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 ‘서울시발레단’ 창단…“다양한 작품으로 무용수 기회 폭 넓힐 것”
국내 첫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 ‘서울시발레단’ 창단…“다양한 작품으로 무용수 기회 폭 넓힐 것”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2.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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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 다목적홀에 전용공간 조성, 9월 경 입주 예정
4월 창단 사전공연 <봄의 제전>, 주재만 총연출·안무 <한여름 밤의 꿈> 8월 세계 초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은 국내 3번째 공공 발레단이자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Seoul Metropolitan Ballet)’이 창단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20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창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서울시발레단’의 창단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소식이 전해진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박효선 단원, 남윤승 단원,원진호 단원, 김소혜 단원, 오세훈 시장, 안성수 안무가, 안호상 사장, 김희현 단원, 이루다 안무가, 유회웅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박효선 단원, 남윤승 단원,원진호 단원, 김소혜 단원, 오세훈 시장, 안성수 안무가, 안호상 사장, 김희현 단원, 이루다 안무가, 유회웅 안무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은 창단과 더불어 독창적인 자체 레퍼토리를 단시간 내 개발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한편,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검증된 라이센스 공연과 신작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도 주력한다. 무용수와 안무가를 비롯한 동시대의 뛰어난 창작진이 모여 클래식 발레 너머 새로운 형식의 대한민국 컨템퍼러리 발레를 탐색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견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또 하나의 케이콘텐츠((K-Contents)를 탄생시킬 계획이다. 향후 서울뿐 아니라 해외 투어 및 지역 공연도 적극 추진해 나간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발레 장르에 있어 우리나라 무용수들의 뛰어난 역량에 비해 국내 활동의 안정적인 기반과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벨 에포크 시대, 디아길레프의 발레뤼스가 그러했듯 서울시발레단은 국내외 최고의 창작진과 무용수들이 모여 동시대적인 성찰과 사유를 담은 과감하고 대담한 작품들로 대한민국 발레의 혁신을 이루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9월 ‘발레단준비TF’를 설치하고 서울시발레단 창단 준비에 돌입했다. 자문과 실행을 이원화하여, 발레계 및 문화예술계 전문가와 실무자,  교수진, 무용수,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자문회의와 실무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 속에서 세계 발레계의 흐름과 해외 발레단의 운영 방식을 점검하고, 주요 안무가 등 서울시발레단의 방향성과 운영 방안, 작품 등에 대해 논의하며 창단의 초석을 다졌다. 동시에 전문 인력 구성 및 정원 증원, 제 규정 정비 및 조직 개편, 예산 및 전용 공간 확보, 운영 방향 및 무용수 운영 등 창단을 위한 준비를 빠르게 진행했다. 같은 해 12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 내 서울시발레단의 운영과 공연 제작을 총괄하는‘발레제작팀’을 신설해 발레단 창단과 작품 준비를 본격화했다.  

발레단 운영 예산은 올해 작품 제작비와 인건비를 합쳐 26억원 규모로, 다른 서울시 소속 무용단·뮤지컬단 등에 비하면 다소 작은 규모다.서울시발레단은 노들섬 동편에 위치한 노들섬 다목적홀에 전용공간을 조성한다. 발레 장르의 특수성을 반영해 높은 층고와 무용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리모델링, 연습 공간 및 제반 시설, 사무공간 등을 조성한다. 2024년 상반기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9월 경 입주할 예정이다. 공사 완료 전까지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내 종합연습실에 댄스플로어 등 시설을 보강해 전용 연습실로 사용한다. 

▋단장 없는 프로덕션 시스템…“1인 단일 색채에서 벗어나 다양함 담겠다”

서울시발레단은 다양한 작품을 중심으로 단장과 단원이 없는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안무가와 무용수, 작품을 중심에 둔 공연별 맞춤형 프로덕션을 꾸려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철저한 기획 아래 국내외 최고의 안무가를 중심에 두고, 매 시즌 선발한 우수 기량의 무용수들과 과감하고 폭넓은 형식의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것. 또한 체계적이고 창의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발레단 운영 및 작품 제작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제고한다. 

