회화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빛을 보게 했다. 허도녕이 보았을 산수에 계절의 변화로 회화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켰으며, 기상이변 등의 상황을 만들어 더욱 드라마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홍년 작가는 <Lovefly in Osan- ‘화접(花蝶)-공감과 소통’>이란 주제로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파괴적 행위와 자연의 자생(파괴와 생성)을 표현했다. 가벽을 세우고 각각 같은 크기(5m x 9m)의 전시실 3개를 만든 대형 전시로, 전체 15m x 9m 규모에 높이 3.7m의 대형 전시구조신작을 설치했다. 전시실 하나당 19인치 모니터 영상 30개씩, 2개 전시실에서 총 60개의 모니터 영상을 활용했다.  

작가는 아이처럼 자유롭게 그린 그림을 2 분 45초 영상에 담아, 지구 생태계의 위기와 그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과 나비로 생명의 부활을 상징한다. 오산시를 관통하는 오산천(川)과 나비들이 등장하며 생명과 자연,  공존의 사회적 가치를 표현했다. 중앙에 위치한 전시실에는 300호 크기의 대형 나비 원화와 30개의 나비 판화작품이 날개 형상으로 설치돼 있다.

노진아, 나의 양철남편(200×120×130cm,레진,초음파센서,마이크로컨트롤러보드,모터 등의 혼합재료,2014)
▲노진아, 나의 양철남편(200×120×130cm, 레진, 초음파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보드, 모터 등의 혼합재료, 2014) (사진=오산시립미술관)

제3전시실 - 노진아, 최종운

4층의 제3전시실은 노진아 작가와 최종운 작가의 작품으로 나눠 공간을 기획했다. 1층 로비에 작품을 전시 중인 노진아 작가의 또다른 작품 <나의 양철 남편>(2014)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꾼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조각 작품이다. 사연 많은 양철 나무꾼의 이야기를 다룬 <오즈의 양철 나무꾼>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나무꾼은 그가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열심히 나무를 하지만 마녀의 마법에 걸려 버린다. 반짝이는 은색 양철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에 몸을 내주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마음과 기억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 기계가 되어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도구로 존재하는 남편과 아내, 서로의 무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최종운 작가의 출품작 <Beyond the Space>는 유리 오브제로 다양한 빛깔과 형상의 우주를 표현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일상의 유리 오브제들이 지닌 다양한 형태와 빛깔에 관심을 둔 작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수많은 은하수의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로움을 빛과 음악으로 채운다. 가로 13m 세로 13m 높이 3.5m 공간에 일상의 유리 오브제들을 전시장 가득 설치해 이들이 담고 있는 존재의 가치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범우주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하찮은 미물이지만, 동시에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음을 표현한다. 작가는 ‘지구와 그 안에서 기생하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제안한다.

이재형 - 경기, 오산역사 70년. 시간여행(가변설치,공중전화기,부스,PC,프로젝터,2023)
▲이재형, 경기, 오산역사 70년. 시간여행(가변설치, 공중전화기, 부스, PC, 프로젝터, 2023) (사진=오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현대미술을 넘어 미래로

허대찬 미디어아트 평론가는 이번 전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술은 늘 변화해왔다. 그 날과 그 시점의 형식, 주제, 소비와 유통 방식, 그리고 주요 매체 모두에 조응하는 총체적 상황과 관계를 살피고 사유하고 발언하며 그의 생명력을 유지한다. (...) 이러한 예술이 우리를 둘러싸거나 또는 우리에게 직접 연결되어 영향을 주며, 나아가 상호 소통의 관계를 맺고 있는 ‘기술’에 대응하여 이를 적극적인 미술 영역으로 끌 어들인 결중의 하나가 바로 미디어 아트일 것이다. (...)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예술은 예술 그 자체의 영역을 넘어 네트워크나 미디어 환경 등 우리 현실과 연관하여 더 넓은 영역에서 예술이 소통할 수 있는 접점으로 활동한다.”

오산문화재단 이수영 대표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관객 참여형 인터렉티브 작품이 주를 이룬다”라며, “아티스트와 함께 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기계에 감정을 넣어 지나온 추억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에 전시 포인트가 있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무료로 운영되며 오산시와 오산문화원, KT에서 후원한다. 문의사항은 오산시립미술관(031-379-9940) 및 오산문화재단 홈페이지(www.osan.go.kr/art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