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모두가 공감하는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현장스케치]모두가 공감하는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2.14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연, 민경아, 이충주, 최재림 출연 2인극
~4.7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음악을 만나 공연의 형태로 관객들과 만난다. 

캐시와 제이미라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기까지의 5년을 그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말하고 또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프레스콜에 참석한 출연 배우 (왼쪽부터) 최재림, 민경아, 박지연, 이충주 ⓒ서울문화투데이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프레스콜에 참석한 출연 배우 (왼쪽부터) 최재림, 민경아, 박지연, 이충주 ⓒ서울문화투데이

지난달 17일 개막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지영 연출을 비롯해 배우 박지연, 민경아, 이충주, 최재림 등이 참석했다. 

이 작품의 무대에는 캐시(박지연ㆍ민경아)와 제이미(이충주ㆍ최재림), 단 두 명의 인물만이 존재한다. 여느 연인처럼 설레는 감정을 나누고 뜨겁게 사랑했으며 서로 다름에 지치고 종국엔 이별에 이르게 된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자기 삶의 방식대로 시간이 흐른다. 

캐시는 신중하게 자기 속도에 맞춰 살아갔고, 제이미는 앞을 향해 달려갔다. 이들의 모습처럼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남녀의 시간이 반대로 흘러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작품 속 캐시와 제이미는 함께한 5년의 시간을 이야기하지만, 그 두 사람은 다른 시간에 존재하고, 딱 한 번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 - 결혼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를 마주 본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또다시 각자의 시간 속으로 걸어간다. 

이지영 연출은 “이 작품의 원래 연출은 솔로곡이 교차로 진행되며, 한 인물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다른 한 명은 무대에 퇴장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번 (국내) 무대는 의상 체인지를 하는 딱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 모두 퇴장 없이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5년이라는 시간 위에 두 인물을 모두 올려놓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 그간의 시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리적으로는 같은 곳에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회전무대를 통해 두 배우가 엇갈리거나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모든 넘버가 굉장히 길며, 난이도가 높다. 2명의 배우가 쉬지 못하고 90분 동안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해서 어려운 무대였는데 훌륭한 배우들을 믿고 함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공연 사진,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제이미와 캐시(민경아 이충주) ⓒ신시컴퍼니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공연 사진,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제이미와 캐시(민경아 이충주) ⓒ신시컴퍼니

배우들 역시 연출의 의도에 공감하며, 퇴장이 있는 버전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제이미 역의 최재림은 “퇴장이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땐 당황했다. 내가 아는 작품은 이게 아니었다. <트레이스 유>, <타지마할의 근위병>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2인극인데 배우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가장 많은 작품이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라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한 무대에 서다 보니 배우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적인 부분들이 신선하게 다가와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같은 시간대는 아니지만, 캐시의 노래를 들으며 미래가 보일 때도, 과거가 보일 때도 있다”라고 밝혔다. 

같은 역을 연기하는 이충주는 “제이미는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그대로 감정을 맡기면 된다. 그런데 캐시는 반대로 가기 때문에 무대에서 벗어난다면 오히려 깊이 있게 젖어 들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내가 워낙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마셔서 기능적으로 가능할까 걱정도 했지만, 이제는 퇴장이 있는 버전이 그려지지 않는다”라며 전했다. 

무대에는 두 인물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섞이지 않고 그저 각자의 시간을 노래한다. 2인극 같은 1인극으로 진행되는 작품 구성상 배우들의 부담과 체력적 부침이 있었을 터다. 캐시 역은 9곡, 제이미 역은 8곡을 가창한다.

캐시 역을 맡은 민경아는 “2인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 자체가 나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배우라면 욕심을 내게 되는 것 같다. 솔직히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역대급으로 어려운 작품이다”라며 “90분 동안 내내 무대 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화장실 걱정이 가장 먼저 됐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너무 좋다. 캐시의 시간은 역순으로 가는데 초반에는 힘들어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행복해한다. 캐시가 제이미의 시간을 은은하게 흡수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공연 사진, 결혼식(박지연 최재림) ⓒ신시컴퍼니

같은 역을 맡은 박지연은 “너무 사랑하는 작품이고, 꿈꿔왔던 공연이기 때문에 참여하는데 있어 고민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작품이었다. 매일 새로운 퀘스트를 깨는 기분으로 연습했다. 다양한 장르, 소리, 보컬을 아우르며 표현해야 하는 부분들이라 힘들지만 재밌게 하고 있다”라며 “앞서 연출님의 ‘서로의 시간에 책임이 있다’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캐시와 반대로 가는 제이미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지영 감독은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사랑의 본질을 추적해 가는 작품이다.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모두가 공감하고,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라고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오는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