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크로 담는 공간의 기억…신수혁 개인전 《임계점 Critical Point》
스트로크로 담는 공간의 기억…신수혁 개인전 《임계점 Critical Point》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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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3.21, 데이트갤러리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작년 Kiaf2023에서 콜렉터들의 호평으로 주목 받는 작가, 신수혁의 개인전이 열린다. 데이트갤러리는 내달 11일부터 4월 20일까지 신수혁 작가의 개인전 《임계점 Critical Point》을 개최한다.

▲Critical point, 91x73cm, Oil on canvas, 2022년
▲Critical point, 91x73cm, Oil on canvas, 2022 (사진=데이트갤러리)

신수혁(b.1967-)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후 도쿄예술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포항시립미술관, 간송미술관, 세종문화회관미술관, 환기미술관에서 단체전과 신라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작품 세계를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전시 제목인 ‘임계점 Critical Point’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온도와 압력으로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지점을 말한다. 신작 20여점과 함께하는 이번 전시에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심리를 Stroke(일종의 타법)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의 특색이 드러난다. 

작가는 직접 경험해온 인간과 장소,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수많은 레이어를 통해 캔버스 위 끝없는 평면으로 선사한다. 푸른색의 유화물감을 사용하여 2호, 4호, 8호 등의 작은 붓으로 스트로크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채워진 화면은 하나의 레이어가 되고 그 위에 또 다른 레이어가 켜켜이 쌓인다.

화면에 점을 치는 반복적인 신체행위에는 그 물감이 마르는 시간도 함께 담긴다. 빨리 마르는 아크릴 물감 보다는 더디게 마르는 유화물감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담게 된다. 작가는 하나의 레이어가 완성되고 물감이 80% 정도 말랐을 때 그 위에 새롭게 붓질을 한다. 

▲Critical point, 130x97cm, Oil on canvas, 2021년
▲Critical point, 130x97cm, Oil on canvas, 2021 (사진=데이트갤러리)

마르지 않은 과거 시간을 담고 있는 레이어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레이어가 뒤섞여 긴장감을 품은 비규칙적인 화면을 만들어내고, 이는 캔버스 위에서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된다. 반복적인 터치로 이루어진 여러 겹의 레이어는 거듭될수록 균형적 화면으로 변모되고, 화면은 건축이 공간을 품듯이 어느 순간 2차원과 3차원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표현된다.

신수혁의 작업은 실체에 대한 질문과 호기심으로 출발해, 삶 가까이에 존재하는 건축과 도시라고 하는 장소와 공간에 주목한다. 작가인 “나”와 경험한 장소, 공간의 관계성을 찾고 이를 회화의 본질에 다가가 심도 있게 화폭에 표현한다. 물감을 붓으로 터치하고 말리고 다시 올리는 과정은 그 시간과 공간의 공기를 머금고 있다. 작가의 호흡에 의한 끊김과 이어짐, 중첩 등으로 축적된 물감층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미스터리한 미지의 장을 마주하게 한다.

공간에 대한 기억을 2차원의 평면에 담아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스트로크를 수양의 정신으로 덧그리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과거), 현재(지금), 미래(그 다음)의 순간들을 동시에 담아낸다. 

데이트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을 반복과 명상의 시간으로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