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극적인 그림, 자화상…《나를 그린다 서용선》展
가장 비극적인 그림, 자화상…《나를 그린다 서용선》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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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3.17, 토포하우스 전관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소외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에 몰두하는 서용선의 다양한 작업 가운데 ‘자화상’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오늘(14일)부터 내달 17일까지 토포하우스 《나를 그린다 서용선》展에서 서용선의 시기별 자화상 총 36점을 만나볼 수 있다. 1995년부터 2024년까지의 자화상을 그린 회화 작품 27점, C 프린트 8점, 입체 1점이 출품된다.

▲자화상, 41x32cm, Acrylic on canvas, 2023 (사진=토포하우스)
▲자화상, 41x32cm, Acrylic on canvas, 2023 (사진=토포하우스)

서용선은 풍경, 역사, 신화, 자화상 등 폭 넓은 인문학적 주제를 회화로 풀어내는 작가다. 그의 작품세계는 이미 한국현대회화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들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에서 전시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자화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갖고 있는 운명의 핵심이 자아이고,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인간 연구를 하는데 자화상은 기본 단위이다.”

작가는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한다.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의 자화상은 점차 세상을 응시하고, 대면하고, 좌절하며, 받아들이며, 또한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 모습은 격렬하게 그리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이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한다. 

그는 자화상은 실패한 그림이라고 말한다.
“자화상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에요.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안 닮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은 절대 안 나와요. 그래서 화가로서 가장 비극적인 그림 중의 하나가 자화상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앞서 애기했던 시지프스 신화와 같은 점이 있어요.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그려나가는 거죠. 그래도 먼저 그린 그림과 다음에 그린 그림은 차이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분적으로 조금씩 뭔가가 담겨 나가는 느낌이 있어요.” (이영희,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 중에서)

자신을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 말하는 서용선은 자화상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본다. 화면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정면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은 자기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