단장을 중심으로 단체의 강력한 예술 정체성을 구축하는 1인 단장 또는 예술감독 체제의 장점이자 단점을 고려해, 단일 색채보다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화지에 컨템퍼러리 발레의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을 담겠다는 의도다. 무용수 또한 단체 내 무용수 육성과 수준 높은 앙상블 구현에 강점이 있는 반면 출퇴근, 정년 보장 등으로 유연한 운영이 제한적인 기존 공공 예술단의 단원제 대신 작품 캐스팅을 기반으로 한 시즌 무용수, 프로젝트 무용수 시스템을 택함으로써 작품별로 최적화한 무용수 구성과 연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클래식 발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역, 조역, 군무와 같은 역할과 형식 구분에서 자유로운 컨템퍼러리 발레를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발레단이기에 시도가 가능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시발레단’ 2024년 첫 시즌 무용수 (왼쪽부터)  박효선 단원, 남윤승 단원,원진호 단원, 김소혜 단원, 김희현 단원 ⓒ세종문화회관

▋시즌·프로젝트·객원 무용수 형태 운영

서울시발레단은 현재 발레 생태계를 고려하여 시즌 무용수 및 프로젝트 무용수, 객원 무용수 등 다양하고 유연한 형태로 무용수를 운영해 우수한 무용수들의 참여 폭을 넓혀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24년 1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2024년 서울시발레단의 무대에 오를 무용수를 우선 선발했다. 총 129명이 참가한 서울시발레단의 첫 오디션에서는 무용수들의 기본기를 평가하는 1차 오디션과 안무가별로 진행한 3일간의 2차 캐스팅 오디션까지 총 6회의 클래스 전형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에 거주 중인 주재만 안무가가 오디션을 위해 내한해 이틀간의 클래스와 워크숍 형태의 오디션을 진행했고, 안성수 등 24년 작품을 안무하거나 협의 중인 안무가들이 참여했다. 치열하고 뜨거웠던 오디션 결과 5명의 2024시즌 무용수와 17명의 프로젝트 무용수를 선발했다.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 김소혜, 김희현, 남윤승, 박효선, 원진호는 1차 오디션 심사 의견, 2차 오디션에 참여한 총 6명의 안무가들의 평가 및 캐스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종 면접을 통해 선발되었다. 

시즌무용수는 2024년 서울시발레단의 모든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된다. 서울시발레단은 무용수 공개 오디션 시 연령 외 모든 조건을 배제하고 오로지 오디션에서 보여준 무용수의 기량만으로 선발했다. 이를 통해 해외 주요 발레단과 컨템퍼러리 발레단, 국내 유수 발레단 솔리스트, 대학 재학생 등 다양한 이력과 경력을 가진 우수한 무용수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연차와 상관없이 공연별 특성과 개인 기량에 따라 고른 캐스팅 기회를 가지고, 서울시발레단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아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무대 위에서 극대화된 역량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2024 시즌무용수는 8월 창단 공연 연습 과정 및 공연을 통한 평가와 2025년 작품 캐스팅 오디션을 통해 올 9월쯤 추가 선발 예정이다. 

‘프로젝트 무용수’는 단일 공연에 출연하는 무용수로 이번 공개 선발 오디션을 통해 총 17명을 선발하였으며, 향후 공연 규모나 특성에 따라 캐스팅 또는 오디션을 통해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단장 없이 운영되는 예술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예술단의 정체성이나 자체 제작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단 것이다. 안 사장은 이에 대해 “1~2년 정도는 우선 운영해보면서 방향성과 리더십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이라며 “언젠가 적임자를 찾는다면 예술감독 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시즌단원제로 많은 무대와 다양한 작품을 준비해 무용수가 참여할 기회를 늘려야 국내 무용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무대가 없는 인재 양성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 2024년 공연 라인업

서울시발레단은 2024년 창단 첫 해, 총 3편의 공연을 제작한다. 2024년 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을 세계 초연으로 선보이며, 이에 앞선 4월에는 세종 M씨어터에서 창단 사전 공연 <봄의 제전>으로 서울시발레단의 시작을 알린다.  

서울시발레단은 창단공연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재미(在美) 안무가 주재만이 총연출·안무하는 <한여름 밤의 꿈>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 시즌 무용수, 프로젝트 무용수, 객원 무용수 등 30여 명의 무용수가 출연할 이 공연은 주재만 안무가가 호흡을 맞춰온 크리스틴 다치가 의상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슈만의 음악과 작곡가 필립 다니엘이 이 작품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곡이 함께 사용된다. 필립 다니엘은 피아노 라이브 연주자로도 공연에 함께한다. 

이에 앞선 4월 26일~28일에는 세종M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 사전공연 <봄의 제전>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안성수, 유회웅, 이루다 - 3인의 안무가가 트리플빌로 컨템퍼러리 발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10월에는 더블 빌 작품을 준비 중으로 창작 신작, 라이센스 작품 등을 통해 컨템퍼러리 발레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발레단은 또한 2025시즌 프로그램을 빠르게 구성해 무용수들과 관객의 호흡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